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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문학동네, 2013) 책, 참 별로다.

2014. 12. 21.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문학동네, 2013) 책, 참 별로다.

지난 주까지 인문공간 넛지살롱에서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을 가지고 했던 강의가 모두 끝났다.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세심한 관찰과 말랑말랑한 글을 워낙 좋아해서 재밌게 읽고 강의도 재밌게 했는데, 매번 강의 준비할 때마다 힘겹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알랭 드 보통의 글 때문이 아니라 낭비라는 생각이 항상 들 정도로 너무 큰 판형과 무겁고 두꺼운 종이질 때문이었다. 더불어 메모하기 힘들 정도로 빳빳한 코팅 재질은 책 읽는 맛을 급격하게 하락시켰다.

우리나라 출판계는 반성해야한다. 아무리 출판 시장이 어렵다한들 이렇게까지 단가를 높이 올려서 책을 비싸게 팔면 안되지 않는가. 이러니 나같이 태블릿에 익숙한 사람들은 전자책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워낙 갖고 다니기 힘드니 말이다.

출판계에 종사했던 지인의 이야기로는 대형 출판회사들은 일단 책을 시장에 낸 후에 반응이 좋으면 하드커버를 씌우고, 종이를 비싼 것으로 다시 디자인해서 책값을 높이는 일을 흔히 한다고 한다. 나 역시 몇 번 그런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하드 커버로 다시 간행된 <총균쇠>가 그러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장식용으로 좋아하는게 아니라 손에 착 달라붙어서 일상 속에 녹아들 정도로 책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대형 출판사들 반성 좀 하길 바란다.

댓글 2
  • 이정희 2014.12.29 1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만 이런 생각을 한게 아니네요. 읽기가 싫어져서.. 덮어두고 있어요.. 알랭드 보통의 불안이란 책을 너무 인상깊게 읽어서 작가이름만 보고 단숨에 사버렸더니.. 많이 아쉬운 책인 것 같습니다.

    • 출판사가 저자의 명성을 해친 격이 되어버렸네요. 이 책도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문고판처럼 나왔다면 한동안 가방 속에 매일 넣고 다니며 좋아할텐데 말이죠. 한페이지 넘길 때마다 손이 베일 것 같은 불안감이 들 정도니.. 저도 많이 아쉬운 책이었습니다. ^^

Books...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by 오은

2014. 10. 1.

 

Igor Termenon, 2012- present, 2012

 

1년

 

1월엔 뭐든지 잘될 것만 같습니다

총체적 난국은 어제까지였습니다

지난달의 주정은 모두 기화되었습니다

 

2월엔

여태 출발하지 못한 이유를

추위 탓으로 돌립니다

어느 날엔 문득 초콜릿이 먹고 싶었습니다

 

3월엔

괜히 가방이 사고 싶습니다

내 이름이 적힌 물건을 늘리고 싶습니다

벚꽃이 되어 내 이름을 날리고 싶습니다

어느 날엔 문득 사탕이 사고 싶었습니다

 

4월은 생각보다 잔인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한참 전에 이미 죽었기 때문입니다

 

5월엔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옵니다

근로자도 아니고

어린이도 아니고

어버이도 아니고

스승도 아닌데다

성년을 맞이하지도 않는 나는,

과연 누구입니까

나는 나의 어떤 면을 축하해줄 수 있습니까

 

6월은 원래부터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꿈꾸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7월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봅니다

그간 못 쓴 사족이

찬물에 융해되었습니다

놀랍게도, 때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8월은 무던히도 덥습니다

온갖 몹쓸 감정들이

땀으로 액화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살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9월엔 마음을 다잡아보려 하지만,

다 잡아도 마음만은 못 잡겠더군요

 

10월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책은 읽지 않고 있습니다

 

11월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밤만 되면 꾸역꾸역 치밀어오릅니다

어제의 밤이, 그제의 욕심이, 그끄제의 생각이라는 것이

 

12월엔 한숨만 푹푹 내쉽니다

올해도 작년처럼 추위가 매섭습니다

체력이 떨어졌습니다 몰라보게

주량이 늘었습니다 그런데도

잔고가 바닥났습니다

지난 1월의 결심이 까마득합니다

다가올 새 1월은 아마 더 까말겁니다

 

다시 1월,

올해는 뭐든지 잘 될 것만 같습니다

1년만큼 더 늙은 내가

또 한번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2월에 있을 다섯번의 일요일을 생각하면

각하(脚下)는 행복합니다

 

나는 감히 작년을 승화시켰습니다

 

