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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어느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의 첫 도쿄 여행

2016. 2. 13.

마르게리타 우르바니(Margherita Urbani)


예전부터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무척 부러웠다. 기본적으로 생각과 감정을 전달할 때 글만큼 직관적이고 큰 힘을 가진 것은 없다고 믿고있다. 하지만 이미지가 주는 울림이 더 크고 날카로울 때도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글과 이미지를 모두 다룰 수 있는 미술사를 전공한 것이다. 나는 이미 창조된 것을 분석하여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이다. 공부에서도 그렇고, 업으로 삼고 있는 큐레이터로서도 그러하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내가 창조의 주체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퀄리티가 높지 않아도 좋다. 그저 내가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아볼 수준이면 만족할 것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정도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해 여전히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부러울 뿐이다(여담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요즘 사진에 무척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의 이러한 부러움을 건드리는 존재를 발견했다. 여행의 로망 중 하나가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그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몰스킨 노트에 그림과 간단한 글로 남기는 것인데 나에겐 언감생심일 뿐인 이 로망을 그대로 실천한 결과물을 발견해버린 것이다. 바로 이탈리아의 마르게리타 우르바니(Margherita Urbani)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그녀는 처음 일본 도쿄로 여행갔을 때 노트에 인상적인 사람 혹은 사물을 간단하게 그리고 그 옆에 당시의 감정을 글로 써놓았다. 그 어떤 여행의 기록보다 생생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그림과 글을 보면 타문화권의 충격과 놀라움도 엿볼 수 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인 우리야 일본의 문물이 익숙하겠지만 그녀에겐 낯선 것도 분명 존재했던 것이다.


그녀는 이러한 경험을 『Tokyo Diary』라는 이름의 책으로 엮어서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립출판 서점으로 유명한 유어마인드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 책을 아직 사본 것은 아니지만 아래 이미지들 몇 개만 봐도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도 가장 특징적인 면을 포착해서 잘 그렸고, 글 역시 센스와 유머와 설렘이 모두 묻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그림을 못그리니 작년에 다녀왔던 런던과 파리에서 찍은 사진을 가지고 짤막한 글과 함께 엮어서 써볼까?




가장 크게 웃었던 부분이다. '文'이라는 한자를 도토리로 부르다니. ㅎㅎ




도쿄에 여행을 간 여느 여행객들처럼 그녀도 밤에 도쿄도청 전망대에 올라가 '동경 야경'을 보며 사랑에 빠졌나보다.(via Margherita Urb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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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홀로 떠난 일본 여행기 (1)

2014. 7. 6.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지만 본래 목적 없는 여행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며 푹 쉬고 오겠다는 식의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집에서 편안히 쉬며, 서울에 있는 미술관이나 영화관에 다녀오는게 오히려 더 쉬는 것일텐데 뭐하러 돈을 들여가며 다녀오면 더 피곤해 할 여행을 다녀오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어릴 때부터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여행이란 어떤 전시를 보고 오겠다, 어떤 자료를 구해 오겠다는 목적성이 강한 것이 되었다. 그나마 30대 중반이 되면서, 바쁘게 지내게 되면서 서서히 위에서 언급한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한켠 이해가 되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본래 나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싶은 것인지 나 스스로는 아무런 목적 없는 여행을 훌쩍 떠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박물관에서 일 하고, 강의를 하며 지내면서 사소한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요즘이었다. 불과 몇개월 전만 해도 카페에서 강의 자료를 만들고, 책도 읽고, 글도 쓰는 여유를 자주 부릴 수 있었지만 요즘은 1시간이라도 카페에 앉아있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일상과 단절된 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강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떠나자니 사치를 부리는 것만 같았고, 결국 일본 이데미츠미술관의 특별전을 찾아냈다. 내가 여행을 떠나기 위한 정당성 부여이자, 핑계 거리를 찾은 것이다. '이 전시는 공부에 꼭 필요해', '이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미술사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자세가 글러먹은거야' 라며 스스로 세뇌를 시켰다. 그리고 서둘러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그동안 해외에 나가면서 이렇게 서두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일본으로 홀로 떠날 수 있었다. 주된 목적은 전시 관람과 자료 수집이었지만, 그보다는 혼자 돌아 다니며 사색에 빠지고, 향후 계획에 대해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의도한 대로 이 여행이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3편으로 나누어 이곳에 소개하고자 한다.


한 두 번 써본 것도 아니었고 귀찮은 마음에 이 전에는 직업란을 대충 채우곤 했는데 이번에는 괜히 느낌이 달랐다. 그래봤자 누구 한 명 보지도 않을테지만 처음으로 'curator'라고 써봤다. 뭔가 느낌이 달라 혼자 킥킥 대며 좋아하고 말았다. 어쩌면 나를 소개해주는 타이틀에 연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도 잠시 해보았다.


도쿄 나리타 공항 도착. 나에게 있어 나리타 공항이란 2004년에 배용준이 나리타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대대적이었던 환영 일파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다. 뉴스로 나리타 공항을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큰 공항이구나 싶었는데 이제는 인천 공항과 비교하게 되며 그저 그런 공항으로 남아있다.

저녁 비행기여서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곳을 들를 여유도 없이 바로 아키하바라 근처의 호텔로 갔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도심으로 올 때는 케이세이 버스가 최고이다. 나리타 익스프레스 등에 비해 시간도 빠르고, 가격도 900엔으로 저렴한 편이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올 때 공항 리무진이 공항 철도보다 편한 것과 같은 개념이라 생각하면 된다.

케이세이 버스를 타고 도쿄역에 내려서 다시 야마노테선(우리로 치면 2호선)을 타고 아키하바라로 왔다. 체크 인부터 하고 바로 근처에 있는 술집으로 향했다.


저녁 식사를 해야되는데 그냥 라멘이나 덮밥집 말고 술도 즐기고 싶었다. 들어가자마자 주문한 것은 레몬 사와(도수 약한 레몬 소주)와 회.


원래는 이 술들을 다 마셔보고 싶었지만 일정을 봐서 참았다. 딱 한 잔씩만 마시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후회는 남는다.


일본 술집 답게 양이 너무 부족했다. '최고의 음식은 양이 많은 것'이라는 신조를 지키며 살아온 나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인천 공항에서 점심 식사를 면으로 먹어서 저녁에는 쌀밥을 먹어줘야만 할 것 같았다. 면 요리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래도 나름 균형을 맞춘답시고 그 다음 끼니는 꼭 쌀밥을 먹는 편이다. 얼마나 균형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음만이라도 편하고자 해온 습관이다. 그래서 쌀밥을 하나 주문했다. 회와 쌀밥의 조화. 얼핏 이상한 조합 같지만 나름 괜찮다. 레몬 사와를 국물 삼아 함께 먹었다.


회, 쌀밥, 레몬사와. 왠지 술집 직원의 이상한 눈초리가 느껴지는 듯했다. 실제 맛도 뭔가 밍숭맹숭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소스가 뿌려진 닭꼬치를 2개 주문했다. 소스가 밥과 어우러지면서 그나마 어색한 조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식사를 마치고 맥주 한 잔을 더 마신 후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 와서 한 일은 샤워하고, 다음 날 동선 생각하고, 멍하니 일본 TV를 보며 일본에 온 느낌을 만끽하다가 잠든 것이 전부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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