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서문
이장훈 큐레이터
우리는 살아가면서 2020년이 지나면 2021년, 그리고 2022년이 오듯이 늘 수평적으로 시간을 인식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제나 수직축을 그어가며 수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수직축이란, 좁게는 살아가며 겪는 다양한 사건을 의미하고 더 넓게 보면 갖가지 상념, 기억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조금씩 옆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수동적으로 시간에 이끌려 가지 않고 의미있는 행적을 남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수평과 수직운동이 함께 어우러지면 인생의 진폭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견고한 수평축에서 의미있는 행적과 잊지 못할 추억의 수직축이 깊게 새겨지지만 때로는 무미건조하게 시간의 흐름에 몸을 그저 맡길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 기억을 상기시켜 주고 당시를 증빙해주는 사물이 남아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역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시간과 기억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925년 경성역으로 출발한 지금의 문화역서울284에는 1세기에 가까운 시간에 걸쳐 형성된 많은 이들의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 설렘, 고향을 떠나 처음 상경했을 때의 긴장감, 누군가와 작별할 때 느낀 슬픔 등 다양한 기억이 문화역서울284라는 공간에 남아 있습니다. 더불어 이곳에서 일한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문화역서울284는 이들의 기억이 담긴 유물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근현대사 유물을 보존하는 의미를 넘어 여기에 담긴 여러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잘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6월, 이 기억과 이야기를 처음 세상에 꺼내 보이고자 합니다.
<섹션1. 기억이 교차하는 공간>
첫 섹션인 <기억이 교차하는 공간, 서울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담겨 있는 서울역 관련 소장품을 전시합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치 않고 항상 이 장소에 있어왔던 서울역의 시대별 사진과 여러 사람들의 기억이 담긴 철도 관련 여러 유물들을 선보입니다. 이를 통해 대표적인 근대 건축 서울역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고, 서울역의 현재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그림들과 함께 비교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경계를 넘나들며 보실 수 있도록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기증해주신 서울역 관련 사진과 근대 여행 관련 아카이브를 통해 오랜 세월에 걸쳐 이곳에 남겨진 기억들을 처음 공개합니다. 서울역은 지난 날 많은 이들에게 출발지이자 목적지였습니다. 어디론가 떠날 때는 대개 장소를 위주로 기억할 때가 많지만 떠나기 전의 감정 역시 추억을 형성하는 한 축이었음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며 준비했습니다.
<섹션2. 경계의 방>
* 참여 작가 : 한정식, 김지민
<경계의 방>은 서울역이라는 공간에 남겨진 기억과 시공간적 경계를 감상했던 시선을 나에게 적용하여 나를 돌아보고 알아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옛 서울역과 지금의 문화역서울284가 공존하는 경계의 공간 속에서 과거 및 현재를 상징하는 작품(샹들리에)을 비교 감상하며 나에 대해 오롯이 사색할 수 있는 일종의 사원입니다.
구체적인 지명과 추상성이 함께 담겨있는 사진작품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떠나고 싶은 마음의 본질을 깨닫게 해줍니다. 즉 나는 앞으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의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사색에 잠기거나 마음 편히 나를 위한 글쓰기에 침잠할 수 있도록 마련했습니다.
연계 프로그램
1. 정여울 작가 세미나 <공간의 기억을 창조하는 예술의 힘>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케테 콜비츠, 이중섭 등 예술가들의 장소와 기억을 살펴보고,
공간의 기억을 창조하는 예술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눕니다.
- 일시: 6월 16일 목요일 오후 7시
- 장소: 문화역서울284 RTO
- 예약링크: http://bit.ly/rto365_june_seminar
<정여울 작가/문학평론가>
-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박사
- KBS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 진행
- 저서 <빈센트 나의 빈센트>,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내성적인 여행자> 외 다수
2. 전시 큐레이터 해설
전시를 기획한 이장훈 큐레이터의 해설과 함께 전시를 관람합니다.
- 일시: 6월 18일 토요일 오후 3시, 7월 2일 토요일 오후 1시
- 장소: 문화역서울284 RTO
- 소요시간: 30분
*예약 없이 현장에서 참여 가능합니다.
*해설 이후 자유롭게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3. 정연석 작가 드로잉 워크숍
1925년 경성역으로 준공된 후 수십년 간 서울의 관문이었던 서울역.
