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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레산스이

또 하나의 우주...가레산스이(枯山水), 일본 교토

2013. 6. 20.


일본의 문화를 보면 인위적인 맛이 나는게 참 많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뭔가 아기자기하고, 색감도 진하고, 선이 딱 떨어지는 심플함이 깔끔한 것을 유독 좋아하는 요즘의 트렌드에 잘 부합하는 듯 하다. 나도 물론 이러한 심플함을 좋아하는데 가끔 보면 너무 인위적인 맛이 나서 느끼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다. 너무 심플하다보니 왠지 '미끄덩'거린다고나 할까?

심지어 일본인들은 정원을 꾸밀 때도 자연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려했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인위적으로 변형을 가해서 인공적인 미를 추구하였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교토 선종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레산스이(枯山水)>이다.


우리나라 불국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랭이공법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랭이공법은 말 그대로 건축의 재료가 되는 돌을 인위적으로 깍아서 짜맞추는게 아니라 오히려 본래 모습 그대로 살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단순히 미적 취향에 그치는게 아니라 지진에 강한 실용적인 측면도 내포된 당시 첨단 공법이다.

어느게 더 우월한지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다양성의 관점에서 보면 둘 모두 각자의 역사 속에서 의미를 부여받으며 발전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양의 트렌드가 곧 전세계 트렌드가 되는 요즘의 시각에서는 내츄럴한 것보다는 인위적이지만 심플함이 살아있는게 더 인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그런 문화 속에서 자라와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이 것을 더 좋아한다. 심플, 깔끔, 진함이 살아있는..

그래서인가 교토에서 본 <가레산스이>는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아파트인데 발코니에나마 이것을 재현하고 싶은 욕구가 많이 솟아난다. '인위적인 가공을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지 않나? 이 것 나름의 철학만 뚜렷하다면..'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댓글 2
  • 저 형식의 바닥?은 고야산 곤고부지에서 그리고 가가와현 다카마츠 리츠린 정원에서 봤었어요.
    파도가 일렁일렁~ 하는 기분이긴 했지요.

    • 많은 곳을 여행하셔서 카레산스이 자주 보셨겠네요. 여름에 가서 봤을 때는 툇마루에 앉아서 가만히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고 시원하니 좋더군요. ^^

[일본 미술] 일본의 물은 없지만 물이 흐르는 정원, 가레산스이(枯山水)

2011. 12. 10.

[일본 미술] 일본의 물은 없지만 물이 흐르는 정원, 가레산스이(枯山水)


일본에서 물은 없는데, 물이 흐르는 정원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그것은 바로 일본 교토에 여행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한번쯤 보셨을 '가레산스이' 정원을 말합니다. 오래 전부터 중국과 한국의 문인사대부들이 공유하던 취미 중 하나가 자신의 정원을 꾸미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일본에서 중세 무로마치 시대 때, 선승들이 받아들여 발전시킨 일본 고유의 정원 양식이죠.

물 없이 어떻게 물이 흐르는 정원을 꾸미냐구요? 바로 돌과 자갈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요. ㅎㅎ

난젠지(南禪寺)의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 일본 교토

큰 바위는 산(혹은 섬)을 의미하고, 갈퀴로 문양을 낸 자갈들은 물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산수를 표현함과 동시에 또 하나의 우주를 상징하는 것이죠. 얼핏 보기에는 그냥 깔끔한 맛을 느끼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몸을 최대한 숙여서 낮게 바라보면 정말 드넓은 산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저도 불교 선종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만, 가레산스이는 바로 선종의 교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조용한 교토의 선종 사찰에서 가레산스이를 바라보며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다보면 깨달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차분함, 고요함을 즐길 수 있더군요.

교토에는 무로마치 시대부터 번성한 선종 사찰이 많습니다. 유명한 다이도쿠지(大德寺), 쇼코쿠지(相國寺), 난젠지(南禪寺) 등 많은 선종 사찰이 있는데, 대부분 이러한 양식의 가레산스이 정원을 꾸며놓고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소위 말하는 '동양적인 것' 하면 '깨달음', '참선'과 같은 정신적인 것을 생각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눈에는 이러한 풍경만이 '지극히 동양적인 것'으로 보이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선종 사찰에 가보면 항상 서양인들이 많이 오더군요.

하긴 바꾸어 생각해보면 우리도 '서양적인 것'하면 으레 고딕 양식의 성당을 떠올리긴 하네요. ㅎㅎ

가레산스이 정원





일본 가레산스이 정원에 대해서 다양하게 더 보고 싶으신 분들은 위키미디어로 구경하세요.[바로가기]
사찰 별로 가레산스이 사진이 있습니다 :)


일본 여행은 뭐니뭐니해도 교토가 최고! ㅋ


일본 여행은 쇼핑을 우선시 할 때는 도쿄로, 문화체험을 우선시 할 때는 교토로 가는데 교토에 가시게 되면 꼭 선종 사찰들을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우리나라의 불교 사찰들은 조선시대를 거치며 대부분 산 속 깊이 들어갔기 때문에 '절을 간다'고 하면 으레 등산을 떠올리게 되는데, 일본의 사찰들은 역사적으로 한 번도 탄압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도 사찰들이 큰 대로변에 있는 것이 생소하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가 산책하듯이 구경갈 수 있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좋았습니다. ^^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하기로 한 곳이 원래 교토와 수도인 도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사를 연구하는 미국 학자들이 문화유산을 많이 갖추고 있는 교토만큼은 절대 훼손해선 안된다고 펜타곤에 강력한 항의를 여러차례 해서 원폭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었죠.

그래서 현재 교토는 우리나라의 경주만큼이나 문화유산이 잘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많은 문화유산 덕분에 교토는 일본의 주요 교통수단인 전차나 지하철 대신 버스를 많이 이용합니다. 일본 대도시 중에서 전차로 가기 힘든 곳이 이렇게 많은 곳은 교토 밖에 못봤습니다. ㅎㅎ

아. 그리고 교토 여행 가실 분들은 자전거 투어도 한번 고려해보세요. 언덕이 많지 않아서 자전거로만 다니기에도 좋습니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큰 사찰이 보이면 들어가서 사찰 내 박물관 구경도 하고, 가레산스이도 보고 생각만 해도 설레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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