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 64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문학동네, 2013) 책, 참 별로다.

​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문학동네, 2013) 책, 참 별로다. 지난 주까지 인문공간 넛지살롱에서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을 가지고 했던 강의가 모두 끝났다.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세심한 관찰과 말랑말랑한 글을 워낙 좋아해서 재밌게 읽고 강의도 재밌게 했는데, 매번 강의 준비할 때마다 힘겹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알랭 드 보통의 글 때문이 아니라 낭비라는 생각이 항상 들 정도로 너무 큰 판형과 무겁고 두꺼운 종이질 때문이었다. 더불어 메모하기 힘들 정도로 빳빳한 코팅 재질은 책 읽는 맛을 급격하게 하락시켰다. 우리나라 출판계는 반성해야한다. 아무리 출판 시장이 어렵다한들 이렇게까지 단가를 높이 올려서 책을 비싸게 팔면 안되지 않는가. 이러니 나같이 태블릿에 익숙한 사람들은 전자책으로 눈을 돌..

한 권의 책 2014.12.21 (2)

Books...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by 오은

Igor Termenon, 2012- present, 2012 1년 1월엔 뭐든지 잘될 것만 같습니다 총체적 난국은 어제까지였습니다 지난달의 주정은 모두 기화되었습니다 2월엔 여태 출발하지 못한 이유를 추위 탓으로 돌립니다 어느 날엔 문득 초콜릿이 먹고 싶었습니다 3월엔 괜히 가방이 사고 싶습니다 내 이름이 적힌 물건을 늘리고 싶습니다 벚꽃이 되어 내 이름을 날리고 싶습니다 어느 날엔 문득 사탕이 사고 싶었습니다 4월은 생각보다 잔인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한참 전에 이미 죽었기 때문입니다 5월엔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옵니다 근로자도 아니고 어린이도 아니고 어버이도 아니고 스승도 아닌데다 성년을 맞이하지도 않는 나는, 과연 누구입니까 나는 나의 어떤 면을 축하해줄 수 있습니까 6월은 원래부터 좋..

한 권의 책 2014.10.01 (2)

하루의 쉼표(,) <밤 열한 시>에 나를 생각하다_<밤 열한 시>,황경신

북적이는 만원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한다. 옷 사이에 스며있는 세상 냄새를 털어내고 옷걸이에 걸어둔 뒤 시간의 무게로 짓눌려져 있던 내 몸을 뜨거운 물 속에 천천히 눕힌다. 그리고는 어젯밤 뒤척임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침대 속으로 들어가 베개에 기대여 작은 책을 집어든다. 그래. 지금이 바로 밤 열한 시다. 그 어떤 하루를 보냈든 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의 밤 열한 시는 거의 같은 모습일 것이다. 하루의 고단함을 침대에 조용히 내려놓고 아주 잠깐의 쉼을 가질 수 있는 시간. 나의 열한 시도 그렇고 너의 열한 시도 그렇다.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 잠깐 동안 눈을 기울일 수 있는 책. 황경신 작가의 ‘밤 열한 시’는 바로 그런 책이다. 작가가 삼년간 문득문득 떠올렸던 잡념들이 한권의 책으로 묶여졌다. 신기하..

한 권의 책 2014.08.25 (3)

올바른 독서법, 좋은 독자는 문신을 그리는 예술가이다.

나는 밑줄을 그을 수 있고, 나만의 주석을 달 수 있도록 여백이 있는 책을 좋아한다. 독자는 책을 단숨에 먹어 치워 없애버리는 소비자가 아니다. (중략) 내 책들은 가장자리며 여백이 있는 곳은 온통 지렁이가 기어 다닌 것처럼 꼬불꼬불한 선들로 가득하고 때로는 이 선들이 본문까지 침투하기도 한다. 좋은 독자는 문신을 그리는 예술가이다. 샤를단치,『왜 책을 읽는가』, p 26 책을 펼쳐 한번에 완독해야 할 필요는 없다. '책을 손에 드는 순간 당신은 책을 놓지 못하리라!' 식의 책 선전에 너무 익숙해져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부담감이 되기도 한다. 지성인이라면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쯤 쉬이 읽어야 할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뚝딱 뚝딱 잘도 읽는 것 같고. 하지만 하루 아침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책 ..

한 권의 책 2014.08.21

Books...장소의 쉼표,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by 이광호

“모든 장소는 시간의 이름이다.”『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모든 사람들에겐 ‘쉼’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대개 사람은 2가지 유형에 따라 휴식을 취한다. 바로 정적인 휴식과 동적인 휴식이다. 나는 지극히 정적인 쉼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쉼’이란 혼자서 한 장소를 산책하며 그 곳의 카페, 미술관을 구경하고 오는 것이 소소한 일상의 쉼표이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광호의 책『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와 함께 용산을 산책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녹사평역, 낯선 산책의 시작 녹사평역의 복잡한 에스컬레이터와 출구를 마주하면, 잠시 내가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복잡하게 배열된 에스컬레이터들과 출구, 사람들 사이 속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나에게 낯설음을 준다. 책의 저자..

