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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전시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전을 보고 / 서울시립미술관

2019. 3. 13.


1950년대는 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이 유입되면서 서양화단뿐만 아니라 동양화단에도 큰 영향을 끼쳤던 시기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서양미술의 전통이 아닌 서화 중심의 동양미술 전통이 근간으로 발전해온 우리나라 화단에 갑자기 서양 현대미술이 들어온 문화적 충격이라 할 만하다. 생선은 당연히 구워먹는 것이라 여겨왔던 서양인들이 회를 처음 접한 격이랄까. 이럴때 당시 우리나라 화가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어떤 눈으로 추상회화를 바라봤을까.

이 의문은 현재 학계에서도 활발하게 논의중인 주요 논점이다. 이 논의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동양화단, 서양화단으로 양분하여 연구해온 풍토를 통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술사에서 전공을 구분할 때부터 한국미술사, 서양미술사로 구분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국미술사 전공자들은 근대를 연구할 때 동양화단을 주목하고 배경지식도 지필묵의 동양회화가 근간에 깔려있어 서양미술을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더 나아가서 오히려 서양미술사 전공자가 연구할 때 단점이 더 크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근현대를 수놓은 대부분의 화가들은 처음 회화학습을 할 때 동양회화로 시작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예술론을 이해하려면 문인화론과 같은 동양회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수강생들이나 후배들이 진학에 대해 상담을 요청해오면 '만약 나라면?' 혹은 '만약 내 자식이라면 어떻게 하라고 할까?'를 염두에 두고 말해주려고 노력한다. 인생에 중요한 것은 공부만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정말 공부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근현대미술을 전공하고 싶다면 한국미술사 전공으로 진학하라고 이야기해줄 것 같다. 서양미술사를 깊이 공부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결국 최종 연구할 대상은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살아온 한국인에 의한, 한국미술, 한국문화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개 전공을 정할 때 시대로 구분하곤 한다. 그래서 서구권 외국 학자가 나에게 뭘 전공하냐고 물었을 때 "한국회화사를 전공한다", "중국불교미술을 전공한다"는 식으로 말해주면 갸우뚱거릴 때가 많다. 그들은 "18세기 미술을 전공한다", "르네상스시기 미술을 전공한다" 등 시대 전반으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시대로 전공을 구분하면 그 시대의 미술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당시 제작된 회화, 조각, 공예, 건축, 그리고 각종 시각이미지까지 모두 연구해야한다. 왠지 전공의 샤프함(?)이 없어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넓게 공부해야 외곬수적인 생각을 방지할 수 있다. 다채로운 학설 전개도 가능하다. 점차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오랜만에 서울시립미술관에 들러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 전시를 보고 왔다. 급하게 미술관 2층에 있는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을게 있어 갔다가 겸사해서 전시도 봤다. 한묵의 전성기를 장식한 작품은 그래픽적인 요소가 강한 기하학적 추상회화이다. 그러나 그의 회화전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 보면 그의 화업도 역시 붓과 먹을 사용한 경험이 묻어나오는 작품도 상당하다. 그리고 최소 조형요소인 색, 선을 통한 형태의 발현에는 도교적 세계관도 감지할 수 있다.

이 전시를 보면서 처음에는 그 연세에도 회화혁신을 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한 점에 놀랐고, 젊은 나보다 훨씬 젊은 감각에 놀랐다. 하지만 작품들을 보면 볼수록 서양 미술사조라는 틀 속에 위치한 공간,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전통 서화의 추상성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급하게 논문 한 편을 쓰고 있어 정신없긴 하지만 얼른 마무리짓고 다시 한 번 보러갈 예정이다. 전시는 3월 24일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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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미술 - 빛의 길을 꿈꾸다>전을 보고 /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관)

2018. 12. 1.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관)에서 하고 있는 <대한제국의 미술 - 빛의 길을 꿈꾸다>전에 다녀왔다.


