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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주말동안 구매한 책들

2016. 8. 29.

일본근대미술-서양화편


일본근대미술(서양화편) 도록이다. 우리나라 근대의 회화는 학부 때부터 석사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공부해본 적 없는 분야였다. 전통회화 특유의 고풍스러운 맛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완전한 현대적인 멋도 없는 어정쩡한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암울한 근대상 때문에 접근하기 께름칙한 면도 있었다. 그런데 연구자와 연구 주제의 연이란 것이 있긴 있는지 이제는 박사 논문의 주제로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분야가 되었다. 물론 아직 확실하게 정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평생 해야할 것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더더 하며 결정을 미뤄두고 있는 상태이다. 아마 올해 안에 결정내리지 않을까 싶다.


고대불교조각대전 도록


다음에 맡을 전시 주제로 불교미술이 될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졌다. 지금까지 고미술 전시분야에선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콜라보레이션 형태의 전시가 될 듯하다. 현재 기획 단계에 있지만 얼마 전에 개최하기로 결정되었다. 다들 깜짝 놀랄 것으로 자신있게 예상할 정도로 파격적인 전시가 될 것이다. 암튼 전시 준비 차원에서 불교미술사의 최근 연구성과에 대한 감을 찾고자 소도록으로 사왔다. 대도록이 필요하면 학교 도서관이나 박물관 자료실에서 보면 될 듯.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책 서문 마지막에 "2016년 폭염에 지친 서울에서 파리 루브르를 그리워하며"라고 써있을만큼 아주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나도 루브르가 그리워서 샀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리디북스 eBook으로 읽었는데 아무래도 필요할 때마다 두고두고 읽어야할 것 같아서 다시 종이책으로 샀다. 글쓰기는 여러 방법론이 있는데 나는 이 분의 방법론을 추구한다. '심플한 표현'이라는 글쓰기의 가장 기본, 그래서 더욱 망각하기 쉬운, 하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학회 자료집


비록 내 전공과 큰 관련은 없지만 교수님의 연락을 받고 토요일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학회에 참석했었다. 학회에서 사온 자료집이다. 분명 언젠가는 필요한 날이 올 것이다라며 쟁여두는 차원에서 사왔다. 공부하는 사람들의 가장 몹쓸 버릇 중 하나이다.


1900년 이후의 미술사


워낙 소량으로 간행되는 책인데다가 한동안 절판 상태여서 중고책을 수소문하던 차에 개정판이 이번 주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동안 현대미술을 좀 체계적으로 정리해야겠다는 밀린 방학 숙제같은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계속 들었었다. 연대별로 정리한 이 책이 가장 적합할 것 같아 교보문고에 출고되자마자 샀다. 소장해두면 분명 자주 들춰봐야할 책이다. 현재 광화문점에 1권 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사려고 할 때 2권있는 상태였거든. ㅎㅎ



두께는 이만하다. 미술사 개설서 중에 가장 두꺼웠던 『한국미술의 역사』와 비슷할 정도이다. 내일부터 연도순으로 읽어야지.


댓글 3

임경선의 도쿄 by 임경선

2016. 5. 26.


임경선 작가가 쓴 <임경선의 도쿄>라는 에세이 같은 여행책이다. 흔하디 흔한 여행책과 달리 책, 문구, 디자인 등에 관심있는 여행자에게 특화된 책이라 여행내내 들고 다닐 법하다. 패키지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책이랄까.

나 역시 도쿄에서 수개월동안 체류해 본 경험이 있고 툭하면 다녀왔기 때문에 도쿄에 대해서는 꽤 익숙한 편이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곳을 알고 싶던 차에 이 책이 참 반가웠다. 마침 다음 달에 오랜만에 도쿄를 가게 돼서 슬슬 설렘에 시동을 걸고자 읽고 있는데 긴자 파트 읽다가 "어잉??" 했다. 문장이 잘못 꼬이거나, 문장 앞에 '20세기 초에' 혹은 '근대에'라는 단어가 본의 아니게 빠졌겠거니 하고 이해하지만, 다음 문장을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꽤 거슬린다. 문장은 마음의 반영이기에 임경선이라는 작가의 평소 생각마저 의심스러워진다.

댓글 1
  • passerb 2018.08.04 1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이 갑니다
    술집마담으로 일하는 것이 여자로서의 매력의 지위를 나타낸다?
    어이가 없네요
    여자는 미와 웃음을 팔고 남자는 그것을 사는 것은 성별의 구조는 잘못된 것이고 사라져야하는 것이지요..

