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시대 모작, <라오콘 군상>, B.C. 2세기, 대리석, 높이 240cm, 바티칸박물관, 로마 바티칸
태양신 아폴론을 섬기는 트로이의 사제, 라오콘은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군의 목마를 성 안에 들이는 것을 반대해 신들의 노여움을 샀다. 결국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보낸 큰 뱀에게 살해당하게 된다. <라오콘 군상>은 뱀에게 칭칭 감겨 막 질식해 죽어가는 라오콘과 불행한 두 아들의 고통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이 조각은 인간 존재의 불안정성과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욕구를 탐색한 작품이다.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이 겪는 신체적, 심리적 고통은 인간이 마주한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삶의 조건을 상징한다. 인간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더 큰 힘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겪었던 사회적, 정치적 변화와 불확실성을 예술 작품에 반영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라오콘 군상>에서 보이는 삼각 구도는 균형에서 벗어나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라오콘을 정점으로 하되 중심 축이 옆으로 비켜가는 이 구도는 조각 전체에 긴장감과 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한다. 조각 내부에서는 세 인물과 뱀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각 인물의 동작에서 발생하는 힘의 선들이 충돌하며 서로를 교차한다.
세 인물이 형성하는 수직 축과 가로 방향으로 그들을 감싸는 뱀의 형태는 강력한 시각적 대비를 제공한다. 조각 전체를 가로지르는 뱀의 동적인 움직임은 인물들과 대비되어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인물들 전체에 가하는 신체적 제약과 고통을 물리적으로 표현한다. 각 인물들의 뒤틀린 자세와 고통으로 팽창한 근육의 형태는 신체적, 정서적 고통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라오콘의 주름진 미간과 벌어진 입은 신체적 고통과 함께 파토스(Pathos)라고 하는 격앙된 비극적 정서, 절망과 두려움을 함께 표현한다.
조각의 재료인 대리석이 갖는 물리적 특성은 생동감 넘치는 인체 표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물의 피부, 근육, 머리카락, 그리고 옷 주름 등이 대리석을 통해 섬세하게 조각되어 사실성을 더한다. 또한 대리석의 부드러운 표면은 빛을 효과적으로 반사하여 라오콘의 고통스러운 표정과 복잡하게 얽힌 뱀의 형태를 더욱 뚜렷하고 강렬하게 드러낸다.
현재 볼 수 있는 <라오콘 군상>은 헬레니즘 시대에 청동으로 제작되었다가 로마 시대에 대리석으로 복제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원본의 기원과 그 재료에 관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원본이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헬레니즘 시기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재위 BC 336년~323년) 사후부터 AD 31년, 그리스가 로마에 흡수되기까지의 약 300년 동안의 기간을 일컫는다. 알렉산더 대왕은 북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이집트, 동쪽으로는 인도 북서부까지 정복하며 대제국을 건설하였다. 헬레니즘 시기의 건축과 미술은 화려하고 강렬한 표현이 특징적이다. 조각의 경우 그리스 전성기 조각에 나타난 이상화된 형태와 균형 잡힌 비례, 조화롭고 안정적인 느낌 대신 역동적 표현을 통해 개인의 감정과 심리적 상태를 훨씬 더 세밀하고 강렬하게 드러낸다.
