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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미술사, 근대미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2018. 11. 20.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을 때만 해도 근대라는 시기는 언제나 내 관심 바깥에 위치해 있었다. 고미술만이 풍길 수 있는 고아함도 없고, 그렇다고 아주 현대적이지도 않은 과도기적인 어설픔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조선시대 사람이 댕기머리를 한 채 양복을 입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처럼 보였다. 그리고 암울한 시절이라는 시대적 배경도 내 관심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데 한 몫을 했다.


오랜 세월동안 미술사학계에서 근대를 도외시하는 분위기 역시 근대미술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였다. 지금은 근대미술이 점차 부각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근대보다는 조선시대 후기 회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18, 19세기 작품이 많이 전해지고 있는 탓도 크지만 무엇보다 ‘조선 문예의 르네상스’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18세기에 문예가 크게 번성했고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많다. 이왕이면 찬란했던 시절을 자신의 전공으로 삼고 싶어하는 마음도 18세기 연구 집중화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학문 트렌드는 조선시대와 근현대 연구의 분절을 가져왔다. 주요 학회마저 나뉘어져 서로간의 교류가 끊긴지 오래다. 심지어 활발히 활동하는 연구자들이 누군지 서로 모를 정도이다. 미술사라는 전공을 함께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미술사학자와 미술비평가가 완전히 구분되는 것처럼 근대 이전은 미술사학자, 근대 이후는 미술비평가들을 주축으로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미술사와 미술비평은 언뜻 보기에 비슷해보이지만 서로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기에 다른 분야이다. 구분하기가 꽤 어렵긴 하지만 이렇게 보면 된다. 미술사는 역사적 맥락을 만들어가며 미술작품을 근거로 제시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추한 것 모두 같은 중요도로 대한다. 항상 역사적 맥락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작품의 아름다움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다. 물론 걸작, 미적 가치가 높은 작품은 설정하지만.

반면에 미술비평은 감상자에게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아름다운 부분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작품에 대한 평가, 판단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평가는 물론 시간이 흐르면 후대 미술사 연구에 의해 높이 평가될 수도, 무시당할 수도 있다.

지난 20세기에 근현대미술은 미술비평의 영역에서 자주 다루어져 왔다. 미술비평이 동시대 작품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상대적으로 미술사는 고미술을 연구대상으로 삼아왔다. 근현대라 할 수 있는 20세기는 아직 미술사에서 다루기에 이른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가 되고도 20 여 년이 흐른 지금은 슬슬 미술사에서 근대미술을 다룰 때가 온 듯하다. 말 그대로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미술사에서도 근대미술이 자주 다뤄지고 있다. 학술지 논문 뿐만 아니라 학위 논문의 주제로도 선호되는 시대가 되었다. 석사를 졸업한 후배들이 논문을 보내주곤 하는데 이제는 오히려 근대 이전의 주제를 발견하기가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지난 2016년에 근대회화를 주제로 특별전을 기획한 적이 있다. 이 박물관에 오고나서 내가 처음 기획한 전시였고, 작품 대다수가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꽤 많은 부담을 안고 많은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석사 논문 쓸 때에 비견될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전시기획을 위해 공부를 해보니 근대미술이라는 주제가 갖는 매력도 알게 되었다. 일단 고미술보다 작품이 많이 남아있어서 공부하는 맛이 났다. 그만큼 치밀하게 검증하고 진위 감정도 병행해야 했지만 조선시대 초기처럼 없어서 막연한 것보단 풍부한게 좋았다. 그리고 암울한 시대상 속에서 어떻게든 한국성을 찾아내려는 화가들의 고뇌도 느낄 수 있었다. 얼핏 보기엔 전통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현대의 세련됨도 얻지 못한 어설픔처럼 보이지만 강제로 근대화를 겪었던 당시의 시대상을 알면 치열한 몸부림으로 느껴졌다.

다행히 그 전시는 꽤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철저하게 작품을 검증해주신 자문위원 선생님들, 박물관의 풍부한 컬렉션 등에 힘입은 바가 컸다. 나도 이 전시 덕분에 기획자로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근대미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 되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일본회화 특별전도 담당할 수 있었다(내 주전공은 18, 19세기 일본회화사이다. 물론 박사논문은 우리나라 미술도 포함시켜서 교류사를 할 예정이지만).