책방무사 in 계동

2016. 2. 22.


나는 예전부터 강의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려고 준비해왔다. 그러다가 덜컥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일단 보류 중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꼭 마련할 생각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홍대의 땡스북스(내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서점, 땡스북스), 논현동의 북티크(메모 습관의 힘 저자 강연회 in 북티크 서점)와 같은 느낌의 공간이다. 지금은 직접 대관을 하거나 초청을 받아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사방 벽에는 미술, 철학, 역사 관련 책으로 채우고, 빔 프로젝터 혹은 LCD 모니터로 미술사 도판을 보며 강의도 하고 사람들이 와서 공부도 할 수 있게끔 하고 싶다. 나는 그곳에서 공부도 하고, 강의도 하며, 글을 쓰고 싶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이다. 현재는 학자로 성장하는 발판이자 커리어 쌓는 단계라 생각해서 큐레이터로 몸을 담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놓지 않고 있으며 좋은 공간이 생기면 꼭 가서 구경하곤 한다. 대개 이렇게 가면 나 역시 그곳의 팬이 되어 회원가입을 하거나, 책을 종종 사오게 된다. 그만큼 내 취향과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방문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들렀던 <책방무사>도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대개 저녁 6시까지만 운영을 해서 평일에는 출근하느라 못가고, 주말에는 강의하느라 좀처럼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그러던 이번 주말, 오랜만에 텅 빈 스케쥴 덕분에 전시를 보러가려다가 이내 마음을 바꿔 책방무사를 다녀왔다.



언론에도 종종 나오듯이 책방무사는 홍대 여신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가수 요조씨가 운영하는 책방이다(책방무사 트위터). 규모가 작은 공간이어서 많은 책들을 진열해놓지는 않았지만 책 하나하나가 마치 미술 작품을 큐레이팅하듯이 선정한 것들이라 책 읽는 취향만 맞는다면 더할 나위없이 팬이 될 수 있는 서점이었다. 내부 공간은 요즘 트렌드에 맞게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아직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책방무사만의 컨셉이라던지, 일관된 방향성을 찾기는 어려웠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런 컨셉을 찾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 보이기도 했다. 책방무사(無事)는 단어 그대로 하루하루 무사하길 바라며 소소하게 잠시 들렀다 가는 공간이라 볼 수 있다. 운 좋게 내 취향의 책을 발견하면 좋은거고, 설사 아니더라도 또 그런대로 좋은 공간인 것이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내부를 꾸며놓은 여러 소품들이 왠지 본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안정적으로 보였다. 책의 종류들도 대형 서점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주제의 책들이 많았다. 사실 이런 책들은 동네 서점에서 사서 봐야 제 맛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덕분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일본 문화 관련 잡지를 사왔는데 아마도 정기 구독을 신청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숨겨져있는 알짜배기 책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또 언제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주말에 안국역, 인사동쪽으로 갈 일이 있으면 종종 들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산책하고 온 기분이 드는 공간이다.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이 반영된 소품들. 나는 예술하는 사람들의 이런 마이너하면서도 개성있고, 독특해보이는 취향을 선망한다. 어쩌면 내가 지극히 제도권 속에서 안정감을 가지며 메이저한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 다른 극단에 위치한 것에 대한 선망이 생긴 듯하다. 도대체 저런 것들은 어디서 사오는 것인지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나도 여행가면 사오고 싶은데 내 눈에는 잘 안띄더라. 그만큼 세상보는 시각의 범위가 다르다는 의미일 것이다. 



남자들만 있을줄 알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전부 여자 손님들 뿐이었다.





밖에도 소품 하나하나가 대충 만든 듯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오래 사용한 가죽 지갑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너무 규격화되고 새 것 느낌나는 것들은 가끔 범접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이런 요소들은 첫 방문자들에게도 특유의 어색함을 지워주고 편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p.s. 



1. 책방무사에서 사온 책이다.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내가 예전부터 입버릇처럼 혼자 되뇌이던 말, '내 머리 속에 든 것은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와 너무 비슷해서 친근한 마음에 샀다. 근데 정작 이 책이 나를 배신했다. 일본의 대학 교수님의 독서법은 어떤지 궁금했는데 그 내용은 몇 페이지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출판사의 광고 카피에 낚인 격이다.