한 권의 책 2014.08.18

Book...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by 김연수

트위터 타임라인을 보다가 위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한 번은 눈으로 읽고, 다시 한 번 소리내어 읽는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이 문장에 이끌려 김연수의 장편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을 읽게 되었다. 100퍼센트의 나를 찾아가는 여정 나를 매료시킨 하나의 문장과 가녀린 여학생의 뒷모습이 보이는 표지는 이 책을 마냥 풋풋한 연애소설로 한껏 기대하게 만든다. 책의 도입부는 미국으로 입양된 카밀라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한국에서 입양된 미국의 카밀라, 동백꽃이라는 의미를 지닌 카밀라가 자신을 낳아준 진짜 엄마, 100퍼센트의 엄마를 찾아 한국 땅을 밟고 진남으로의 여정을 그린 책이다. "출판사의 편집자가 에이전트에게 전화해 빈 공간을 채우는 논픽션을 제안했다는..

한 권의 책 2014.07.19

Book...그을린 예술 by 심보선

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삶의 불길 속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각박한 삶 속에서 유일한 한 줄기의 빛이 되는 예술이 죽었다고 말하는 시인이자 사회학자인 심보선의 『그을린 예술』. 그가 이 산문집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궁금증을 가진 채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을린 예술』에서는 문학에서부터 그림까지의 폭넓은 예술 영역과 더 나아가 문학과 정치, 예술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다양한 예술 분야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혹은 애써 외면해버리는 예술의 현실을 환기시켜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안개 속에 숨어있던 예술이 처한 현실을 바로 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게 된다. 총 5부로 이어지는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3부 예술의 죽음,..

한 권의 책 2014.05.01 (2)

Book...Look! 미술사 입문 by 앤 댈리바

앤 댈리바, 박남희 옮김, , 미진사 교보문고에 들렀는데 처음 미술사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괜찮은 책을 봤습니다. 이런 책으로는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요. 미술사라는 학문에 대한 이해부터 미술사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중에 논문을 쓸 때 도움되는 내용까지 담은 도구서입니다. 이런 책은 꼭 완독할 필요는 없지만, 있으면 언제 찾아보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나중을 위해 쟁여 둘 필요가 있지요. 꼭 찾아야 할 때 없을 때가 생기더라구요. ㅎㅎ 지극히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조언을 담고 있기 때문에 막연하게 미술사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분들에겐 즉각적으로 도움이 될테니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앤 댈리바, 박남희 옮김, , 미진사

한 권의 책 2014.03.04

요즘 북카페 관련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요즘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아님 연말연시(라기엔 시간이 많이 흘러 벌써 2월이지만) 특유의 여유로움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무거운 전공책들보단 가볍고, 감성에 젖을 수 있는 책들에 더 눈길이 가네요.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문학 작품을 멀리 하는 편입니다. 결코 자랑할 수 없는 말이겠지요. 인문학을 공부한다면서 문학을 멀리한다니 말입니다. 어릴 때는 추리소설, 역사소설류를 참 좋아했는데 점점 커가면서 전공책, 논문이 아닌 것들을 읽으면 안될 것 같다는 강박관념도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거의 6년 동안을 서점에 가도 다른 코너에는 가보질 않았는데 이번 겨울부터는 슬슬 가볍고, 뭔가 따뜻해지는 책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슬며시 나더군요. 마침 북카페 같은 세미나 공간을 준비 중이어서 관련된 책들을 ..

한 권의 책 2014.02.03

Books...일상 속 철학 이야기『나는, 오늘도』by 미셸 퓌에슈

사람들은 대개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보통 사람들 중 하나였죠. 그렇게 철학 책을 한번도 접하지 못한 채 살아가던 중 우연히 SNS를 통해 미셸 퓌에슈의 철학 9종 시리즈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9종의 시리즈로 각각 다른 색들의 얇은 두께의 책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띠지를 감고 있는 책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1. 나를 움직이게 하는 책 『나는, 오늘도』 미셸 퓌에슈 글, 나타나엘 미클레스, 파스칼 르메트르 등 그림, 심영아 역, 이봄, 2013 목차 [마음 에디션 -우리가 매일 느끼는 마음 3가지] 01 사랑하다- 당신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에 대하여 02 설명하다- 당신에게 이해받고 싶을 때 내가 가져야 하는 마음에 대하여 03 수치심- 마주하고 싶지 않은 ..

한 권의 책 2014.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