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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Book...시린 아픔(DOULEUR EXQUISE) by 소피 칼(Sophie Calle)

2015. 3. 9.

 

 

 

소피 칼(Sophie Calle)은 프랑스 출신의 개념미술가이자 사진작가이다. 그녀의 삶과 몸이 작품의 대상이 된다. 소피 칼은 2013년에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오늘은 소피 칼의 이별 극복기를 담은 사진 수필집 『시린 아픔』을 소개하고자 한다.

 

뚜렷한 국소 부위의 격렬한 통증, 시린 아픔

 

 

소피 칼(Sophie calle)의 『시린 아픔』은 소피 칼이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아버지의 친구 그레구아르 B.와의 이별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30살이 되어서야 줄곧 좋아하던 그와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녀는 외무부 장학금을 받게 되어 3개월간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소피 칼은 일본에서 그와 만날 날만을 기다리며 지루하고 힘든 3개월을 버틴다. 마침내 그와 재회하기로 한 날 그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로 이별을 고한다.

 

그녀는 이 책에서 고통 이전의 날들과 고통 이후의 날들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고통 이전의 날들에는 그에게 보냈던 편지나 서로 떨어져 있을 때 찍었던 사진들이 담겨있다. 고통 이후의 날들은 그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후 시간을 거꾸로 세며 이별의 순간을 되새기고 실연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친구, 우연히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한 후 상대방이 지금껏 살면서 겪은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한 장씩 채워져있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과 상대방의 고통을 상대화하여 석 달만에 완전히 실연의 아픔을 치유하였다고 한다.

 

1983년 8월 8일 오후 4시 30분, 그가 내게 말했다.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프랑스 남부, 초원 쪽으로 난 방에서 이 얘기를 들었다. 이 일이 아마 내 인생 최대의 고통은 아닐 것이다. 다만 가장 최근에 겪은 일이고, 단언컨대 그래서 가장 세세하게 떠오르며,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고통의 기억이다.

 

- 소피 칼, 『시린 아픔』- 

 

 

소피 칼이 사람들에게 들은 '지금껏 가장 힘들었던 일'은 대부분 사람에 관한 기억이다. 누군가와의 이별, 기다림, 죽음. 육체적 고통도 힘들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아픔은 완전히 잊기 힘들다. 소피 칼은 수많은 이별 중 흔하다 할 수 있는 자신의 이별을 확장시켜 사람들의 고통을 수집하고 책으로 남겼다. 소피 칼의 사랑과 92일간의 프로젝트가 궁금한 사람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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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서점, 땡스북스

2015. 3. 4.






홍대에 있는 땡스북스는 내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서점이다. 가장 좋아하는 서점은 교보문고인데 가만히 따지고 보면 땡스북스를 교보문고보다 덜 좋아하는게 아니라 서로 다른 기준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땡스북스는 왠지 동네 서점만이 가질 수 있는 포근함이 있어서 좋다. 그리고 어느 정도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든 사람만이 알아 볼 수 있는 전문 서적들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로 매니악하지도 않다.


책에 있어 매니악하면 독립 출판 서적을 떠올리게 되는 요즘이다. 가끔 독립 출판 서점에 가보는데 가서 사고 싶은 책이 있나 구경하다보면 뭔가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마치 같이 있으면 불편할 정도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처럼 현실 거부감이 서점 전체를 뒤덮고 있다는 얘기이다. 빈티지로 가장한 빈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간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땡스북스는 공식적으로 독립 출판물을 비치하지 않는다. 땡스북스는 너무 외골수가 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적당한 상업성과 전문성 모두를 손에 넣는데 성공한 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땡스북스에는 당장 읽을 수는 없어도 쟁여두고 싶은 철학, 예술, 디자인 분야의 책과 잡지들이 있고, 간간히 욕심나는 문구류도 있다. 공간은 아주 작지만 내 취향에 상당히 부합하고 알찬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 교보문고라는 공간에 있는게 부담스러울 때는 땡스북스가 최고의 대안이 되어준다.



p.s. 위의 사진은 요즘 가장 핫한 잡지인 <매거진 B>의 이번 호 주제가 ECM이라는 음반사이자 한 켠에 ECM 관련 전시를 해놓은 모습이다. 그리고 DP 컨셉에 걸맞게 몰스킨도 살짝 얹어놓았다. 이런 센스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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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위트 엿보기, 위트 그리고 디자인 이야기 by 이로, 강구룡

2015. 3. 2.