얼마 전에 교보문고에 갔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근현대미술 분야에서 연구도 많이 하시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선생님 두 분의 대화록으로 꾸며진 이 책은 미술사를 공부할 때 갖춰야 할 자세, 시각, 공부 방법 등에 관해 많은 도움을 준다. 이 두 분 선생님은 지난 근대미술 전시를 기회로 처음 뵐 수 있었고 식사도 같이 했던 적이 있다. 반가운 마음에 고민없이 책을 사왔다. 입문자를 위한 내용이지만 때로는 이런 책이 공부의 중심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내가 근대미술 전공자였다면 자주 여쭤보고 뵈었을텐데 그러질 못해 아쉽고 죄송할 뿐이다.

내가 했던 전시에 대한 내용도 함께 있어 여기에 같이 소개한다. 미술사를 계속 공부하고 싶은 사람, 현재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보면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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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미술 기고(2018. 10)] 피터 드러커의 붓의 노래(21세기북스, 2011)

2018. 11. 4.


월간미술 10월호에 서평을 기고했습니다. 이제 11월호가 나왔으니 전문을 공개해도 괜찮을 듯하여 이곳에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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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피터 드러커, 이재규 역, 『붓의 노래』, 파주: 21세기북스, 2011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일본의 그림은 크게 두 개로 구분된다. 하나는 강렬한 원색과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꽉 찬 구도가 인상적인 우키요에(浮世絵)와 같은 장식 채색화이다. 다른 하나는 서양미술사의 전통에서 전혀 볼 수 없는 것으로서 미술을 심상(心想) 표현의 수단으로 삼은 동아시아의 전통 수묵화이다. 물론 서양미술에도 심상의 표현이 담긴 작품들이 있다. 그러나 서양미술이 인체의 감각기관이 받아들인 것을 그대로 표출하려 했다면, 동아시아 미술은 감각기관과 무관하게 마음 속에 떠오르는 것을 그리려했고 이는 자아의 성숙, 정신적 가치의 발현에 무게 중심을 둔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즉 서양미술이 ‘내가 지금 본 것’을 그린 것이라면, 동아시아의 미술은 ‘내가 점차 보아가는 것’을 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의 발견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후자에 매료된 이들은 대체로 오랜 세월에 걸쳐 동양미술을 접하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이가 많은 편이다. 그 중에는 미술사학자, 큐레이터와 같은 연구자는 물론이고, 일관되게 작품을 접하고 수집해온 컬렉터도 포함된다.


일본미술은 동아시아 미술의 정신성 표현이라는 여러가지 화법 중에서 가장 시각적으로 강렬한 양식을 바탕으로 전개되어 왔다. 특히 무로마치시대의 수묵화는 한국, 중국의 전통 수묵화보다 간결하고 산뜻한 표현을 선호했으며 윤곽의 마무리가 확실한 편이다. 사실 이러한 차이는 아주 미묘한 것이어서 같은 수묵화 영역 안에서도 구분하기란 무척 어렵다. 연구자들에게도 한국, 중국, 일본 수묵화의 차이에 대해 명쾌하기 설명하기란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이 어려운 문제를 동아시아 출신도 아니고, 미술사 연구자도 아닌 '경영학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피터 드러커(1909-2005)가 『붓의 노래』(파주: 21세기북스, 2011)를 통해 명쾌하게 설명해주었다. 피터 드러커는 1934년에 런던에서 일본회화를 처음 접한 이후 1979년에 '산소 컬렉션(Sanso Collection)'으로 명명할 정도로 많은 일본회화를 수집하였다고 전해진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집해왔으니 반 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살펴보고, 분석하고, 직접 투자하여 수집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일본회화를 단순한 수집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일본의 경제,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였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가깝게는 조직 구성원, 멀게는 인간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요즘 인문학 열기에 이미 수 십년 앞서 경영을 인문학에 연결지어 고찰했던 경영 '구루(Guru)'다운 생각이라 할 수 있다.


몇 년전부터 서점에서 미술과 기타 학문을 서로 연결지은 책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인문경영'의 열기 때문인지 경제학적인 시각으로 미술작품을 바라 본 책이 인기가 많은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제는 미술사에서 이미 사회경제사적 방법론으로 체화된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는 것에 그쳐 색다른 해석을 찾기란 무척 어렵다. 더불어 미술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수반되기 보다는 에피소드 나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신뢰할 만한 미술 입문서를 찾는 이들에게 불편을 끼칠 정도이다.