이 시기에 <라오콘 군상>이 제작된 정확한 목적을 알기는 어렵지만 알렉산더 대왕의 죽음 이후 발생한 광범위한 영토 분할과 정치적 혼란이 야기한 불확실성이 인간의 존재와 운명에 대해 탐구하려는 내면적 욕구로 이어졌을 것이다. 당대 사람들이 경험한 시대적 상황과 그 속에서 느끼는 인간 존재의 운명에 대한 고민이 <라오콘 군상>과 같은 작품을 통해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1506년 로마에서 발견된 이후 예술계에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르네상스와 바로크 예술가들에게 감정 표현, 인체의 동적인 포즈와 근육의 묘사 등을 탐구하게 하는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그 가운데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에서 거대한 스케일, 헬레니즘 미학, 특히 남성상의 묘사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훗날 많은 미켈란젤로의 작품들, 예를 들어 <죽어가는 노예>를 비롯해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에 그려진 인물의 신체를 통해 그 영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베르니니를 비롯한 바로크 조각가들의 감정 표현과 동적인 구성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written by 이도은
로마시대 모작, <라오콘 군상>, B.C. 2세기, 대리석, 높이 240cm, 바티칸박물관, 로마 바티칸
태양신 아폴론을 섬기는 트로이의 사제, 라오콘은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군의 목마를 성 안에 들이는 것을 반대해 신들의 노여움을 샀다. 결국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보낸 큰 뱀에게 살해당하게 된다. <라오콘 군상>은 뱀에게 칭칭 감겨 막 질식해 죽어가는 라오콘과 불행한 두 아들의 고통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이 조각은 인간 존재의 불안정성과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욕구를 탐색한 작품이다.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이 겪는 신체적, 심리적 고통은 인간이 마주한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삶의 조건을 상징한다. 인간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더 큰 힘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겪었던 사회적, 정치적 변화와 불확실성을 예술 작품에 반영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라오콘 군상>에서 보이는 삼각 구도는 균형에서 벗어나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라오콘을 정점으로 하되 중심 축이 옆으로 비켜가는 이 구도는 조각 전체에 긴장감과 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한다. 조각 내부에서는 세 인물과 뱀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각 인물의 동작에서 발생하는 힘의 선들이 충돌하며 서로를 교차한다.
세 인물이 형성하는 수직 축과 가로 방향으로 그들을 감싸는 뱀의 형태는 강력한 시각적 대비를 제공한다. 조각 전체를 가로지르는 뱀의 동적인 움직임은 인물들과 대비되어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인물들 전체에 가하는 신체적 제약과 고통을 물리적으로 표현한다. 각 인물들의 뒤틀린 자세와 고통으로 팽창한 근육의 형태는 신체적, 정서적 고통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라오콘의 주름진 미간과 벌어진 입은 신체적 고통과 함께 파토스(Pathos)라고 하는 격앙된 비극적 정서, 절망과 두려움을 함께 표현한다.
조각의 재료인 대리석이 갖는 물리적 특성은 생동감 넘치는 인체 표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물의 피부, 근육, 머리카락, 그리고 옷 주름 등이 대리석을 통해 섬세하게 조각되어 사실성을 더한다. 또한 대리석의 부드러운 표면은 빛을 효과적으로 반사하여 라오콘의 고통스러운 표정과 복잡하게 얽힌 뱀의 형태를 더욱 뚜렷하고 강렬하게 드러낸다.
현재 볼 수 있는 <라오콘 군상>은 헬레니즘 시대에 청동으로 제작되었다가 로마 시대에 대리석으로 복제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원본의 기원과 그 재료에 관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원본이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헬레니즘 시기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재위 BC 336년~323년) 사후부터 AD 31년, 그리스가 로마에 흡수되기까지의 약 300년 동안의 기간을 일컫는다. 알렉산더 대왕은 북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이집트, 동쪽으로는 인도 북서부까지 정복하며 대제국을 건설하였다. 헬레니즘 시기의 건축과 미술은 화려하고 강렬한 표현이 특징적이다. 조각의 경우 그리스 전성기 조각에 나타난 이상화된 형태와 균형 잡힌 비례, 조화롭고 안정적인 느낌 대신 역동적 표현을 통해 개인의 감정과 심리적 상태를 훨씬 더 세밀하고 강렬하게 드러낸다.
이 시기에 <라오콘 군상>이 제작된 정확한 목적을 알기는 어렵지만 알렉산더 대왕의 죽음 이후 발생한 광범위한 영토 분할과 정치적 혼란이 야기한 불확실성이 인간의 존재와 운명에 대해 탐구하려는 내면적 욕구로 이어졌을 것이다. 당대 사람들이 경험한 시대적 상황과 그 속에서 느끼는 인간 존재의 운명에 대한 고민이 <라오콘 군상>과 같은 작품을 통해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1506년 로마에서 발견된 이후 예술계에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르네상스와 바로크 예술가들에게 감정 표현, 인체의 동적인 포즈와 근육의 묘사 등을 탐구하게 하는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그 가운데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에서 거대한 스케일, 헬레니즘 미학, 특히 남성상의 묘사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훗날 많은 미켈란젤로의 작품들, 예를 들어 <죽어가는 노예>를 비롯해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에 그려진 인물의 신체를 통해 그 영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베르니니를 비롯한 바로크 조각가들의 감정 표현과 동적인 구성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written by 이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