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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교토국립박물관에 가다.

2017. 12. 1.


지난 주에 간 교토국립박물관의 <国宝>전. 호텔에서 일찍 나와 개관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했음에도 대기인원 2,500여명이 줄을 서있었다.

지난 2009년에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도 어마어마했지만 이번은 그의 수 십배는 더 긴 줄이어서 망연자실할만큼 충격이었다. 다른 일정도 소화하고 공항으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ICOM 카드를 가져가서 무료로 전시를 보는 등 이래저래 편의를 제공받았지만 줄은 똑같이 서야한단다. 가만히 둘러보니 이들은 마치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한 분위기였고, 차분한 대기 풍경에 더 놀랐다.


1시간 반 가까이 비를 맞으며 서있다가 겨우 들어갔는데 작품을 차분히 보는건 둘째치고 무사히 보고 나온거에 감사할 정도로 인파가 북적였다. 이렇게 사람이 몰리면 진열장 유리라도 밀려서 세콤이라도 울릴 법한데 미리 대비를 잘 한 것 같았다. 무로마치시대 수묵화의 유명 화가들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더욱 좋았지만 작품 교체 일정 때문에 셋슈를 못본건 아직도 아쉽다. 대신 슈분을 볼 수 있었지만 셋슈 쪽이 조금 더 끌리긴하다.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개인별, 연령별 취향이 강하게 구분되는 일본인들이 문화의 향유에서 자국의 전통문화가 기저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아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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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 청화백자 400년전, 네즈미술관

2017. 2. 11.


오랜만에 간 네즈미술관. 3년 만의 방문이다. 처음 이곳을 왔을 때도 그랬지만 네즈미술관은 내가 가 본 일본의 미술관 중에서 가장 사립스러운 미술관이다. 마치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 같은 이미지이다. 네즈미술관의 건물이 간송보단 훨씬 세련되었지만 이것만 제외하면 소장품의 퀄리티, 미술관의 역사, 멋진 정원 등 많은 부분이 서로 닮아있다.


이번에는 1616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일본 청화백자 특별전을 보러 왔다. 정식 명칭은 <染付誕生 : 400年(소메츠케 탄생 : 400년)> 컬렉션전이다. 일본 규슈 아리타지역에서 시작된 청화백자는 유럽과 1600년대 중반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에 청화백자를 수출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첫 시작은 조선 도공들에게 배우면서 이루어졌지만 청출어람이라 할 만하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는 왜란, 호란의 여파로 비싼 제작비가 들어가는 청화백자 대신 철화백자로 그 전통을 이어나가는 데 여념이 없었다. 철화백자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이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암튼 이번 전시를 보면서 홀로 탄식을 금치 못하며 감상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 질투 등이 마구 뒤엉킨채 나오는 탄식이었다. 그릇의 형태, 문양의 자유로움 및 정교함, 요즘 만든 그릇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세련된 감각 등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러한 감정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함께 나누고 싶지만 아쉽게도 네즈미술관은 전시실에서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한다.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다. 대개 촬영을 금하는 곳은 그 이유로 작품의 손상 방지와 저작권 보호를 들곤 하는데 이거 다 핑계다. 플래시만 안터뜨리면 아무리 촬영해도 손상가지 않는다. 삼각대만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된다. 그리고 저작권 보호는  전시 홍보차원에서 도움되지 않는 일일 뿐더러 어느 누가 전시실에서 촬영한 유물 사진을 책의 도판으로 사용하겠는가. 전경이면 모를까.


일본의 관람 문화가 유별나긴 한 것 같다. 전시실 내부에서 볼펜으로 메모하고 있으면 저 멀리서 스탭이 뛰어와서 특유의 간곡한 포즈와 표정을 담아 연필을 주기도 한다. 노출 전시면 이해하겠지만 전부 진열장에 들어가있는 전시여서 의아스럽긴 했다. 그 뿐인가. 내가 갖고 있는 샤프로 쓰고 있는데도 그건 연필이 아니라며 자신들이 제공하는 연필로 쓰라고 준 적도 있다. 암튼 이런 이유로 대강이나마 일본 청화백자의 자태를 가늠할 수 있도록 아래에 전시 포스터를 가져왔다.


전시를 보고 뮤지엄샵과 밖의 정원을 산책했다. 이제는 해외 미술관에 가면 내 전공과 밀접하지 않은 도록 및 책은 사오지 않기로 결심한 탓에 도록을 안샀는데 지금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머릿속에 찬란한 빛깔의 문양과 자유분방한 도안들이 계속 떠다닌다. 도자기를 이렇게 마음 속에 담아두기는 처음이다. 앞으로는 역시 “언제 쓰일지 몰라”라는 심정으로 쟁여두듯이 일단 사와야겠다.