이 지점에서 『붓의 노래』는 경영이 미술을 만났을 때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표준을 제공하고, 일본의 중, 근세 회화사 개설서로 사용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깊이를 제공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번역자의 해설도 책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였다. 다만 피터 드러커가 이 책을 처음 쓴 시점은 1979년으로, 당시 일본의 경제가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시기여서 경제에 관한 내용은 지금의 상황과 맞지 않은 내용도 담겨있다. 그러나 이 책을 하나의 역사서로 받아들인다면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닐 것이다.


전문가라는 칭호는 한 분야의 정통함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세상 전반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선사해야된다. 한 분야의 정통함을 다른 분야에 대한 몰이해의 방패로 삼는 자에게는 과분한 칭호라 생각한다. 피터 드러커는 진정한 전문가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었으며, 요즘들어 더욱 보기 힘들어지는 컬렉터의 전범(典範)이 되어주었다. 재투자의 수단으로, 혹은 본능에 충실한 완물상지(玩物喪志)로서 미술품을 구입'만'하는 이들에게도 꼭 소개해주고 싶은 책이 바로 피터 드러커의 『붓의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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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화령 2019.01.14 2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역이 많아요. 대표적으로 36쪽에 칠언절구를 오언절구로 억지 해석하고 한자의 오자도 많아요.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추천한 책들

2018. 6. 12.


가능하다면 어휘, 논리, 그리고 정확한 시선까지 글에 대한 모든 것을 훔치고 싶은 신형철 문학평론가(조선대 교수)가 추천한 책 목록입니다.


언젠가 신형철 평론가는 비평을 작품이 하는 말을 들어주는 일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급한 판단, 선입견을 자제해야겠지요.


기본적으로 글이라는 도구, 문학이라는 매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미술평론과 문학평론 모두 본질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텍스트 하나에 깊은 사유와 정확한 해석을 요구받는 문학평론은 미술사, 미술비평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필수로 배워야하는 분야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전시 준비를 끝내고 시간이 많이 생기다보니 큐레이터로서의 일 외에 평소 읽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어 아주 좋네요. ㅎㅎ


“비평은 기본적으로 들어주는 일이다. 비평은 소설과 시가 내게 하는 말을 들어주는 작업,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장 섬세하게 들어줄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 사회에서 특별히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거친 이해와 성급한 단정이다. 거친 이해와 성급한 단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생각하고 가장 미세한 진실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내려는 것이 비평의 근본이다. 나는 비평이란 미세한 진실에 대해서도 인간이 얼마나 섬세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평은 하나의 사회적 실천일 수 있다. 비평이란 글쓰기가 어떻게 하나의 윤리적 실천일 수 있는지를 더 깊이 연구하고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싶은 것이 내 목표다."(신형철 문학평론가)


■ 신형철 조선대 교수가 고른 책들


<입속의 검은 잎> 기형도 지음·문학과지성사·1989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유유정 옮김·문학사상사·1989

“부정할 수 없는, 한 시대·세대의 정서·태도의 원본”


<민족문학의 새단계: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3> 백낙청 지음·창작과비평사·1990


<글 읽기와 삶 읽기> 1-3 조한혜정 지음·또하나의문화·1992~1994


<분단체제 변혁의 공부길> 백낙청 지음·창작과비평사·1994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도정일 지음·민음사·1994

“이론과 시대와 안목과 문체가 결합된 인문학 저술의 모범이자, 90년대적 비평을 위한 대안으로서 사회문화비평을 아우르는 문학비평의 한 전범”


<미학 오디세이> 진중권 지음·새길·1994


<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진경 지음·1994

“부정할 수 없는, 한 세대의 철학 교과서”


<외딴 방> 신경숙 지음·문학동네·1995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지음·이진우 태정호 옮김·한길사·1996


<프로이트 전집> 열린책들·1997

“온갖 오해와 풍문을 넘어서, 100년 만에 전모를 드러낸 문제적 사유”


<심미적 이성의 탐구> 김우창 지음·솔·1998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마루야마 마사오 지음·김석근 옮김·1998


<봄날> 임철우 지음·문학과지성사·1998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 지음·문학과지성사·1998

“소련 해체와 문민정부 이후, 90년대적 멜랑콜리의 교본”


<오월의 사회과학> 최정운 지음·풀빛·1999


<체 게바라 평전> 장 코르미에 지음·김미선 옮김·실천문학사·2000


<왜 동양철학인가> 한형조 지음·문학동네·2000

“동양철학을 논술하는 스타일의 신선한 혁신”


<우리 안의 파시즘> 임지현 외 지음·삼인·2000


<오래된 정원> 황석영 지음·창작과비평사·2001

“반성은 있으되 전망이 부족했던 90년대 후일담 문학의 심원한 극복”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 지음·후마니타스·2002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지음·이현경 옮김·돌베개·2007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서동진 지음·돌베개·2009


<마음의 사회학> 김홍중 지음·문학동네·2009

“2000년대 한국사회의 마음을 읽어낸 ‘섬세한’ 사회학”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이창신 옮김·김영사·2010

“공리에서 정의로, 롤스 이후 정치철학사의 계보·논쟁에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낸 것만으로도.”