보통 전시를 가면 작품에만 집중해서 보는 편이다. 전시 디자인은 안타깝게도 '거기서 거기'라는 허무함을 갖고 있는 데다가 작품이 지닌 미적 가치가 전시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전시 역시 근대 명품들을 공부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방문했다. 그런데 제1실부터 이 전시를 보는 관점을 달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 전시는 작품 선정 및 설명, 전시 디자인, 전시 구성이라는 주요 3요소를 모두 성취했다. 전국의 국립, 사립 기관, 그리고 개인소장가들의 근대 대표작들을 대여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작품 하나를 보러 지방 먼 곳까지 가기란 논문 쓸 때 아니고서는 꽤 어려운 일인데 이 전시가 한 번에 해결해줬다. 특히 해강 김규진의 그림을 바탕으로 수를 놓은 <자수매화병풍>은 최초로 공개되는 것으로 전시의 수준을 한껏 올려주었다.


전시 구성 역시 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센스와 고민을 엿볼 수 있게 해줬다. 미술사 전시는 언제나 초점을 어디에 맞출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당시의 시대상을 증명해주는 도구로서 작품을 내놓을지, 아님 작품의 예술성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출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이 전시는 대한제국이라는 암울한 시대상을 한 꺼풀 벗겨 재조명하는 것도 목표로 삼았기에 역사적 맥락 역시 중요했다. 그렇다고 근대 거장들의 대표작들을 단순한 사료로 취급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제1실부터 제7실까지 이어지는 전시공간의 앞 부분은 근대 사진자료들과 함께 우리가 왜 대한제국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충실한 스토리텔링으로 소개했다. 그리고 후반부는 근대미술의 미술사적 가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시했다. 근대 서화가들의 요람인 '서화미술연구회', '동연사' 섹션이 대표적이다.


마지막 공간에는 개인적으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스케일면에서, 작품 수준에서 자랑할만 하다고 여기는 창덕궁 대조전 벽화를 미디어아트로 대신하였다. 현실적으로 벽화를 대여해서(비단에 그린 작품이긴 하지만) 전시하기란 꽤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 왕실 미술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마감하는 이 작품들은 대한제국 전시의 필수이기에 미디어아트로 대신하여 그 스케일을 눈과 귀로 만끽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전시 공간 역시 꽤 큰 정성을 들인게 느껴졌다. 왕실 내부의 모습을 심플한 벽체로 꾸몄는데 마치 평일 한 낮에 아무도 없는 종묘에 들어선 듯한 고요한 위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의관을 정제해야만 될 것 같았다.


사진찍기 좋도록 꾸미고 전시 공간 디자인에만 집중하는 전시 풍토에 국립기관으로서 모범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 세 번 봐야할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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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초상화의 비밀展에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Tip

2011. 10. 24.
[국립중앙박물관] 초상화의 비밀展


화창한 일요일 오후인데, 잘 쉬고 계신가요? 올해 가을도 곳곳에서 좋은 전시를 많이 하더군요. 간송미술관, 리움미술관 등등 지금쯤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은 쉽게 볼 수 없는 초상화를 주제로 전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꼭 가실 것을 추천하고 싶네요. 지난 9월부터 11월 6일까지 열리는데 미술사 전공자들 사이에서도 개최 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전시입니다. 그 이유는 초상화라는 작품의 특성상 한 박물관에 몰려서 소장되어 있기보다는 초상화의 주인공 가문이 대대로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 전시처럼 한곳에 다 모일 기회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죠. 즉, 이렇게 싸그리(?) 모아놨을 때 얼른 가서 한번에 다 보고 오는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태조 어진>(1872년, 2011년본), 흥선대원군 <이하응 초상>, <순종황제 어진> 등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여서 개막 첫날부터 반응이 좋더군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가서 보시길 바랍니다. ^^


[국립중앙박물관] 초상화의 비밀展에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Tip


이번 전시를 가실 예정인 분들은 몇가지 소소한 정보를 미리 알고 가시면 더욱 재밌게 보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은 저도 전공자이면서도 따로 공부하지 않고 가면 '음.. 그림 좋구만...' 이렇게 보고만 나오거든요. 공부가 많이 부족해서 말이죠. ㅜㅜ


1. 동양미술은 서양미술에 비해 추상적이다?