네즈미술관에 방문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꼭 극단적인 원근법 구도로 촬영하곤하는 입구의 모습.



2층 전시실로 올라가기 전에 위치한 1.5층의 휴게실 모습. 애기를 데리고 온 일본의 젊은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 촬영했다. 저 애기는 나중에 크면 대부분의 미술사 교수님들의 자제들처럼 박물관이라면 학을 떼고 안가려 할까? 아니면 내가 부모님 손을 잡고 조선총독부 건물이 국립중앙박물관 시절이던 때부터 박물관을 들락거리다가 지금의 나로 성장한 것처럼 아주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1.5층 휴게실에서 내려다 본 1층의 로비.




정원과 네즈카페가 내다보이는 로비의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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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국립박물관

2016. 6. 28.


공원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다가 도쿄국립박물관을 향해 일어섰다. 조금 걷고나자 저 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2년 전에 왔을 때는 매표소 앞 뮤지엄샵이 막 시공 중이어서 구경을 못했는데 어떻게 꾸며놨는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박물관에서 가지고 간 ICOM 카드를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매표소에 가서 물어보니 그냥 카드를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따로 티켓을 발급받을 필요가 없어서 무척 편리했다. 정문을 통과하려는데 옆 간판에 그리스전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보너스로 보게 되나 싶어 기대했다가 자세히 보니 내가 귀국하는 다음 날 오픈이었다. 우리나라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일본 추구지 반가사유상 비교 특별전도 21일부터 해서 결국 못보게 되었는데 어째 여행 날짜를 잘못 잡은 듯하다. 아니. 한가로운 여행을 원했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잘 된 일일 수도 있겠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오른쪽에 위치한 동양관부터 구경하길 시작했다. 역시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하는 것은 중국 고대의 불상들과 화상석들이다.



불상 광배 뒤에 음각으로 그린 인물화들. 고대 인물화의 전형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상설전 내 테마전으로 고대 인도의 간다라, 마투라 불상전을 하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 미술의 영향으로 신체 비례와 표현 면에서 사실적인 양식을 볼 수 있다. 외모 역시 서양인의 모습을 닮아있다.




적당히 어두운 전시실에 격조높은 불상들이 곳곳을 자리하고 있으니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근육질의 그리스 조각상이 법의만 입고 있는 것 같을 정도로 그리스 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머리카락도 돌기로 표현하는 나발이 아니라 그리스식 곱슬머리이다.




그 옆에서는 인도 간다라, 마투라 불상전과 같은 시기에 제작된 중앙아시아 조각전도 함께 선보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이라크 하트라에서 출토된 <헤라클레스상>이다. 하트라는 1~3세기에 파르티아 제국이 로마제국을 상대로 세운 군사도시였는데 지중해를 접하고 있어 당시 동서 문화의 교류가 활발하였다. 그래서 이 작품처럼 그리스, 로마시대 작품도 출토되고 있다.



중국실로 올라가보면 이렇게 멋진 진열장 속에 전시된 고대 청동기와 당삼채 도기들을 볼 수 있다. 회화실에서는 송, 원, 명, 청대에 활동한 소위 무명화가들의 화보를 참고한 회화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참신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무명화가들을 조명하는 것도 참신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들의 작품과 화보의 비교를 전시한다는 것은 오랜 기간 연구가 축적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시 라인업이 오너의 취향에 좌지우지되는 사립보다 국립을 선호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일본의 박물관이 가장 부러운 것은 간행되는 책의 종류가 훨씬 많고 다채롭다는 점이다. 공부할 때 도움되는 사전류같은 도구서도 많아서 나는 일본에 가면 도록못지 않게 도구서도 많이 사온다. 아트상품들도 우리나라 것(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 박물관의 아트상품은 정말 촌스럽고 비싸기만 하다)과 달리 아기자기함, 세련됨, 귀여움 등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켜준다.




전시를 보고나오자 언제나 같은 곳을 지키는 아이스크림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왠지 이 날은 먹어보고 싶어졌다. 우지 말차맛을 주문했는데 아이스크림을 뽑는 방식이 재밌었다. 그저 냉장고에서 캡슐을 꺼내 아이스크림 기계에 넣기만 하면 나온다. 캡슐 방식은 처음 봐서 무척 신기했다. 지극히 일본스럽다는 생각을 한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우에노 공원을 빠져나왔다. 전시를 보고 책들을 사고 나오자 마치 해야만 하는 숙제를 끝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련함에 왠지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긴자로 옮겨갔다. '이제부터 진짜 관광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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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공원 스타벅스

2016. 6. 26.