많은 사람의 추억과 기억이 새겨진 서울역을 다시 바라보고 펜으로 그려봅니다.
- 일시: 7월 2일 토요일 오후 3시
- 장소: 문화역서울284 RTO
<정연석 작가>
- 건축가, 드로잉작가, 여행작가
- 저서 <기억이 머무는 풍경>, <서울을 걷다>
전시 이미지
전시 서문
이장훈 큐레이터
우리는 살아가면서 2020년이 지나면 2021년, 그리고 2022년이 오듯이 늘 수평적으로 시간을 인식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제나 수직축을 그어가며 수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수직축이란, 좁게는 살아가며 겪는 다양한 사건을 의미하고 더 넓게 보면 갖가지 상념, 기억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조금씩 옆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수동적으로 시간에 이끌려 가지 않고 의미있는 행적을 남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수평과 수직운동이 함께 어우러지면 인생의 진폭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견고한 수평축에서 의미있는 행적과 잊지 못할 추억의 수직축이 깊게 새겨지지만 때로는 무미건조하게 시간의 흐름에 몸을 그저 맡길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 기억을 상기시켜 주고 당시를 증빙해주는 사물이 남아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역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시간과 기억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925년 경성역으로 출발한 지금의 문화역서울284에는 1세기에 가까운 시간에 걸쳐 형성된 많은 이들의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 설렘, 고향을 떠나 처음 상경했을 때의 긴장감, 누군가와 작별할 때 느낀 슬픔 등 다양한 기억이 문화역서울284라는 공간에 남아 있습니다. 더불어 이곳에서 일한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문화역서울284는 이들의 기억이 담긴 유물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근현대사 유물을 보존하는 의미를 넘어 여기에 담긴 여러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잘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6월, 이 기억과 이야기를 처음 세상에 꺼내 보이고자 합니다.
<섹션1. 기억이 교차하는 공간>
첫 섹션인 <기억이 교차하는 공간, 서울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담겨 있는 서울역 관련 소장품을 전시합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치 않고 항상 이 장소에 있어왔던 서울역의 시대별 사진과 여러 사람들의 기억이 담긴 철도 관련 여러 유물들을 선보입니다. 이를 통해 대표적인 근대 건축 서울역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고, 서울역의 현재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그림들과 함께 비교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경계를 넘나들며 보실 수 있도록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기증해주신 서울역 관련 사진과 근대 여행 관련 아카이브를 통해 오랜 세월에 걸쳐 이곳에 남겨진 기억들을 처음 공개합니다. 서울역은 지난 날 많은 이들에게 출발지이자 목적지였습니다. 어디론가 떠날 때는 대개 장소를 위주로 기억할 때가 많지만 떠나기 전의 감정 역시 추억을 형성하는 한 축이었음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며 준비했습니다.
<섹션2. 경계의 방>
* 참여 작가 : 한정식, 김지민
<경계의 방>은 서울역이라는 공간에 남겨진 기억과 시공간적 경계를 감상했던 시선을 나에게 적용하여 나를 돌아보고 알아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옛 서울역과 지금의 문화역서울284가 공존하는 경계의 공간 속에서 과거 및 현재를 상징하는 작품(샹들리에)을 비교 감상하며 나에 대해 오롯이 사색할 수 있는 일종의 사원입니다.
구체적인 지명과 추상성이 함께 담겨있는 사진작품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떠나고 싶은 마음의 본질을 깨닫게 해줍니다. 즉 나는 앞으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의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사색에 잠기거나 마음 편히 나를 위한 글쓰기에 침잠할 수 있도록 마련했습니다.
연계 프로그램
1. 정여울 작가 세미나 <공간의 기억을 창조하는 예술의 힘>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케테 콜비츠, 이중섭 등 예술가들의 장소와 기억을 살펴보고,
공간의 기억을 창조하는 예술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눕니다.
<정여울 작가/문학평론가>
2. 전시 큐레이터 해설
전시를 기획한 이장훈 큐레이터의 해설과 함께 전시를 관람합니다.
*예약 없이 현장에서 참여 가능합니다.
*해설 이후 자유롭게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3. 정연석 작가 드로잉 워크숍
1925년 경성역으로 준공된 후 수십년 간 서울의 관문이었던 서울역.
많은 사람의 추억과 기억이 새겨진 서울역을 다시 바라보고 펜으로 그려봅니다.
<정연석 작가>
전시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