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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미술사, 근대미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을 때만 해도 근대라는 시기는 언제나 내 관심 바깥에 위치해 있었다. 고미술만이 풍길 수 있는 고아함도 없고, 그렇다고 아주 현대적이지도 않은 과도기적인 어설픔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조선시대 사람이 댕기머리를 한 채 양복을 입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처럼 보였다. 그리고 암울한 시절이라는 시대적 배경도 내 관심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데 한 몫을 했다. 오랜 세월동안 미술사학계에서 근대를 도외시하는 분위기 역시 근대미술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였다. 지금은 근대미술이 점차 부각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근대보다는 조선시대 후기 회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18, 19세기 작품이 많이 전해지고 있는 탓도 크지만 무엇보다 ‘조선 문예의 르네상스.. 더보기
[월간미술 기고(2018. 10)] 피터 드러커의 붓의 노래(21세기북스, 2011) 월간미술 10월호에 서평을 기고했습니다. 이제 11월호가 나왔으니 전문을 공개해도 괜찮을 듯하여 이곳에 옮깁니다. - [서평] 피터 드러커, 이재규 역, 『붓의 노래』, 파주: 21세기북스, 2011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일본의 그림은 크게 두 개로 구분된다. 하나는 강렬한 원색과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꽉 찬 구도가 인상적인 우키요에(浮世絵)와 같은 장식 채색화이다. 다른 하나는 서양미술사의 전통에서 전혀 볼 수 없는 것으로서 미술을 심상(心想) 표현의 수단으로 삼은 동아시아의 전통 수묵화이다. 물론 서양미술에도 심상의 표현이 담긴 작품들이 있다. 그러나 서양미술이 인체의 감각기관이 받아들인 것을 그대로 표출하려 했다면, 동아시아 미술은 감각기관과 무관하게 마음 속에 떠오르는 것을 그리려했고 이는.. 더보기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추천한 책들 가능하다면 어휘, 논리, 그리고 정확한 시선까지 글에 대한 모든 것을 훔치고 싶은 신형철 문학평론가(조선대 교수)가 추천한 책 목록입니다. 언젠가 신형철 평론가는 비평을 작품이 하는 말을 들어주는 일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급한 판단, 선입견을 자제해야겠지요. 기본적으로 글이라는 도구, 문학이라는 매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미술평론과 문학평론 모두 본질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텍스트 하나에 깊은 사유와 정확한 해석을 요구받는 문학평론은 미술사, 미술비평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필수로 배워야하는 분야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전시 준비를 끝내고 시간이 많이 생기다보니 큐레이터로서의 일 외에 평소 읽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어 아주 좋네요. ㅎㅎ “비평은 기본적으로 .. 더보기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간 땡스북스를 가다. 합정역과 홍대입구역 사이에 있던 땡스북스가 지난 5월 1일부터 새로운 곳으로 이전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처음 소식을 접하고 휴가 때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존 장소는 아늑하고 동네책방이라는 정체성에 어울리는 공간이었지만 살짝 비좁았던 것도 사실이기에 조금 더 큰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 반가운 소식이었다. 위치도 지하철역에서 조금 걸어야하는 애매한 곳에 있어 불편했는데 마침 이번에는 합정역에 더 가까워졌다기에 나이스한 선택으로 여겨졌다. 휴가의 마지막 날 오후 설렁설렁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어떻게 바뀌었을까. 공간 구성에서는 어떤 센스를 또 발휘했을까. 꽤 설레는 방문이었다. 도착해보니 가장 주목되었던 것은 직사각형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이렇게 사선의 서가와 테이블을 배치한 구.. 더보기
책을 바라보다 이번에 일본에서 사온 책들. 석사 때는 일단 쟁여둔다는 생각으로 도록을 잔뜩 사오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어지간한 도판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한데다가 일회성으로 보는 책들은 박물관 혹은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는 편이다. 석사 후배들에게도 비싼 학교 등록금내며 다니는데 최대한 도서관을 이용하라고 권유한다. 그게 등록금 본전 찾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학기당 등록금이 거의 500만원이므로 책 한 권당 평균 15,000원이라 하고, 도서관에서 한 학기에 330권만 빌려서 내 것으로 소화하면 결국 등록금을 알차게 쓰는 격이 아닐까? 대신 ‘도구서’라 부르는 사전류는 얼마가 됐건 꼭 사온다. 곁에 두고 수시로 찾아봐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책들은 빌려서 잠시 보는걸로 해결이 되질 않는다. 지금은 약간만 .. 더보기
일본에서 사온 도록, 책들 사실 단행본이나 도록보다는 도쿄에 한 일주일 머무르며 국회도서관에서 복사해오는게 더 유용하지만 이렇게나마 만족해야겠다. 좋은 전시들을 보고 논문에 사용할 도판들과 두고두고 참고할 사전류 책들을 사온게 어디랴 싶기도 하다. 7년 전쯤 석사논문 쓸 때 9박 10일동안 큐슈에서 차를 빌려 각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자료 찾던 때가 생각난다. 차를 렌트하니 점점 무거워지는 짐을 걱정할 필요없이 손이 닿는대로 모두 찾아오고 복사해올 수 있었다. 가끔 직장인으로 살면서 공부에 할애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마다 그 때처럼 한 달정도 일본에 머무르며 자료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다. 내가 지금 일하는 박물관을 과감하게 그만두고 옛날처럼 공부만 하기 위해 떠날 수 있.. 더보기
주말동안 구매한 책들 일본근대미술(서양화편) 도록이다. 우리나라 근대의 회화는 학부 때부터 석사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공부해본 적 없는 분야였다. 전통회화 특유의 고풍스러운 맛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완전한 현대적인 멋도 없는 어정쩡한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암울한 근대상 때문에 접근하기 께름칙한 면도 있었다. 그런데 연구자와 연구 주제의 연이란 것이 있긴 있는지 이제는 박사 논문의 주제로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분야가 되었다. 물론 아직 확실하게 정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평생 해야할 것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더더 하며 결정을 미뤄두고 있는 상태이다. 아마 올해 안에 결정내리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 맡을 전시 주제로 불교미술이 될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졌다. 지금까지 고미술 전시분야에선 한 번도 시.. 더보기
임경선의 도쿄 by 임경선 ​ 임경선 작가가 쓴 라는 에세이 같은 여행책이다. 흔하디 흔한 여행책과 달리 책, 문구, 디자인 등에 관심있는 여행자에게 특화된 책이라 여행내내 들고 다닐 법하다. 패키지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책이랄까. 나 역시 도쿄에서 수개월동안 체류해 본 경험이 있고 툭하면 다녀왔기 때문에 도쿄에 대해서는 꽤 익숙한 편이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곳을 알고 싶던 차에 이 책이 참 반가웠다. 마침 다음 달에 오랜만에 도쿄를 가게 돼서 슬슬 설렘에 시동을 걸고자 읽고 있는데 긴자 파트 읽다가 "어잉??" 했다. 문장이 잘못 꼬이거나, 문장 앞에 '20세기 초에' 혹은 '근대에'라는 단어가 본의 아니게 빠졌겠거니 하고 이해하지만, 다음 문장을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