<모든 것은 빛난다> 휴버트 드레이퍼스, 숀 켈리 지음·김동규 옮김·사월의 책·2013

“삶의 의미를 묻는 대중적 철학 저술을 최상급의 전문 철학자가 쓸 때 나올 수 있는 결과물”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창비·2014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지음·장경덕 외 옮김·글항아리·2014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지음·문학과지성사·2015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조현욱 옮김·김영사·2015


[원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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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으로 이사 간 땡스북스를 가다.

2018. 5. 4.


합정역과 홍대입구역 사이에 있던 땡스북스가 지난 5월 1일부터 새로운 곳으로 이전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처음 소식을 접하고 휴가 때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존 장소는 아늑하고 동네책방이라는 정체성에 어울리는 공간이었지만 살짝 비좁았던 것도 사실이기에 조금 더 큰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 반가운 소식이었다.

위치도 지하철역에서 조금 걸어야하는 애매한 곳에 있어 불편했는데 마침 이번에는 합정역에 더 가까워졌다기에 나이스한 선택으로 여겨졌다. 휴가의 마지막 날 오후 설렁설렁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어떻게 바뀌었을까. 공간 구성에서는 어떤 센스를 또 발휘했을까. 꽤 설레는 방문이었다.


도착해보니 가장 주목되었던 것은 직사각형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이렇게 사선의 서가와 테이블을 배치한 구조였다. 공간도 조금 더 넓어졌지만 아직은 이전 오픈 직후여서 땡스북스만의 느낌이 나는 책 배치, 이벤트, 큐레이션 서가 등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건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곧 자리를 잡을 것으로 생각된다.



땡스북스는 디자이너, 미술계 및 출판계 종사자들에게 미처 알지 못했던, 그러나 구미가 당기는 책을 조용히 권유해주는 공간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언제나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는 나같은 사람도 땡스북스에 회원가입을 하고 방문할 때마다 한, 두권씩 사오게 되는 서점이다.

참고로 나는 교보문고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플래티넘 회원(직전 6개월마다 총 60만원 이상 책이나 문구류를 구매해야 유지되는, 꽤 빡센 미션을 매월 견뎌내야하는 회원등급이다)인데 별다른 혜택이 없음에도 이를 유지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교보문고에서만 책을 사는데도 이를 가뿐하게 비집고 들어온게 땡스북스이다.




땡스북스에 올 때마다 우리나라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정말 센스있는 디자이너가 많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무튼, 나는 계속 책 구경"을.


사진 초보 중 초보인 나는 정형화된 구도 밖에 찍을 줄 몰라서 아쉬움이 가득하다. 어떻게 하면 나도 센스있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매번 고민한다. 오늘은 문득 텀블러에서만 활동하는 감성적이고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20대 여자 블로거들이 올린 사진을 떠올리며 한 번 다른 시도를 해봤다. 그래서 해본게 고작 이렇게 아래로 막 찍은 사진이다. 아직 멀었다.


'아무튼'이 표준어 표기이지만, 나는 저기 써있는 것처럼 '암튼'이라고 쓰는게 더 좋다. amtn. 다시 구경을.


나중에 봐야지해놓고 매번 까먹게 될 정도로 좋은 영화, 소설이 많은 요즘이다. 그중 하나가 일본소설 원작인 <종이달>이라는 영화다.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지극히 평범한 한 은행원이 사소한 문제로 고객의 돈 1만엔을 먼저 쓴 다음 곧 원상복구하는 일을 겪게 된다. 이 경험은 그의 일상에 자극을 주었고, 점점 스케일이 커지며 점차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내용이다. 