2. Boon 잡지는 일본 문화와 관련된 잡지로 매월마다 주제가 다르다. 나는 <시각 문화로 보는 현대 일본>이라는 타이틀에 이끌려 과월호를 사왔다. 필진 구성과 글의 소재들이 아주 탄탄하여 마치 학회지가 재밌게 꾸며진 듯한 느낌이다. 정기 구독할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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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습관의 힘 저자 강연회 in 북티크 서점

2015. 12. 3.






메모, 노트 필기에 유난히 관심이 높아진 요즘이다. 나 역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메모하고, 공부와 글 쓰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라며 메모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확실한 계획이 없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내 성격상 메모 방식 역시 틀이 짜여지기를 바랐다. 그래야 본격적으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예전에 인터넷에서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메모 방법에 대한 글(2년간 노트를 쓰며 내게 일어난 변화)을 쓴 분이 책을 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른 책을 사봤다. 그리고 오늘 북티크에서 열린 강연에도 서점 구경도 할 겸 다녀왔다. 어차피 책의 컨셉이 방법, 팁에 관한 것이기에 저자의 깊은 사유 혹은 지식을 얻는 것은 무리였지만 효율적인 메모의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선배의 족보를 보는 느낌이랄까. 특히 나처럼 무언가 틀을 짜놓고 시작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면 강연 내용 중에서 이 말이 도움이 될 것이다.


메모에서 적당한 혼돈은 창의성에 도움을 준다.


즉 메모의 정석이란 없다는 이야기이다. 나 역시 그렇지만 책을 동시에 여러 권 읽는 사람들은 메모할 때 은근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이 책의 메모를 쓰다가 다른 책에 관해 쓸 일 있으면 어디에 써야하지? 그냥 이어서 써도 나중에 활용할 수 있을까?"인데 오랜 시간 메모를 해온 저자가 "그냥 이어서 써도 다 찾아지더라" 라고 해주니 왠지 안심이 되었다.


한 가지 궁금했던 점은 저자처럼 다양한 색으로 꼼꼼하게 메모를 하다보면 책을 읽기 위한 메모가 메모를 위한 책 읽기로 주객전도되지 않을까이다. 개인 취향 혹은 능력에 따라 다를테니 각자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하면 되긴 할 것이다. 참고로 난 검은색 혹은 파란색만 써서 나한테 맞는 방식은 아니다.


메모 방식에 대해 많은 사례와 팁을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던 책과 강연이었다. 하지만 메모 습관이 여러모로 자기계발에 도움된다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근거가 다소 미약하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저자가 주로 제시하는 성공사례가 블로그 글쓰기와 탄력을 받기 시작한 블로그 운영 등에 그쳤기 때문이다(강연에서도 이 자리가 블로그 운영하는 법을 배우는 자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국내외의 다양한 성공사례가 추가되었더라면 더욱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물론 메모를 시작할 때 읽어보면 많은 팁을 얻을 수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강연 마지막에 저자가 이러한 메모 습관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있으며 때가 되면 어떤 분야인지 밝히겠다고 한 만큼 기대도 된다.



p.s.



북티크에서 사온 책들. 『Paris』는 비닐 포장이 되어있었는데 표지 디자인과 예술가들의 공간이라는 주제에 끌려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당장 파리로 날아간다면 조금 색다른 여행 코스를 짜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궁극의 인문학』은 여러 분야의 인문학자들에게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들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아 구매했다. 전공서는 아니지만 전공서만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책이다.


댓글 6
  • 서예진 2015.12.07 1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메모를 흩뿌리고 다니는 성격이라서 이제는 좀 제대로 된 메모를 하고싶어 작은 크기의 수첩을 샀어요. 끄적대기는 하는데 뭔가 더 어지러운? 정리가 안되는 느낌이었는데 '적당한 혼돈은 창의성에 도움을 준다'니! 뭔가 안심이 되네요.ㅋㅋ 서점에 가면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 저도 그게 가장 고민이었는데 저 얘기를 들으니 안심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순서대로 하고 있는데 역시 괜찮네요. 중요한건 메모한걸 자주 들춰보는 거겠죠? ㅎㅎ

  • 올해부터 파우치에 막 쓸 수 있는 작은 수첩을 넣어 다니고 있어요. 형식, 내용 모든게 자유로우니 어떤 말이든 써도 괜찮아~ 하는 생각으로 갖고 다녔는데, 얼마 전 그동안의 기록을 돌아보니 나름 재밌더라구요. 다른분들은 어떻게 메모를 할까 궁금했었던터라 링크해놓으신 글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_^

  • 우와 제 뒷모습이 보이네요 ㅋㅋ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 저도 약간 아쉬운 부분이 많은 강연이었지만 그래도 좀 더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자극이 되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최근에 읽은 3권의 책, 내옆에있는사람/소란/그믐

2015. 10. 18.

