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71. 번개를 보며 깨닫지 않는 사람 놀라워라.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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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 <스루가 지방의 에지리(駿州江尻)>, 《후가쿠36경(冨嶽三十六景)》, 1830-1832년경, 24.2×36.2cm,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미국


안녕하세요.
이장훈입니다.

일본 하이쿠(俳句)에는 이런 시가 있습니다.

"번개를 보며 깨닫지 않는 사람 놀라워라."

에도시대에 유행한 일본 문학 장르인 하이쿠(俳句)는 5 · 7 · 5자로 구성된 짧은 시이기 때문에 뜻이 응축되어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일본 중세의 와카(和歌), 렌가(連歌)처럼 계절감각이 물씬 느껴지는 풍경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글자수가 짧기 때문에 처음 볼 때는 무슨 의미인지 바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곰곰이 곱씹어 보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시인이 전하고자 했던 인생관, 자연관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거꾸로 얘기하자면 하이쿠를 잘 짓는 사람은 그만큼 깊은 성찰을 했다는 의미도 됩니다. 물론 언어유희에 불과한 것들도 많긴 합니다.

"번개를 보며 깨닫지 않는 사람 놀라워라"라는 하이쿠는 번개를 보며 인생은 무엇이다, 세상은 어떻다라며 화려한 언사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자들을 비판하는 의미입니다. 정작 번개는 번쩍 빛나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말았는데 거기에 숟가락을 얹듯이 인생무상을 논하는 게 우스꽝스러웠던 거죠. 혹은 그렇게 달콤한 말로 대중의 환호를 먹고 사는 이들이 금세 사라져버린 번개와도 같다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번개처럼 잠시 반짝하고 사라져버리니까요. 그런 번개를 보며 깨닫지 못하겠느냐는 비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녀온 지 한 달이나 지나서 민망하긴 하지만 <대만 아트투어> 후기를 소개합니다. 총 3박 4일의 여정 중 1 · 2일차를 올렸고, 3 · 4일차는 다음 주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사진을 워낙 많이 찍어서 추리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꽤 걸리네요. 참고로 내년 아트투어는 일본 나가사키에 가려고 합니다. 후쿠오카에서 박물관 · 미술관을 보고, 1시간 남짓 남쪽으로 내려와서 아리타에서 일본 에도시대와 근대 도자기를 볼 겁니다. 그리고 최종 목적지인 나가사키에서는 일본과 청나라 · 네덜란드의 교류를 공부할 수 있는 코스로 준비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장훈 드림


2023. 12. 01(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