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 권의 책

Book...그을린 예술 by 심보선

2014. 5. 1.

 

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삶의 불길 속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각박한 삶 속에서 유일한 한 줄기의 빛이 되는 예술이 죽었다고 말하는 시인이자 사회학자인 심보선의 『그을린 예술』. 그가 이 산문집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궁금증을 가진 채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을린 예술』에서는 문학에서부터 그림까지의 폭넓은 예술 영역과 더 나아가 문학과 정치, 예술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다양한 예술 분야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혹은 애써 외면해버리는 예술의 현실을 환기시켜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안개 속에 숨어있던 예술이 처한 현실을 바로 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게 된다.

 

총 5부로 이어지는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3부 예술의 죽음, 예술의 부활 중  저자, 전자책, 전자 문학에서 현대의 문학에 대한 문장이 머릿속을 떠돈다.

 

“우리는 문학(책)이 정신적 권위를 상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동물적 욕구 충족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소위 '자기 계발'이나 '멋진 라이프스타일' 같은 구호 아래에서,

책이 그저 하나의 소비 아이템으로 번성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신적 권위를 상실한 것은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 공연 등 다른 예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SNS에서 흔히 영화, 공연, 전시회 티켓 사진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것을 ‘인증사진’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더 가관인 것은 작품을 찍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찍은 것인지 모를 정도로 작품을 반쯤 가려버린 ‘전시회를 보러 온 나를 찍는 사진’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다. 예술 작품에 대한 진정한 감상, 그로 인해 형성되는 행복감은 뒤로 하고 자신의 고급 취향,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한 소비 아이템으로 예술을 향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순수한 예술, 자율적 예술 등 기존의 예술은 죽었다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 제목이기도 한 그을린 예술은 기존의 예술이 아닌 새로운 형식의 예술이다. 삶 속에서 펼쳐지는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예술이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타오르는 이 예술은 진정으로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자유롭게 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예술의 본질적인 권위가 상실되고, 왜곡되는 어지러운 상황 속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쳇바퀴 같은 삶, 새로운 것을 꿈꾸는 삶에서 예술은 되살아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예술의 형태와 권위가 변할지라도 예술은 우리의 삶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쉴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나에겐 작은 바람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예술의 고귀한 가치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예술을 즐기지만 보여주기 식의 예술, 자신의 고급취향을 드러내기 위한 예술, 예술인 척하는 예술들은 지양하기를 바란다.


현재 예술은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충분히 즐기고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프로 예술가 혹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이라는 구분 없이 진정으로 예술을 사랑하고 저자가 말한 것과 같이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예술을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예술의 영역은 확대되고, 깊어질 것이라 믿는다.

 

시 생각에 빠져 농사일을 그르치고 집으로 돌아온 한충자의 이야기를

나의 친구로부터 들었고 다시 독자들에게 들려주었다.
노동의 와중에 지평선에 드리워진 붉은 저녁노을을 넋 놓고 바라보는 누군가의 얼굴은

세계의 비참과 인간의 행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누구나 그 얼굴을 소유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예술은 그 얼굴로부터 출발하여 그 얼굴로부터 돌아가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우리의 귀에 대고 쉼 없이 들려주어 왔다.
그것은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불을 만나 타 들어가며 빛을 발하고 마지막에는 재가 되어 영원한 흔적을 남기는 성냥처럼 사람들이 예술을 만나 삶의 영원한 행복을 남기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댓글 2

Book...Look! 미술사 입문 by 앤 댈리바

2014. 3. 4.

 

앤 댈리바, 박남희 옮김, <Look! 미술사 입문>, 미진사

 

교보문고에 들렀는데 처음 미술사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괜찮은 책을 봤습니다.

이런 책으로는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요. 


미술사라는 학문에 대한 이해부터

미술사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중에 논문을 쓸 때 도움되는 내용까지 담은 도구서입니다.

 

이런 책은 꼭 완독할 필요는 없지만,

있으면 언제 찾아보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나중을 위해 쟁여 둘 필요가 있지요.