사람은 왜 책을 읽을까? 혹시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혼돈의 세상에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더글라스 케네디『빅 퀘스천』

 

한 달에 1권 이상 책을 구입하고, 2권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본다.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위의 구절과 비슷하다. 어떠한 감정이나 생각을 확실히 느끼지만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때 그것들을 찾고자 책을 읽는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도 작가나 제목이 아닌 SNS에 떠도는 책 속의 문장들이다. 책 속의 문장이 마음에 들면 어떻게든 그 책을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 공감가는 구절은 스마트폰에 저장해서 생각날 때마다 보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이번 달에 만난 3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병률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

 

 

생일 선물로 받은 책,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이병률 작가를 대표하는 『끌림』이 올해 10주년을 맞이하여 출판한 3번째 여행산문집이다. 이병률 작가의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편안함'이다.  집에서 할 일이 없을때, 여행이 그리워질 때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번 책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작가가 여름의 흑산도를 여행하던 중 만난 한 소년을 세월이 지난 후 만나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낯을 가렸지만 친해지면서 작가에게 흑산도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여행이 끝난 후 소년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못했다.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그립다는 글을 SNS에 올렸는데, 우연히 소년의 지인과 연락이 되어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소년의 해맑고 순수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고된 삶의 흔적만이 남았다는 말에 잠시 멍해졌다.

 

소년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세상 모두에 거절당한 사람처럼 살아온 날들은 평탄하지 않았고 삶의 고통스런 흔적이 어린 시절의 천진함을 가두어버렸다. 내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면서 한숨을 내쉬는 소년의 표정에는 둔통이 섞여 있었다.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말이나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가슴이 필요했다.

 

-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박연준 산문집, 소란

 

 

박연준 작가의 『소란』을 읽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하면 작가처럼 글을 곱게 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물을 통한 경험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했다. 그리고 " 한 시절 사랑한 것들과 그로 인해 품었던 슬픔들이 남은 내 삶의 토대를 이룰 것임을 알고 있다. 슬퍼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라는 구절은 몇 번을 반복해서 읽을 정도로 위로가 되었다.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

박연준 『소란』


장강명 장편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제가 소설을 쓰는 첫번째 이유가 돈인 것은 아닙니다. 세번째 이유쯤 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인생을 걸고 어떤 일을 할 때, 세번째 이유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이 밥벌이의 싸움을 피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현실에 참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첫번째, 두번째 전장을 가벼이 여긴다는 의미가 아님을 잘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계속 싸워서 글과 돈을 열심히 벌어보겠습니다. 쓰고 싶은 소설을 다 써서 더이상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까지,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겠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8월에 구입해서 읽은 책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다.  장강명 작가는 일반적인 작가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공대를 나와 건설회사를 다니다가 동아일보에 입사해 11년 동안 기자로 일했고 2011년 한겨례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건설회사를 거쳐 기자 출신의 소설가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책을 사게 된 이유는 위의 수상소감이었다. 1인당 연간 독서량이 해마다 떨어지고 책도 잘 구입하지 않는 현실에서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아 글과 돈을 열심히 벌어보겠다는 솔직하면서도 글쓰기에 대한 확고한 열정이 전해져 이런 수상소감을 쓴 작가의 소설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이영훈이라는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홧김에 칼로 찔러 죽여버린 남자와 죽은 이영훈의 엄마 그리고 남자의 동창이자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이야기가 서사를 이끈다. 처음 읽을 때는 시공간도 확확 바뀌고 3명의 이야기가진행되어 복잡한 감이 있었지만 생동감이 넘쳤다. 그 사건에 대한 죽은 아이 엄마의 진실,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살인을 저지른 남자의 진실, 살인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의 진실. 각자의 시선과 입장이 달라 누가 하는 말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 순간의 실수로 살인자가 되어버린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실이란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모든 거짓말들은 다 잊더라도, 이 말만은 기억해줬으면 해. 널 만나서 정말 기뻤어. 너와의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들이었어. 난 그걸 절대로 후회하지않아. 고마워. 진심으로.

 

 

장강명『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장강명 작가의 인터뷰(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28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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