이번 여행은 지난 여행들과 달리 특정 전시를 목표로 떠난게 아니었다. 그저 쉬고 싶은 마음에 일단 항공권만 예약해두고 아무 생각없이 떠난 여행이었다. 어찌보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항공권이 내 손에 있다는 사실은 바쁜 와중에도 위안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조금만 버티면...', '다음 주면 난 도쿄행 비행기에 있겠지.' 등의 생각을 하며 유달리 길고 힘들었던 전시 준비를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김포공항에서 아침 8시 비행기를 타고 10시쯤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곧장 모노레일을 타고 도쿄 시내로 들어와 타마치역 근처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우에노에 있는 도쿄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동양미술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도쿄국립박물관은 일단 성지순례하듯이 들르는 제1코스인 듯하다.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후 비행기와 터미널을 이어주는 터널에서 처음 본 도쿄의 하늘은 청명했다. 다만 기온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는데 역시 일본답게 습하고 꽤 더운 날씨였다. 우에노 역에서 내려 바로 공원으로 들어가지 않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시장과 식당가가 나온다. 점심 식사를 하러 적당한 집을 물색하던 중에 한 무리의 일본 고등학생들을 만났다. 이런 날씨 속에서도 교복을 스웨터까지 단정하게 입었다. 그만큼 더위에 강하다고 해야 좋을지, 아니면 규정을 잘 지킨다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는 상의를 바지 위로 빼입느냐, 넣어입느냐를 두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숨바꼭질을 엄청 했었는데.



그동안 숱하게 다녔던 일본 여행에서 스타벅스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그 중 하라주쿠의 스타벅스와 우에노 공원 속 스타벅스는 대표적인 오아시스였다. 하라주쿠는 대개 시부야부터 시작되는 쇼핑이 끝나는 지점이기 때문에 항상 힘든 상태에서 들렀기 때문이고, 우에노 공원은 도쿄국립박물관,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오랜 시간동안 전시를 보느라 얼얼해진 다리를 쉬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날은 일단 스타벅스부터 들리기로 했다. 어둑어둑한 새벽에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를 타고 오는동안 이미 꽤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여기에서 시원한 커피부터 한 잔 마시고 본격적으로 전시관람과 도록 쇼핑을 하기로 했다. 박물관에서만 4시간 정도 소요될게 분명하여 여유부터 챙긴 것이다.



금요일 낮인데도 주말처럼 사람이 많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현관문 밖까지 줄을 서고 있었고 스타벅스 직원은 메뉴판을 건네며 대기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으려 했지만 한국 메뉴에는 없던 치즈 케익 프라푸치노가 눈에 들어왔다. 그 맛이 정말 궁금했지만 그래도 달콤한 텁텁함보다는 청량함을 원했기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10년 전에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곧장 스타벅스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카페 문화가 정착되지 않던 때라 고등학생들이 거의 오지 않았는데(요즘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일본에서는 심심치 않게 고등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릴 때 커피 마시는거 아니라고 배워왔는데 뭔가 속은 느낌.



매장 내에 자리가 없어서 밖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아저씨들처럼 절로 "어이구 시원하니 조쿠나~"가 나왔다. 분명 더운 날씨였음에도 지붕 끝에서 맹렬한 기세로 뿜어내는 가습기 덕분에 촉촉하면서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여행에서 전시를 보는 것은 언제나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최단거리의 동선과 어떤 전시실부터 볼지, 어떤 종류의 도록을 살지의 결정을 수반한다. 자칫 실패하면 향후 몇 개월동안 혹은 1년 넘게 다시 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전에 TV에서 본 우동 한 그릇 먹으러 당일치기로 도쿄를 다녀온다는 화성인을 부러워했던 유일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점을 두고 볼 전시실과 도록 구매목록을 결정하고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를 말하던 순간 멈칫 거리게 하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병아리같은 유치원생들의 소풍 행렬이 펼쳐진 것이다. 고무줄을 턱에 끼운 노란 모자, 반바지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하얀 스타킹을 신은 전형적인 일본의 아이들. 남의 집 강아지와 남의 집 애기를 무척 좋아하는 나로선 한참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바다 건너 온 귀한 손님인 조선통신사의 화려하고 장대한 행렬을 생전 처음 구경하는 에도 사람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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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2016. 6. 22.


하네다 공항에서 빠져나와 도쿄 도심지로 가기 위해 모노레일을 기다린다.

단 맛이 빠져 더 청량함이 느껴지는 차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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