꼭 찾아야 할 때 없을 때가 생기더라구요. ㅎㅎ


지극히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조언을 담고 있기 때문에

막연하게 미술사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분들에겐

즉각적으로 도움이 될테니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앤 댈리바, 박남희 옮김, <Look! 미술사 입문>, 미진사

 

댓글 0

요즘 북카페 관련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2014. 2. 3.


요즘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아님 연말연시(라기엔 시간이 많이 흘러 벌써 2월이지만)
특유의 여유로움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무거운 전공책들보단 가볍고, 감성에 젖을 수 있는 책들에
더 눈길이 가네요.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문학 작품을 멀리 하는 편입니다.
결코 자랑할 수 없는 말이겠지요.
인문학을 공부한다면서 문학을 멀리한다니 말입니다.

어릴 때는 추리소설, 역사소설류를 참 좋아했는데
점점 커가면서 전공책, 논문이 아닌 것들을 읽으면
안될 것 같다는 강박관념도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거의 6년 동안을 서점에 가도
다른 코너에는 가보질 않았는데
이번 겨울부터는 슬슬 가볍고, 뭔가 따뜻해지는 책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슬며시 나더군요.


마침 북카페 같은 세미나 공간을 준비 중이어서
관련된 책들을 찾아봤는데
이 두 책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이 책들 속에 있는 여러 북카페의 조용한 공간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대리만족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네요.


'이런 공간 속에서 조용히 책만 읽으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과 함께 마치 작은 유토피아를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드는, 그런 책들입니다.
북카페 가는 것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


댓글 0

Books...일상 속 철학 이야기『나는, 오늘도』by 미셸 퓌에슈

2014. 1. 20.

 

사람들은 대개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보통 사람들 중 하나였죠. 그렇게 철학 책을 한번도 접하지 못한 채 살아가던 중 우연히 SNS를 통해 미셸 퓌에슈의 철학 9종 시리즈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9종의 시리즈로 각각 다른 색들의 얇은 두께의 책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띠지를 감고 있는 책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1. 나를 움직이게 하는 책 『나는, 오늘도』

 

미셸 퓌에슈 글, 나타나엘 미클레스, 파스칼 르메트르 등  그림, 심영아 역,  이봄, 2013

 

목차

 

[마음 에디션 -우리가 매일 느끼는 마음 3가지]
01 사랑하다- 당신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에 대하여
02 설명하다- 당신에게 이해받고 싶을 때 내가 가져야 하는 마음에 대하여
03 수치심-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어떤 마음들에 대하여


[행동 에디션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 3가지]
04 걷다- 진짜 나와 만나는 시간이 필요할 때, 이렇게 행동
05 먹다- 몸이 아니라 마음을 살찌워야 할 때, 이렇게 행동
06 말하다- 타인과 의사소통이 참 어렵다 느낄 때, 이렇게 행동


 

[생각 에디션 -우리가 매일 하는 생각 3가지]
07 원하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생각
08 버리다- 좋은 이별을 위해 돌아봐야 할 생각
09 살다- 삶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삶을 위한 생각

 

이봄 출판사에서 출간한 『나는, 오늘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철학 에세이 시리즈 9종입니다. 파리 소르본 대학의 철학 교수인 미셸 퓌에슈가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과 함께 느끼는 생각, 마음들을 주제로 한 책입니다. 위에 목차에서 볼 수 있듯이 이 9종의 시리즈는 마음 에디션, 행동 에디션, 생각 에디션으로 3가지의 소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책 속의 일러스트는 다양한 작가가 참여하여 책을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2. 『나는, 오늘도』9 : 살다

 

제가 이 9권의 책 중에 먼저 읽게 된 책은 '살다'라는 9번째 책입니다. 이 책을 감싸고 있는 띠지가 저의 현재 상황과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띠지의 한 줄은 바로 "지금 나는 삶을 그저 견디고만 있지는 않나?" 였습니다. 현재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견뎌가고 있는 저에게 필요한 책일 것 같아 보자마자 구매하여 집에 와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생명에 대한 물음으로 출발하여 인간의 진정한 삶이란 어떠한 것인지를 적절한 예시와 일러스트를 통해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이게 철학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청소년들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이였기 때문에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이제 곧 서른 살이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나는 아직OO를 못했어."