미야자와 리에라는 배우가 주인공인데 이 영화를 소개하는 TV프로를 보며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이름이 꽤 익숙하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직 일본문화 수입이 금지되었던 90년대 초반에 초절정 일본 미녀배우가 누드집을 냈다고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한창 떠들 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나이에 접한 미야자와 리에라는 이름은 그녀가 어떤 연기를 했고, 어떤 배우인지 알아보지도 못한채 나에게 오랫동안 성인영화 속 여배우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언론의 폐해로 인해 생긴 큰 오해였음을 20여 년이 지나 깨닫게 되다니 괜히 미안해진다. 지금은 아이돌의 한계를 깨고 롱런하는 일본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리에상, 미안합니다. 일본 여배우라고는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 밖에 모르는 저를 용서하세요.


비가 오다가, 우박이 날벼락처럼 떨어지다가, 이렇게 강렬한 햇빛이 나는 알 수 없는 요 며칠간 날씨.


요즘 SNS에서 꽤 감성적인 포스팅으로 유명한 여자들의 사진을 보면 꼭 이렇게 잎이 큰 초록색 식물을 참 좋아하더라. 왜지.

왜일까.


나도 알고 싶었다.
무인양품은 왜 싸지도 않은데 잘 팔리는가.

"인장(도장)이 없는 양질의 상품(無印良品)"

즉, 심플한 디자인을 위해 브랜드명조차 거추장스럽다며 쳐낸 상품이라는 의미이지만, '무인양품', 일본어로 'MUJI'라고 부르는게 하나의 브랜드명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이율배반적인 브랜드이다. 이름이 없다는데 있어.

개성적이고, 심플한 디자인 때문에 그런거지라고 단언하고 싶지만 그러면 이 저자에게 실례이겠지?


강한 햇살로 인해 생긴 사선의 그림자들이 이뻐 찍었는데 다시보니 책 제목이 참 전투적이구나. 대한항공 오너집안(사실 오너도 아니지만)이 알고보니 밀수업자더라는 오늘자 뉴스가 떠오른다.


딱히 사고 싶은 책이 있어 방문한 것은 아니었지만 땡스북스가 빨리 자리잡기를 바라는 응원의 심정으로 꼭 한 권 사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사온 책은 바로...



『권외편집자』. 일본의 연륜있는 편집자 출신이 쓴 책과 출판에 관한 자전적인 내용인데 잡지 에디터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여기에서 '권외(圈外)'라는 말은 '제도권 밖'이라는 의미로, 프리랜서를 뜻하기도 하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한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아직 다 못읽었지만 이번 주 안으로 다 읽을 예정이다. 땡스북스에서 준 책갈피와 함께 한 컷.



이렇게 책갈피를 꽂아보고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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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헉 무인양품 뜻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제가 읽은 책 딱 하나 있네요 아무튼, 망원동 재밌었어요 제가 살지도 않았는데 저자가 어렸을 때 살았다던 동네 이야기가 참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망원동 땅값을 생각해보게 되고...땡스북스는 옮기고 한 번도 안가봤는데 안에서 찍은 바깥이 왜 외국같아 보이죠 합정역에 가까워졌다니 다행입니다 홍대는 어째 갈수록 사람이 더 많아지는지 이제 치를 떨고 있어요 ㅠㅠ

    • 저도 요즘은 통 못 가봤네요. 언제 날 잡아서 마음먹고 가보고 싶어요. 합정역만의 분위기도 좋은데 말이죠. '아무튼 망원동'이란 책도 봐야겠습니다. ㅎㅎ

책을 바라보다

2017. 11. 25.


이번에 일본에서 사온 책들.

석사 때는 일단 쟁여둔다는 생각으로 도록을 잔뜩 사오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어지간한 도판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한데다가 일회성으로 보는 책들은 박물관 혹은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는 편이다. 석사 후배들에게도 비싼 학교 등록금내며 다니는데 최대한 도서관을 이용하라고 권유한다. 그게 등록금 본전 찾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학기당 등록금이 거의 500만원이므로 책 한 권당 평균 15,000원이라 하고, 도서관에서 한 학기에 330권만 빌려서 내 것으로 소화하면 결국 등록금을 알차게 쓰는 격이 아닐까?

대신 ‘도구서’라 부르는 사전류는 얼마가 됐건 꼭 사온다. 곁에 두고 수시로 찾아봐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책들은 빌려서 잠시 보는걸로 해결이 되질 않는다. 지금은 약간만 필요해도 10년 넘게 계속 사용하게 되는, 이른바 수명이 긴 책들이다.

학문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크게 보람을 느끼는 것에는 책을 고르고 사는 나름의 확고한 원칙, 기준을 세우게 됐다는 점도 포함된다. 즉 책에 대한 관점을 갖춘 사람이 됐다는게 가장 보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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