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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단상/전시 소개

Exhibition...'신여성 도착하다' 특별전의 짧은 단상

2018. 1. 1.


미술작품을 역사의 증거물로 사용하는 연대기적 전시 형식과 텍스트를 최소화하여 작품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전시 형식이 있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여성 도착하다>전은 연대기적 전시형식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지식 함양과 볼거리는 많아 재밌는 전시였다. 그러나 명품이 명품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흐름 속에 부속물로만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전공자들은 명품이란걸 알고 나름 감동하며 감상할 수 있지만, 비전공자들에겐 명품인지 아닌지도 모른채 지나치게 되어있다.


물론 둘 중에 어떤 형식이 옳고 그르다는건 없다. 전시에 나올 작품의 성격과 큐레이터의 의도에 따라 적절하다고 여기는 형식을 따르면 될 뿐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립’이라는 의무감이 있기 때문에 과감한 형식을 선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최대한 스탠다드한 형식을 취해야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명품이 흐름 속에 침잠되어 있다는 아쉬움을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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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국립박물관에 가다.

2017. 12. 1.


지난 주에 간 교토국립박물관의 <国宝>전. 호텔에서 일찍 나와 개관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했음에도 대기인원 2,500여명이 줄을 서있었다.

지난 2009년에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도 어마어마했지만 이번은 그의 수 십배는 더 긴 줄이어서 망연자실할만큼 충격이었다. 다른 일정도 소화하고 공항으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ICOM 카드를 가져가서 무료로 전시를 보는 등 이래저래 편의를 제공받았지만 줄은 똑같이 서야한단다. 가만히 둘러보니 이들은 마치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한 분위기였고, 차분한 대기 풍경에 더 놀랐다.


1시간 반 가까이 비를 맞으며 서있다가 겨우 들어갔는데 작품을 차분히 보는건 둘째치고 무사히 보고 나온거에 감사할 정도로 인파가 북적였다. 이렇게 사람이 몰리면 진열장 유리라도 밀려서 세콤이라도 울릴 법한데 미리 대비를 잘 한 것 같았다. 무로마치시대 수묵화의 유명 화가들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더욱 좋았지만 작품 교체 일정 때문에 셋슈를 못본건 아직도 아쉽다. 대신 슈분을 볼 수 있었지만 셋슈 쪽이 조금 더 끌리긴하다.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개인별, 연령별 취향이 강하게 구분되는 일본인들이 문화의 향유에서 자국의 전통문화가 기저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아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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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스트 로댕의 키스

2017. 11. 5.


제 아무리 작품의 아이디어가 좋고,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관념이 멋지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조형성을 갖춰 순간의 감탄을 이끌어낼지라도 극한 사실성에서 오는 감동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각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작가의 고민과 오랜 시간에 걸쳐 숙성된 생각이 현형되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에 감동이 있다. 순간적인 재치를 발휘하여 만든 것은 감탄을 이끌어 낼 수는 있지만 그만큼 휘발성이 너무 강해 오랫동안 머리에 남아있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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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을 오픈했습니다(전시실 사진 첫 공개)

2017. 10. 27.


하반기 전시를 오픈했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조선말기에 제작되었던 미술품들이 우리의 생각과 달리 꽤 화려하고, 세련됨을 갖추었다는 것을 조명하자입니다. 그중에서 저는 서예를 맡았습니다. 지난 특별전을 비롯해서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한 가지의 장르를 깊이있게 볼 수 있는 전시를 주로 해왔는데 이번에는 다양한 장르가 한 데 어우러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회화, 서예, 도자, 목공예품 등이 이야기 흐름에 맞게 배치되어 보는 재미가 꽤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품 설명글도 작품의 양식 소개는 물론이고 작품과 관련있는 역사적인 내용을 담는 것에도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전시를 보러 오시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작품과 설명글을 번갈아가며 차분히 감상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볼거리가 많은 전시이니 많이들 보러 오세요 :)

제1전시실





제2전시실







제3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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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의 포장 예술 in 국립고궁박물관(2017. 06. 27 ~ 09. 03)

2017. 9. 3.