"이런! 휴가 마지막 날인데 OO도 못했네." "이런 벌써 올해가 끝나가는데 아직 OO도 못했네."


시간은 돈보다 더 빨리 날아가버리는데, 마치 재산을 쌓아가는 것처럼 삶에서 얻는 유익만을 추구한다면 불행해지기 십상이다. 언제나 손익계산을 하고 다른 사람이나 현실적 혹은 비현실적 모델(종종 이들은 우리에게 죄책감을 들게 하기 위해 바로 그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델들이다. 유행의 첨단에 있는 톱 모델이나 최고 재산가, 최고 권력자들처럼 말이다)에 스스로를 비교하느라 바쁠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나 인생을 질로 보지 않고 양으로 보는 것은 오류이다. 가치가 있는 것은 시간이나 인생의 질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의 질을 의식하는 것, 이것이 바로 충만하게 사는 길이다. 이렇게 매 순간 깨어 있는 삶이야 말로 가장 충만하고 능동적인 삶, 삶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삶일 것이다.

 

삶에서 얻는 유익만 추구하여 손익계산을 하고 현실적이거나 비현실적인 모델을 보고 자신과 비교하며 낙담하는 시간들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을까요. 이 구절을 읽고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삶의 질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삶의 질을 의식하고 매 순간 '깨어있는 삶'을 살자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미셸 퓌에슈는 인간에게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단순한 생물학적 생명 유지 이상의 인생의 '의미'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살기 위해서는 삶의 의의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삶을 견뎌가며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스레 깨닫고 삶의 의의를 찾는 욕구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3. 일상 속에서 철학을 접할 수 있는 책 『나는, 오늘도』

 

이 책이 가진 장점은 일상 속에 숨어 있던 철학을 접할 수 있고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매일 느끼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9가지를 철학적으로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철학 에세이 <나는, 오늘도> 9종의 책을 읽으며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미셸 퓌에슈, 『나는, 오늘도』 시리즈


댓글 0

Art Books...서양미술사 by E. H. 곰브리치

2013. 12. 4.



지난 가을에 서점을 가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되는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양미술사 서적 최고의 스테디셀러이자 바이블이었던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이었는데 양장본 형태가 아니라 문고판으로 나온 것이었다.


사실 그동안 서양미술사 스터디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우선은 『클릭 서양미술사』로 각각의 미술사조를 공부하고, H. W. 잰슨의 『서양미술사』로 더 깊이있게 공부할 것을 주문해왔다. 곰브리치의『서양미술사』는 정말 유명한 책이지만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읽어야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서양미술사를 조금이나마 공부를 했다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문고판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곰브리치는 『세계사』 개설서를 쓸 정도로 역사적 배경이 탄탄한 가운데 미술사를 쓴 인물이다. 따라서 서양미술사에 대한 감이 어느 정도 있다면 이 책이 아주 재밌게 읽힐 것이고, 서양미술사에 대한 소양이 훨씬 깊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책은 문고판으로 나온만큼 소장 욕구를 크게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담한 사이즈이고 무게도 가볍다. 행여 본래의 서양미술사 책에 비해 요약된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비교를 해봤지만 요약본이 아니었다. 종이 재질과 두께를 대폭 줄여서 문고판으로 만든 것이고, 도판도 본래의 책과 동일하게 실려있다.


다만 도판이 본문 중간에 있는게 아니라 마지막에 몰려있는데 글을 읽으면서 일일이 찾아봐야한다는 수고로움이 필요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작품의 흐름을 훓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미술사 공부에 더 좋은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작아서 기존의 양장본보다 훨씬 술술 읽힌다는 장점이 아주 크다. 가까이 일본만 해도 문고판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부담없이 갖고 다니며 더 자주 읽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무겁고, 종이도 번들거리는 재질을(펜이 미끌거려서 줄 치기도 어렵고, 메모도 어려운) 쓰는지 모르겠다. 가격만 훨씬 비싸지고..


준학예사 시험, 대학원 입시도 끝난 연말을 맞아 편하게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가격은 한 학문의 개설서 치곤 아주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되는 25,000원이다.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