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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지난 3개월간의 기록 vol. 1 1. 새 직장으로 첫 출근하는 날. 9시까지 본원으로 출근하라고 해서 일부러 서둘러서 8시 20분쯤 도착해 옆의 커피빈에 있다가 들어갔다. 나는 지금까지 직장이 대부분 강남이었다. 대학원에 가기 전에 다닌 광고대행사도 한 때 광고대행사의 메카라 불리던 신사역이었고, 박물관도 그 근처였다(돈도 많으면서 왜 그곳에 지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지만 ㅎㅎ). 광화문에서 근무하고 싶었다.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로 출근할 것이었다. 그래야 어차피 뻔한 직장 생활에서 버티는 힘을 갖게 되고 그 가운데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광화문으로 출근하면 퇴근하고 교보문고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그렇게 갖고 싶었다. .. 더보기
<대한제국의 미술 - 빛의 길을 꿈꾸다>전을 보고 /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관)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관)에서 하고 있는 전에 다녀왔다. 보통 전시를 가면 작품에만 집중해서 보는 편이다. 전시 디자인은 안타깝게도 '거기서 거기'라는 허무함을 갖고 있는 데다가 작품이 지닌 미적 가치가 전시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전시 역시 근대 명품들을 공부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방문했다. 그런데 제1실부터 이 전시를 보는 관점을 달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 전시는 작품 선정 및 설명, 전시 디자인, 전시 구성이라는 주요 3요소를 모두 성취했다. 전국의 국립, 사립 기관, 그리고 개인소장가들의 근대 대표작들을 대여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작품 하나를 보러 지방 먼 곳까지 가기란 논문 쓸 때 아니고서는 꽤 어려운 일인데 이 전시가 한 번에 해결해줬다. 특히 해강 김규진의 그림.. 더보기
<유연한 공간>전을 보고 / 세화미술관 저녁노을이 질 때쯤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에 서서 노을이 지는 쪽을 바라보면 묵묵히 일하고 있는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을 볼 수 있다. 망치질 하고 있는 모습이 역설적으로 너무나 고요해서 마치 종교의식을 치르고 있는 느낌마저 드는 조각상이다. 구스타프 쿠르베가 19세기 파리의 노동자들을 성스럽게 표현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몸짓이랄까. 조각상 옆에는 흥국생명 빌딩이 있는데 이 건물 3층에 세화미술관이 들어서있다. 광화문을 자주 가면서 세화미술관 방문은 처음이었다. 언제나 빠르게 지나가는 길목에 있어서 지나다니며 언제 가봐야겠다고 다짐만 했다가 이번에 처음 다녀왔다. 이번 전시는 꼭 봐야겠다고 생각을 한 이유는 전시 소개글에서 찾을 수 있다. 관람객은 화이트큐브의 경직된 공간.. 더보기
Exhibition...'신여성 도착하다' 특별전의 짧은 단상 미술작품을 역사의 증거물로 사용하는 연대기적 전시 형식과 텍스트를 최소화하여 작품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전시 형식이 있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은 연대기적 전시형식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지식 함양과 볼거리는 많아 재밌는 전시였다. 그러나 명품이 명품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흐름 속에 부속물로만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전공자들은 명품이란걸 알고 나름 감동하며 감상할 수 있지만, 비전공자들에겐 명품인지 아닌지도 모른채 지나치게 되어있다. 물론 둘 중에 어떤 형식이 옳고 그르다는건 없다. 전시에 나올 작품의 성격과 큐레이터의 의도에 따라 적절하다고 여기는 형식을 따르면 될 뿐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립’이라는 의무감이 있기 때문에 과감한 형식을 선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최대한 스.. 더보기
일본에서 사온 도록, 책들 사실 단행본이나 도록보다는 도쿄에 한 일주일 머무르며 국회도서관에서 복사해오는게 더 유용하지만 이렇게나마 만족해야겠다. 좋은 전시들을 보고 논문에 사용할 도판들과 두고두고 참고할 사전류 책들을 사온게 어디랴 싶기도 하다. 7년 전쯤 석사논문 쓸 때 9박 10일동안 큐슈에서 차를 빌려 각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자료 찾던 때가 생각난다. 차를 렌트하니 점점 무거워지는 짐을 걱정할 필요없이 손이 닿는대로 모두 찾아오고 복사해올 수 있었다. 가끔 직장인으로 살면서 공부에 할애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마다 그 때처럼 한 달정도 일본에 머무르며 자료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다. 내가 지금 일하는 박물관을 과감하게 그만두고 옛날처럼 공부만 하기 위해 떠날 수 있.. 더보기
특별전을 오픈했습니다(전시실 사진 첫 공개) 하반기 전시를 오픈했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조선말기에 제작되었던 미술품들이 우리의 생각과 달리 꽤 화려하고, 세련됨을 갖추었다는 것을 조명하자입니다. 그중에서 저는 서예를 맡았습니다. 지난 특별전을 비롯해서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한 가지의 장르를 깊이있게 볼 수 있는 전시를 주로 해왔는데 이번에는 다양한 장르가 한 데 어우러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회화, 서예, 도자, 목공예품 등이 이야기 흐름에 맞게 배치되어 보는 재미가 꽤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품 설명글도 작품의 양식 소개는 물론이고 작품과 관련있는 역사적인 내용을 담는 것에도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전시를 보러 오시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작품과 설명글을 번갈아가며 차분히 감상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볼거리가 많은 전시이니 많이들.. 더보기
조선왕실의 포장 예술 in 국립고궁박물관(2017. 06. 27 ~ 09. 03) 이번 여름에도 전시회를 꽤 다녀왔지만 아직까지 하나도 리뷰글을 쓰지 못했다. 이래저래 일들이 많아서 블로그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지금, 늦었지만 하나씩 글로 풀어볼까 한다. 정성들여 찍은 사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하고 있는 특별전에 다녀왔다. 보자기를 비롯해 포장에 사용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미술이 아니다. 조금 범주를 넓히면 실용예술, 섬유예술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두고 흔히 공예품이라고 부른다. 이번 전시에서 접한 포장과 관련된 각종 공예품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장식성을 은은하게 내비치고 있었다. 왕실용 공예품답다는 생각이 전시를 보는 내내 들었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포장에 사용된 공예품이 주를 이루었고 그 중에서도 주인공격은 .. 더보기
에도시대 청화백자 400년전, 네즈미술관 오랜만에 간 네즈미술관. 3년 만의 방문이다. 처음 이곳을 왔을 때도 그랬지만 네즈미술관은 내가 가 본 일본의 미술관 중에서 가장 사립스러운 미술관이다. 마치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 같은 이미지이다. 네즈미술관의 건물이 간송보단 훨씬 세련되었지만 이것만 제외하면 소장품의 퀄리티, 미술관의 역사, 멋진 정원 등 많은 부분이 서로 닮아있다. 이번에는 1616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일본 청화백자 특별전을 보러 왔다. 정식 명칭은 컬렉션전이다. 일본 규슈 아리타지역에서 시작된 청화백자는 유럽과 1600년대 중반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에 청화백자를 수출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첫 시작은 조선 도공들에게 배우면서 이루어졌지만 청출어람이라 할 만하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는 왜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