이번 여름에도 전시회를 꽤 다녀왔지만 아직까지 하나도 리뷰글을 쓰지 못했다. 이래저래 일들이 많아서 블로그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지금, 늦었지만 하나씩 글로 풀어볼까 한다. 정성들여 찍은 사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하고 있는 <조선왕실의 포장 예술> 특별전에 다녀왔다. 보자기를 비롯해 포장에 사용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미술이 아니다. 조금 범주를 넓히면 실용예술, 섬유예술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두고 흔히 공예품이라고 부른다. 이번 전시에서 접한 포장과 관련된 각종 공예품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장식성을 은은하게 내비치고 있었다. 왕실용 공예품답다는 생각이 전시를 보는 내내 들었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포장에 사용된 공예품이 주를 이루었고 그 중에서도 주인공격은 보자기였다. 보자기는 '수복강녕'을 비롯한 각종 길상문과 기하학적인 문양이 정성스럽게 새겨져있는 것과 진한 채색으로만 마무리된 것들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생전 처음보는 보자기로 포장하는 법도 알 수 있다. 아마 보자기로 포장하는 법도는 대부분 몰랐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우리가 보자기를 지나간 시간의 물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점점 사용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령 선생님은 보자기를 두고

처음부터 생활과 함께 숨 쉬어온 예술이기 때문에 실용성이 사라지면 기능과 함께 그 예술성도 잊히게 되는...

이라며 우리 고유의 일상 속 한 부분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틋함을 표한 바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보자기를 무언가를 싸서 밖에 나가는 것을 어쩐지 꺼려했던 것 같다. 왠지 모를 촌스러운 모양새에 대한 경계심이었으리라.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정말 귀하고 비싼 물건(가령 홍삼 세트와 같은 명절 선물)을 포장할 때는 정성스럽게 보자기(이런 경우엔 꼭 금색 보자기를 쓴다)로 포장해서 선물로 주는 것은 익숙하다는 점이다. 아마도 보자기에 대해 촌스러운 옛 유물과 고급 포장기술이라는 상반된 시각을 모두 갖고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하는 <조선왕실의 포장 예술>전은 보자기에 대한 인식,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흔히 화려한 궁중예술이라고 하면 프랑스의 18세기 '로코코(Rococo)'를 떠올리곤 한다.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극도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미술사조이다. 공예품의 평가기준을 화려함과 실용성, 이 두가지로 구분한다면 로코코 미술은 화려함이라는 한 극단에 치우친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시각적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맛은 있지만 그다지 유용할 것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조선왕실의 여러 공예품들은 화려함을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언뜻 보기에 거추장스러운 장식같아 보이는 것들도 각자 자기만의 쓰임새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하나같이 장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만의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더불어 색채의 대비효과가 주는 강렬함은 전통미술임에도 현대적 감각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비유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흔히 이야기하는 "몬드리안 저리 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전시의 마지막 날인 9월 3일 새벽이다. 진작 많은 분들에게 소개했어야 했다는 미안함이 밀려온다. 혹시 우연찮게 이 글을 9월 3일에 보게 되었다면 얼른 시간내서 꼭 보고 오시길 바란다.






왕실용 포장 공예품답게 책도 허투루 보관하지 않는다.


1층 로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순종황제, 황후의 어차를 볼 수 있다.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다시 보니 저 애기들 중 한 아이가 나를 보며 V자를 취하고 있다. 자기쪽을 찍고 있는 카메라가 보이니 그런 것 같다. 사랑스럽다.




머리 뒷에 꽂는 뒤꽂이다. 눞히기 어려운 작품인데 저렇게 세워두니 감상하기도 편하고 멋있어 보인다. 이런 DP 방식은 참고할 만하다.


한 쪽만 살짝 접어둠으로써 작품의 리듬감을 살렸다. 저런 센스는 그냥 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베테랑 혹은 꽤 감각있는 큐레이터가 했을 것이다.


댓글 7
  • naong 2017.09.04 1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어제 스터디 끝나고 이 전시 보러갔었는데 어쩐지 반갑네요 :) 특히 서적 보관 하는 포갑이 너무 멋져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ㅎㅎ

    • 스터디 끝나고 보러갔군요. ㅎㅎ 마지막 날이라 사람 많았을 것 같아요. 전 보자기들이 그렇게 이뻐보이더라구요 :)

    • naong 2017.09.04 23: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_^ 그래도 전시장에 관람객이 많으니 왠지 기쁘더라구요. 사실 혼자 볼 땐 전세 낸 듯이 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열심히 관람하시는 분들이 많아 괜히 제가 다 기분이 좋더군요. 편안한 밤 되시기를.

  • Bibi 2017.09.06 1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이 전시는 구경 못했는데 아는 분이 보여주신 어린이용 교육 자료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단순히 딱딱한 책자 형식이 아니라 종이로 만든 보자기를 벨크로로 잠글 수 있게 하고 그 안에 교육 자료가 있는게 너무 인상적이고 제가 하나 가지고 싶을 정도였어요ㅠㅠㅠㅠㅠ

    • 전시 보셨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우시겠어요. 작품들 보니까 요즘 혼수로 써도 세련되고 고급스럽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ㅎㅎ

  • 태희 2017.09.09 0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고급스럽네요. 저런 빨강 같은 짙은 색상이 나오려면 얼마나 수많이 염색을 했을런지요. 좋은 전시장이 멀리 있어서 아쉽네요.. 참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