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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미술관

Book...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노트

2014. 12. 30.


앞선 글(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책, 참 별로다)에서 『영혼의 미술관』이라는 책의 디자인에 대해 비판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책 디자인이 별로라고 마무리 짓기엔 알랭 드 보통에게 너무 미안해서 글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내용을 소개할까 합니다. 갑자기 개인적으로 윤종신의 최고 명곡이라 생각하는 <잘 했어요>의 가사가 떠오르네요. "나도 잘 살 거에요. 또 아파하기엔 내 가슴에게 너무 미안해." ㅎㅎ


암튼 『영혼의 미술관』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아서 따로 필기해놓았던 문장을 소개하겠습니다. 읽어보면 알랭 드 보통이 미술에 대해 참 많은 시간을, 깊이 고민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겁니다.


1. 『영혼의 미술관』의 주제를 엿볼 수 있는 문장들


"이 책은 예술을 평가하는 다섯번째 기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예술은 심리 치유에 도움이 되는 정도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점이다."


"예술에서 무언가를 얻었다면 이는 그 예술을 이해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깊이 있게 탐구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예술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쁘게 여겨지지 않는다."


"예술 작품에 다가가기에 앞서 자신의 성격을 알고, 자신이 무엇을 위안하고, 되찾으려 하는지 안다면 유용할 것이다."


"우리는 고급 예술이란 외부인은 간섭할 수 없고, 간섭하려 해서도 안되는 아주 신비한 영역이라고 간주하는 낭만적인 사슬에 매여 있다. 그러나 예술가들에게 충고하고, 요구하기를 꺼리는 소극적 태도는 예술의 힘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키고, 이는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를 근본적으로 두려워하는 마음을 반영한다. 우리는 예술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요구를 꺼낼 자신감을 잃고, 예술가의 비체계적이고 신비한 영감이 우리의 중요한 필요를 충족시켜줄지 모른다는 희망을 운에 맡겨버린다."


2.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왜 미술사를 알아야하는지를 보여주는 문장들


"19세기 평범한 프랑스인에게 아스파라거스는 식재료나 내다 팔 작풀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1880년 에두아르 마네가 아스파라거스 몇 줄기를 섬세하게 묘사하자, 세계는 이 먹을 수 있는 다년생 개화식물의 조용한 매력에 이목을 집중했다. 붓놀림은 더 없이 섬세했지만 마네는 이 채소에게 아부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이미 존재했지만 사람들이 무시하던 매력을 드러냈다. 우리가 그저 보잘 것 없는 줄기를 볼 때, 마네는 각 줄기의 미묘한 개체성, 특유의 빛깔과 색조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것을 기록했다. 그렇게 그는 이 소박한 채소를 구원했고, 오늘 날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아스파라거스가 담긴 접시에서 행복하고 남부럽지 않은 삶의 한 이상을 보게 되었다."


"우리는 예술가들이 아직 우리의 눈을 뜨게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을 하찮게 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산은 본래 매력적이라고 우리는 습관처럼 가정하지만, 대체로 예술가들의 오랜 노력 덕분에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이는 면도 있다."


"현대 예술가들의 힘든 과제는 근대적인 풍경의 매력에 우리가 눈뜨도록 하는 것이며, 근대적 풍경의 특징은 단연 공학과 산업에 있다. 처음에는 급수탑, 고속도로, 조선소에 아름다울게 어디 있느냐고 항의하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 예술가들은 한 때 순결하고 숭고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최전선에서 우리를 도왔듯이, 근대적 풍경의 특이한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일에도 앞장서왔다."


댓글 1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문학동네, 2013) 책, 참 별로다.

2014. 12. 21.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문학동네, 2013) 책, 참 별로다.

지난 주까지 인문공간 넛지살롱에서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을 가지고 했던 강의가 모두 끝났다.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세심한 관찰과 말랑말랑한 글을 워낙 좋아해서 재밌게 읽고 강의도 재밌게 했는데, 매번 강의 준비할 때마다 힘겹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알랭 드 보통의 글 때문이 아니라 낭비라는 생각이 항상 들 정도로 너무 큰 판형과 무겁고 두꺼운 종이질 때문이었다. 더불어 메모하기 힘들 정도로 빳빳한 코팅 재질은 책 읽는 맛을 급격하게 하락시켰다.

우리나라 출판계는 반성해야한다. 아무리 출판 시장이 어렵다한들 이렇게까지 단가를 높이 올려서 책을 비싸게 팔면 안되지 않는가. 이러니 나같이 태블릿에 익숙한 사람들은 전자책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워낙 갖고 다니기 힘드니 말이다.

출판계에 종사했던 지인의 이야기로는 대형 출판회사들은 일단 책을 시장에 낸 후에 반응이 좋으면 하드커버를 씌우고, 종이를 비싼 것으로 다시 디자인해서 책값을 높이는 일을 흔히 한다고 한다. 나 역시 몇 번 그런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하드 커버로 다시 간행된 <총균쇠>가 그러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장식용으로 좋아하는게 아니라 손에 착 달라붙어서 일상 속에 녹아들 정도로 책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대형 출판사들 반성 좀 하길 바란다.

댓글 2
  • 이정희 2014.12.29 1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만 이런 생각을 한게 아니네요. 읽기가 싫어져서.. 덮어두고 있어요.. 알랭드 보통의 불안이란 책을 너무 인상깊게 읽어서 작가이름만 보고 단숨에 사버렸더니.. 많이 아쉬운 책인 것 같습니다.

    • 출판사가 저자의 명성을 해친 격이 되어버렸네요. 이 책도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문고판처럼 나왔다면 한동안 가방 속에 매일 넣고 다니며 좋아할텐데 말이죠. 한페이지 넘길 때마다 손이 베일 것 같은 불안감이 들 정도니.. 저도 많이 아쉬운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