저 역시 미술사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서양미술은 기하학적이고, 사실적인 묘사인 반면, 동양미술은 상대적으로 감각적으로만 그리기 때문에 추상적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장르별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함부로 일반화 시키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되죠. 예를 들어 동양의 산수화 중에서도 눈에 보이는 풍경을 실제로 화폭에 담으려 했던 실경산수화 같은 경우는 지금 그림의 대상이 되었던 장소에 가도 한번에 알아볼 수 있을만큼 사실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즉 장르별로 개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꼭 서양미술만이 사실적이고, 동양미술은 추상적이라는 생각은 버리시는게 좋아요.

이번 <초상화의 비밀展>의 경우는 특히 이런 편견을 버리고 가셔야 합니다. 동양,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의 초상화는 그림의 대상인 주인공의 얼굴을 털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사실에 입각해서 그리려고 한 점이 특징입니다. 이 점이 우리나라 초상화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이죠. 심지어 초상화에 나타나있는 반점, 두드러기 같은 것을 보고 당시 그 주인공이 어떤 병을 앓았는지, 체질이 어떠했는지까지 유추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초상화는 철저한 사실적 묘사에 입각한 그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 초상화에 보이는 의관 착용법의 차이?


이렇듯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리되, 주인공의 인물 됨됨이까지 끄집어내려고 했기 때문에 초상화를 통해서 주인공이 어떤 성격이었고, 어떤 사상이었는지 추측 가능합니다. 또한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다들 잘 아시다시피 당쟁이 굉장히 치열하게 전개가 되었는데요. 예를 들어, 정조를 내내 압박하고 견제했던 가장 큰 정치조직(?)인 노론, 노론과의 권력다툼에서 밀려난 남인계열 등등이 있죠. 이들 정치세력은 단순히 힘겨루기만 한 것이 아니라 원래는 사상적으로도 견해의 차이를 보이는 학파이기도 합니다.

즉 정치세력별로 고전(특히 성리학)에 대한 해석이 달랐기 때문에 그에 입각해서 의관을 착용하는 것도 구분이 되었습니다. 초상화를 통해서 노론의 의관 착용법, 소론의 의관 착용법, 남인 등등 다르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도 그 차이를 한번 찾아보면서 관람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입니다.

한가지 Tip을 알려드리자면, 율곡 이이의 학설을 추종한 노론계열의 초상화는 주로 복건(옆의 사진 참고)을 착용했고, 퇴계 이황 계열인 남인의 초상화는 사방관을 착용했는데 한번 직접 확인해보세요.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3. 외국 유출 초상화도 볼 수 있는 기회


2년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된 안견의 <몽유도원도> 모두 기억하시죠?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인 <몽유도원도>는 현재 일본 덴리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역사의 풍랑 속에서 우리나라 미술품이 해외(특히 일본)로 유출된 경우는 굉장히 많죠. 안타깝게도 해외로 유출된 작품은 쉽게 접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몽유도원도>와 같이 유명한 작품은 일본 내에서도 볼 기회가 흔하지 않죠.

또 덴리대학교 도서관이 박물관이 아니기 때문에 전시를 해야만 하는 곳이 아니라 더욱 접하기 힘든 작품들입니다. 그런데 이번 <초상화의 비밀展>에서는 일본 덴리대학교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나라 초상화와 중국, 일본의 초상화도 함께 전시되기 때문에 보기 힘든 우리나라 초상화도 볼 수 있고, 또한 한중일 초상화를 비교해가며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 Tip!! 주말에 국립중앙박물관 가실 때는 절대 차를 가지고 가지 마세요. 그냥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차도까지 늘어서 주차되어있는 차들을 보면 아찔하죠.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 주변에는 식당가가 전혀 없기 때문에 식사는 박물관 내에 위치한 까페, 편의점, 분식집, 한식당 등에서 해결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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