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

70년 만의 해후: 이응노와 박승무 / 이응노미술관(대전)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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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tor’s Note

한 화가만 조명하는 전시와 한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화가를 소개하는 전시는 흔히 접할 수 있지만, 이응노미술관의 이번 전시처럼 두 명의 화가를 소개하는 전시는 쉽게 볼 수 없는 형식입니다. 외국에서는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 이런 식으로 전시를 많이 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뜸한 방식이었죠.

이런 형식의 전시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 교류를 했다는 사실이 확실히 밝혀졌거나 작품 세계의 맥락이 서로 연관성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맥락에 맞지 않는 화가를 단순히 유명하다고 해서 묶어버리는 것은 전시기획에서 지양하는 편이죠. 큐레이터의 연구 성과와 큐레이팅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개최 가능합니다.

이응노미술관에서는 이응노연구소도 함께 운영하면서 연구성과를 꾸준히 쌓아오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는 그 노력의 결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꼭 추천하고 싶은 전시입니다.


1. 《70년 만의 해후: 이응노와 박승무》는 고암 이응노(1904-1989)와 심향 박승무(深香 朴勝武, 1893~1980)의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2. 두 화가는 이응노가 전주에서 간판점인 개척사를 운영할 때 개척사 내에 ‘심향선생화회 사무소’를 두고 1934년 7월 전주에서 박승무의 《심향화회》 전시가 개최될 수 있도록 도왔고, 박승무는 이에 대한 감사로 이응노에게 그림 <천첩운산>을 선물한 인연이 있다.

3. 이응노는 전통 회화에서 시작하여 동양회화의 현대적인 변화를 목표로 화풍의 변화를 가진 화가다. 박승무는 전통 회화를 고수했으나 소위 ‘근대 동양화 6대가’로 불릴만큼 개성적인 화풍을 잘 발휘한 화가다.

4. 박승무가 이응노보다 연배가 높으나 주고 받은 서신의 내용을 살펴보면 서로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지지하는 사이였음을 알 수 있다.

5. 두 화가의 교류를 조명한 이번 전시는 이들의 회화에서 나타난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충청남도 홍성 출신의 이응노와 충청북도 옥천 출생의 박승무는 서울을 비롯해 전주, 대전, 목포 등지를 유랑하며 활동하였고 말년에는 각각 파리와 대전에 정착해 큰 족적을 남겼다.

6. 이 전시에서는 이응노와 박승무가 각자 자연을 어떻게 바라봤고 작품에 어떻게 끌어들였는지를 중심으로 두고 감상하면 비교 전시의 묘미를 살릴 수 있다.

7. 이들은 전통 서화의 관념적 세계에서 벗어나 점차 현실의 풍경과 사물을 스케치하는 사생(寫生)을 중요하게 여겼다. 여기에서 더 발전해 이응노는 자유분방한 운필의 역작을, 박승무는 찬찬하고 고매한 품격을 그림에 담아냈다.

8. 전시는 4월 25일(화)부터 8월 13일(일)까지 진행된다.

* 전시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