홍대의 유어마인드를 들렸다가 '위트'라는 단어에 끌려 책 하나를 구입했다. 이 책에서는 책과 잡지, 그림, 사진, 디자인에서 볼 수 있는 위트를 다루고 있다. 유어마인드의 이로, 디자이너 강구룡이 쓰는 위트와 디자인의 이야기. 위트와 디자인의 소재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이 뻔할 것이라는 생각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했다. 이 책에서는 위트와 유머는 다른 개념이라고 집고 넘어가는데, 나는 같은 개념을 달리말하는 단어가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이 책의 정의에 따르면, 위트는 유머보다 더 실용적이고 유쾌해서 디자인과 잘 어울린다라고 한다.'유머가 웃음을 이끌어내기 위한 희극이라면 위트는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순간적으로 보여주는 반짝임이다' 위트가 위대해보이는 멘트다.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위트는 교양있는 무례함이라고 하니, 이 책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흥미가 가더라. 이로는 독립 출판의 콘텐츠를 표현하는 방법이나 기존과 다른 것을 시도한 새로움 관점을 토대로 위트있는 콘텐츠를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분의 글이 편안하고 쉬워서 읽기 좋은 것 같다. 강구룡은 디자이너가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개인의 뻘짓(?)이 디자인에 활용되는 것을 소개하는데, 이 지점 자체가 위트로 느껴진다. 예를 들면, 구글에 '강구룡'이라고 검색하기, 최적의 볼펜을 사는 것 등이 있다.


사람마다 웃는 코드는 참 다르다. 그렇지만 순간의 코드일치는 웃음을 만든다. 지난 포스팅 중에 (케밥차도 일요일 아침에는 쉰다.)에서 케밥 차 옆에 쓰러진 노랑 플라스틱 의자에 웃음이 났던게 기억이 난다. 아주 지멋대로 쓰러져 있더라. 길을 가다 재밌는 포스터를 발견해서 흥미로운 눈빛을 짓게 되는 것도 멈춰서서 사진을 찍는 행동도 위트가 주는 순간의 강력한 에너지 때문인 것 같다. 위트는 누군가에게 강력한 인상을 주고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그 순간을 즐기는 사람과 콘텐츠 모두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어떤 평범한 하루에 내 코드에 맞는 위트 넘치는 시간이 많아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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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노트

2014. 12. 30.


앞선 글(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책, 참 별로다)에서 『영혼의 미술관』이라는 책의 디자인에 대해 비판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책 디자인이 별로라고 마무리 짓기엔 알랭 드 보통에게 너무 미안해서 글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내용을 소개할까 합니다. 갑자기 개인적으로 윤종신의 최고 명곡이라 생각하는 <잘 했어요>의 가사가 떠오르네요. "나도 잘 살 거에요. 또 아파하기엔 내 가슴에게 너무 미안해." ㅎㅎ


암튼 『영혼의 미술관』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아서 따로 필기해놓았던 문장을 소개하겠습니다. 읽어보면 알랭 드 보통이 미술에 대해 참 많은 시간을, 깊이 고민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겁니다.


1. 『영혼의 미술관』의 주제를 엿볼 수 있는 문장들


"이 책은 예술을 평가하는 다섯번째 기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예술은 심리 치유에 도움이 되는 정도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점이다."


"예술에서 무언가를 얻었다면 이는 그 예술을 이해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깊이 있게 탐구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예술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쁘게 여겨지지 않는다."


"예술 작품에 다가가기에 앞서 자신의 성격을 알고, 자신이 무엇을 위안하고, 되찾으려 하는지 안다면 유용할 것이다."


"우리는 고급 예술이란 외부인은 간섭할 수 없고, 간섭하려 해서도 안되는 아주 신비한 영역이라고 간주하는 낭만적인 사슬에 매여 있다. 그러나 예술가들에게 충고하고, 요구하기를 꺼리는 소극적 태도는 예술의 힘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키고, 이는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를 근본적으로 두려워하는 마음을 반영한다. 우리는 예술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요구를 꺼낼 자신감을 잃고, 예술가의 비체계적이고 신비한 영감이 우리의 중요한 필요를 충족시켜줄지 모른다는 희망을 운에 맡겨버린다."