오은,『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달이 바뀔 때마다 달력을 넘기듯이 저는 시인 오은의 1년이라는 시를 읽습니다. 1월부터 12월까지의 누구나 한번쯤은 했을 법한 생각과 다짐들이 '1년'이라는 오은의 시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의 시처럼 9월엔 마음을 다잡아보려 했지만 마음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하는 책은 책상에 쌓여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2014년 1월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월이 되었습니다.10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제가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봅니다. 저는 졸업을 앞둔 4학년이라는 신분으로 졸업 후의 삶에 대한 막막함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과 함께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연애도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여러모로 힘든 시간이지만 성숙해지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10월을 맞이하는 지금, 무언가를 얻으셨고 무언가를 잃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해도 이제 10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와 조금은 지쳤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은의 시집인『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와 박가을의 노래 '일어서자'를 추천하며 짧은 글을 마칩니다. 우리 함께 일어서요.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저자
오은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4-1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모든 것을 지시할 수 있지만, 어디에도 다다를 수 없는 '언어'...
가격비교

 

 

 

댓글 2
  • 헤원 2014.10.02 0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라는 표현이 너무 잘 어울리는 계절이네요. 저도 영화를 보든 레스토랑을 찾든 분위기를 먼저 보는 사람이라 참 와닿는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거기에 저도 보미님처럼 읽을 책들은 점점 쌓여가는데 읽지는 않고 탑쌓기만 하고 있네요.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ㅎ

Books...장소의 쉼표,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by 이광호

2014. 8. 18.

“모든 장소는 시간의 이름이다.”『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모든 사람들에겐 ‘쉼’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대개 사람은 2가지 유형에 따라 휴식을 취한다. 바로 정적인 휴식과 동적인 휴식이다. 나는 지극히 정적인 쉼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쉼’이란 혼자서 한 장소를 산책하며 그 곳의 카페, 미술관을 구경하고 오는 것이 소소한 일상의 쉼표이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광호의 책『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와 함께 용산을 산책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녹사평역, 낯선 산책의 시작

 

 

녹사평역의 복잡한 에스컬레이터와 출구를 마주하면, 잠시 내가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복잡하게 배열된 에스컬레이터들과 출구, 사람들 사이 속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나에게 낯설음을 준다. 책의 저자인 이광호 작가는 이 역의 기하학적 화려함은 바깥 풍경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기하학적인 녹사평역을 잠시나마 구경하고 낯선 산책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새벽 질주 in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용산 지역 중 녹사평을 선택한 이유는 익숙하지 않은 갤러리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의 독특한 전시 주제 때문이다. 이 전시는 전시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자율적으로 존재하는 작품이 전시를 위해 ‘봉사’하고 있고 큐레이터는 기획이 아닌 ‘매체’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주제가 없는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 기존과는 다른 감상을 제공하고자 한다.

 

세 명의 기획자가 참가한 이 전시는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바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난해했으며 작은 소책자에 적힌 작품 설명들은 작가의 인터뷰 내용, 이야기 등으로 이루어져 바로 이해하기에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내가 과연 기획자들의 의도한 전시와 작가들의 작품을 올바르게 감상했는지 의문이 들어 아쉬웠지만 전시를 향한 기획자들의 생각과 출발점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in 카페 보통(BOTTON)

 

 

 

녹사평역 근처에는 유명하고 좋은 카페들이 많았지만 혼자 가기에 편하고 아늑한 카페를 가고 싶어서 카페 보통이라는 곳을 찾았다. 약 5개의 테이블, 종이 박스로 만들어진 특이한 의자와 창문 너머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페 보통처럼 아늑하고 조용한 카페에 앉아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하며 차분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느긋한 마음으로 쉬어가는 산책

 

문학동네 임프린트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는 여행과 관광이 아닌 느긋한 마음으로 예술가들의 길을 따라 산책을 하며 저마다의 ‘나’를 발견하자는 의도로 시작되었다. 그 첫 번째 시작인 이광호 작가와 그의 산책길 용산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전해들을 수 있다. 그는 말한다. 모든 장소의 이름은 시간의 이름이라고. 그의 말처럼 모든 장소에는 시간과 삶이 깃든다. 그것들이 합쳐져 장소의 명칭이 붙여진다.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는 우리가 마음을 잠시 쉬고자 할 때 책과 함께 그 장소를 방문하여 예술가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 가길 바라지 않을까? 산책을 통해 걸었던 장소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저자
이광호 지음
출판사
난다 | 2014-06-1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문학동네 임프린트 난다에서 새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걸어본다’...
가격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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