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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교보문고 등급이 떨어졌다. 최근 몇 개월간 정신없이 바뻐서 책을 못샀더니 고새 등급이 떨어졌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 등급에 따른 혜택이 크지 않지만, 나에게는 내가 그간 책을 많이 읽었구나에 대한 기준이 되어준다.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은 3개월간 30만원 이상을 구매해야 유지된다. 즉, 한 달에 10만원씩 책을 구매해야 된다는 말이다. 대개 미술사 전공서가 2~3만원이고, 일반 교양서가 1~2만원이니 한 달에 4, 5권씩은 사야된다는건데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바탕 정신없는 나날이 가시고 오랜만에 한가로운 오늘, 그동안 사려고 했던 책 리스트들을 살펴봤다. 쟁여두기만 하고 아직 못산 책들이 꽤 많다. 이따가 한국미술사 강의하러 광화문에 나가는데 간 김에 몇 권 사와야겠다. 이동진 평론가가 그간의 평론을 모은 책을 출간했다는데.. 더보기
희망을 떠올리는 날 1. 우산을 항상 들고다녀야 했던 날. 비에 젖으면서 색감이 진해지는 광화문, 정동을 좋아한다. 어떤 일을 겪어도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자신만의 장소 하나 쯤은 있어야한다는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까칠하지만 배려심 깊고, 가끔 잠수를 타서 동생들을 걱정시키지만 만나면 항상 편하고, 공부를 중단한 상태이지만 예전에 썼던 논문을 보면 아직도 감탄하게 만들고, 지금까지 만난 미술사 전공자들 중에 인문학적 스펙트럼이 가장 넓은 그런 형이다. 지방으로 가신 이후 같이 술을 마신지도 벌써 1년이 지나간다. 바쁜게 끝나면 하고 싶은게 너무 많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도 마시고, 요즘 설레게 만드는 논문 주제도 빨리 쓰고, 관련 프로젝트도 하고 싶다. 원래 나중에 뭐뭐 하고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가장 좋긴 하다. .. 더보기
『풍경에 대하여』, 『불가능한 누드』/ 프랑수아 줄리앙 동양회화와 서양회화의 차이를 알면 미술사 공부가 조금 더 친숙해집니다. 대학원에 들어가 논문을 쓰기 위한 공부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하나만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한쪽에만 치우친 공부를 하게 되는데 그래도 틈틈이 반대편의 미술사도 공부하는게 중요하죠. 우선 기본적인 차이는 사용하는 도구의 차이입니다. 동양에선 글씨쓰는 붓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는 ‘서화용필동법론’이라는 동양회화의 기반이 되어주는 이론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단어 그대로 서예와 회화를 사용하는 붓놀림은 같은 방식이라는 의미입니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글씨를 쓸 때 펜이 있고,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브러쉬가 따로 있습니다. 이 차이는 양식의 차이로 직결됩니다. 관념적인 면에서도 동양은 풍경을 ‘점차 보아간다’는 의식으로 .. 더보기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산 이유 매력적인 남자를 지칭하는 말 중에는 뇌섹남이라는 단어가 있다. 단어 그대로 뇌가 섹시한 남자라는 의미이다. 아는게 많고, 지적인 사람 특유의 아우라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 만고불변의 매력이라 할 만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일요일), 나는 여느 때와 같이 강의를 하러 광화문에 나왔다. 늘 그렇듯이 광화문역에 도착하여 교보문고를 한바퀴 둘러봤다. 책을 안살 때도 있지만 오늘은 꼭 한 권을 사고 싶었다. 대개 마음이 휑할 때 이렇다. 내 전공 공부만 하다보면 마음이 푸석푸석해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뭔가 말랑말랑하고, 달착지근한 책이 땡기는 것이다. 마침 구글포토 속 ‘사고 싶은 책’ 앨범에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가 들어있었다. 얼마 전에 출간 소식을 보고 캡처해서 저장해놨던 책이다. 방송을 .. 더보기
일본 라이프스타일 잡지, 『브루투스(Brutus)』 ​​ 어제 한참을 통화하면서 서점을 서성였다. 나도 모르게 잡지 코너에 들어와있었는데 이 표지가 눈에 띄었다. 'Design-focused Lifestyle'을 표방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잡지 『Brutus』였다. 출판, 잡지시장이 날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미디어 브랜드에 대해 거론할 때마다 예시로 들만큼 대표적인 잡지이다. 평소 잘 읽던 잡지는 아니었지만 표지를 보자마자 통화는 통화대로 하면서 그냥 집어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그만큼 소장해두고픈 가치가 느껴졌다. 고대부터 현대에 걸쳐 죽기 전에 직접 보고 싶은 일본회화 100선이라니. 현재 활동중인 미술가가 미술사 속 걸작을 안내하는 것도 흥미로워 보였지만, 무엇보다 내 입장에선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어떤 작품을 선호하는지가 .. 더보기
아크앤북, 자주 가고 싶어지는 서점이 명동에 생겼다. 1. 명동의 추억 지난 연말에 새로운 서점이 오픈했다. 서점 오픈하는 것이야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아마 자신이 자주 가는 동네에 생긴다면 느낌이 다를 것이다. 내게 아크앤북은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명동은 광화문과 함께 추억이 참 많은 곳이다. 일본에 어학연수를 다녀오자마자 명동 스타벅스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인과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당시는 겨울연가, 보아 등을 중심으로 첫 한류 열풍이 일었던 때라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여행을 본격적으로 오던 때였다. 그 친구도 한류 붐을 타고 우리나라에 처음 놀러 온 터였다. 명동은 당시 그들에게 필수 코스였다. 명동의 화장품 매장들은 처음으로 일본어가 유창한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했고, 좌판대에선 한류 스타들의 브로마이드와 같은 각.. 더보기
스틸북스는 서점인가, 매거진B 판매소인가 한남동에 새로 오픈한 사운즈한남에 다녀왔다. 사운즈한남은 매거진B를 간행하는 JOH & Company가 기획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그래서 곳곳에서 매거진B의 디자인 컨셉을 느낄 수 있다. 처음 스틸북스를 오픈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꽤 기대를 했다. 매거진B를 통해 느낀 명확한 컨셉, 특징이 분명한 서점이 될 것 같았다. 합정의 땡스북스가 이태원에도 생기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아직 자리잡기 전이어서 그런지 이 서점을 매거진B와 같은 회사에서 만든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공간 디자인은 JOH & Company가 늘 그렇듯이 한 눈에 봐도 JOH & Company 작품같았다. 광화문 교보문고 뒤의 D타워도 JOH & Company가 설계했는데 D타워의 축소판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콘.. 더보기
발칙한 현대미술사 / 윌 곰퍼츠, 김세진 옮김 ​​ 그간 서양 현대미술 관련 책들을 꽤 봐왔지만 이 책이 가장 쉽게 설명해주고, 재밌는 에피소드도 잘 버무렸다고 생각한다. 저자인 윌 곰퍼츠는 영굳 테이트갤러리 관장 출신으로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깨달음과 지식도 많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주었다. 이 책은 현대미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마르셀 뒤샹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뒤샹이 나올 수 있었던 서양미술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인상주의로 돌아가 차근차근 현대미술을 바라볼 때 필요한 관점을 풍부한 미술사 지식과 함께 설명해준다. 이 책은 그렇게 단숨에 포스트 모더니즘까지 전개해나간다. 마지막으로 뒤샹의 현형으로써 자기 자신을 미술로 승화시킨 아이웨이웨이, 제프 쿤스 등 동시대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책을 읽고 나면 그물망처럼 복잡해보이기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