2.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왜 미술사를 알아야하는지를 보여주는 문장들


"19세기 평범한 프랑스인에게 아스파라거스는 식재료나 내다 팔 작풀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1880년 에두아르 마네가 아스파라거스 몇 줄기를 섬세하게 묘사하자, 세계는 이 먹을 수 있는 다년생 개화식물의 조용한 매력에 이목을 집중했다. 붓놀림은 더 없이 섬세했지만 마네는 이 채소에게 아부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이미 존재했지만 사람들이 무시하던 매력을 드러냈다. 우리가 그저 보잘 것 없는 줄기를 볼 때, 마네는 각 줄기의 미묘한 개체성, 특유의 빛깔과 색조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것을 기록했다. 그렇게 그는 이 소박한 채소를 구원했고, 오늘 날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아스파라거스가 담긴 접시에서 행복하고 남부럽지 않은 삶의 한 이상을 보게 되었다."


"우리는 예술가들이 아직 우리의 눈을 뜨게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을 하찮게 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산은 본래 매력적이라고 우리는 습관처럼 가정하지만, 대체로 예술가들의 오랜 노력 덕분에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이는 면도 있다."


"현대 예술가들의 힘든 과제는 근대적인 풍경의 매력에 우리가 눈뜨도록 하는 것이며, 근대적 풍경의 특징은 단연 공학과 산업에 있다. 처음에는 급수탑, 고속도로, 조선소에 아름다울게 어디 있느냐고 항의하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 예술가들은 한 때 순결하고 숭고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최전선에서 우리를 도왔듯이, 근대적 풍경의 특이한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일에도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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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문학동네, 2013) 책, 참 별로다.

2014. 12. 21.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문학동네, 2013) 책, 참 별로다.

지난 주까지 인문공간 넛지살롱에서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을 가지고 했던 강의가 모두 끝났다.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세심한 관찰과 말랑말랑한 글을 워낙 좋아해서 재밌게 읽고 강의도 재밌게 했는데, 매번 강의 준비할 때마다 힘겹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알랭 드 보통의 글 때문이 아니라 낭비라는 생각이 항상 들 정도로 너무 큰 판형과 무겁고 두꺼운 종이질 때문이었다. 더불어 메모하기 힘들 정도로 빳빳한 코팅 재질은 책 읽는 맛을 급격하게 하락시켰다.

우리나라 출판계는 반성해야한다. 아무리 출판 시장이 어렵다한들 이렇게까지 단가를 높이 올려서 책을 비싸게 팔면 안되지 않는가. 이러니 나같이 태블릿에 익숙한 사람들은 전자책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워낙 갖고 다니기 힘드니 말이다.

출판계에 종사했던 지인의 이야기로는 대형 출판회사들은 일단 책을 시장에 낸 후에 반응이 좋으면 하드커버를 씌우고, 종이를 비싼 것으로 다시 디자인해서 책값을 높이는 일을 흔히 한다고 한다. 나 역시 몇 번 그런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하드 커버로 다시 간행된 <총균쇠>가 그러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장식용으로 좋아하는게 아니라 손에 착 달라붙어서 일상 속에 녹아들 정도로 책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대형 출판사들 반성 좀 하길 바란다.

댓글 2
  • 이정희 2014.12.29 1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만 이런 생각을 한게 아니네요. 읽기가 싫어져서.. 덮어두고 있어요.. 알랭드 보통의 불안이란 책을 너무 인상깊게 읽어서 작가이름만 보고 단숨에 사버렸더니.. 많이 아쉬운 책인 것 같습니다.

    • 출판사가 저자의 명성을 해친 격이 되어버렸네요. 이 책도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문고판처럼 나왔다면 한동안 가방 속에 매일 넣고 다니며 좋아할텐데 말이죠. 한페이지 넘길 때마다 손이 베일 것 같은 불안감이 들 정도니.. 저도 많이 아쉬운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