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트렌드 포럼 후기

작품 감상과 공간 디자인의 관계(2024년 9월 4주차)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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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감상할 때 공간디자인이 의식된 적이 있었나요?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구분, 혹은 전시 주제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것 같긴 합니다. 이와 관련된 경험을 중심으로 생각을 나눠봐요."


1. 갤러리 비선재

평소 갤러리를 다니다보면 화이트큐브 형태가 대부분인데, 한남동에 있는 갤러리 비선재에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고급 단독 주택 형태여서 공간이 색다르게 느껴졌어요. 내부도 갤러리나 미술관의  모던하고 미니멀한 인테리어와는 다르게 목재바닥이라던지 벽돌로  쌓은 벽이라던지 평소 우리의 가정집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갤러리 관장님도 그림이 많이 걸리는 곳은 일반 가정집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내부를 꾸몄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어요. 비선재에서는 좋은 전시도 꾸준히 열리고 있어서 작품보러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 <리얼 뱅크시>전(그라운드 서울) / 디즈멀랜드 전시관

저는 5월에 봤던 그라운드 서울의 <리얼 뱅크시>전시가 생각나네요! 전시관 아래쪽부터 향하는 계단부터 뱅크시 작품의 모티브 중 하나인 “쥐”가 벽에 그려져 있고, 해당 작품에 걸린 전시관에 닿기까지의 동선에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쥐들이 장소마다 구석 구석에 그려져 있어서 찾는 재미가 쏠쏠했어요ㅎㅎ

디즈멀랜드 전시관도 은근 소름이었던 포인트가 있었어요! 해당 전시관 벽 제일 윗 쪽에 의식해서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꽤 높은 위치에 세로로 긴 형태의 창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창문에 뱅크시가 마치 관람객들이 내려다보는 듯한 형상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동안 실내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는 늘 비슷한 시야의 각도로 봤는데 그 높이에서 벗어나 저기 높이 있는 뱅크시를 봤던 기억이 신선하면서도 찾았다는 생각에 은근 뿌듯했네요ㅎㅎㅎ 

전쟁과 관련된 작품이 걸려있던 벽을 장벽처럼 디자인을 해서 그 점도 감탄했어요, 생각보다 별거 아닐 수 있는데 그 장벽의 요소와 작품의 주제가 어우러져 더 현실감있게 다가왔어요.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지만 작품의 한 요소를 추출해서 전시공간을 이렇게도 꾸밀 수 있구나/ 몰입을 위한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작품을 감상할 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적재적소로 위치하는 센스도 필요하겠군.. 이번 전시의 공간디자인을 하신 분께서 굉장히 세심하게 고려를 하셨겠다 라고 생각했네용ㅎㅎ 


3. OOO미술관

OOO미술관에서 세 번의 전시를 봤는데 마지막 방문 때는 전시에 앞서 공간이 식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어디에서 절정이 있을지 대강 예상이 되는 그런 느낌. 게다가 영상실은 아예 고정된 공간이잖아요. 그러니 나의 관람패턴도 함께 정형화되어 답답하달까요. 이걸 깨는 네 번째 전시를 만나고 싶은데 마침 OOO는 집에서 너무 멀고 ㅜㅜ (이런 다양한 관람자의 요구를 볼 때 기획자의 일은 참 어렵네요)


4.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카이빙형 전시는 잘못하면 그냥 정보의 나열 같이 느껴져서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이 전시는 너무 좋았어요! 

공간디자인보단 전시 컨텐츠의 영향이긴 하겠지만 국현에서 가장 많은 어린이들이랑 부모님을 본 것 같은 전시인 것 같아서 기억에 남고 좋았던 전시! 전 나무바닥을 좋아하는데, 목재가 주는 따뜻함이 관람객의 무거운 심리적 부담을 조금 덜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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