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전시 소개 135

드디어 전시 오픈!

국보, 보물을 중심으로 한 명품 전시를 오픈했습니다. 작품 포장, 운송, 포장 해체, 진열장 이동, DP, 조명 등까지 2주에 걸쳐 했네요. 워낙 보기 힘든 명품들이어서 DP하면서도(가장 긴장되는 순간임에도) 하는 내내 감탄의 연속이었죠. 어제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는데 기자분들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오늘은 공중파 촬영을 했습니다. 아마 제 인터뷰도 5초 정도 함께 나갈 듯합니다. ㅎㅎ 명품전인만큼 많은 분들이 보러 오시면 좋겠습니다. 큐레이터의 보람은 많은 관람객으로 전시실이 북적일 때 가장 크니까요. 이제 조금 여유를 갖고 그동안 못 읽은채 책상 한 구석에 쌓아둔 책도 읽고, 다른 전시들도 보러 다닐까 합니다. ^^

루브르의 그녀에게 가는 길

중국인들이 장악해버린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와 베로네세의 이 마주보고 있는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 한숨부터 밀려나온다. 가까이에서 볼 수는 있으려나. 모나리자와 셀카를 찍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조금 민망하더라도 우직하게 밀고 나가야겠다고 잠시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면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며 나와주는 모습에 왠지 모를 동지애마저 느껴졌다. 그러는 사이 나는 한 칸, 한 칸 장기말 옮기듯이 앞으로 전진해나갈 수 있었다. 장기에서 한번에 끝까지 갈 수 있는 車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녀를 만나기까지 오랜 기다림과 설레임이 그만큼 빨리 사라질 것 같아 이렇게 그녀를 바라보며 조금씩 나아가는 것도 괜찮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얼른 다 먹어버리는 것보다 더 소중함이 느껴지는 '음미하다'라는..

반가좌를 틀고 중생 구원을 고뇌하다. <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 in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불교 조각 대전 전시를 진행 하고 있습니다. 인도 마투라 지역의 붉고 무른 돌로 빚은 조각에서 차갑고 엄중한 간다라 지역의 조각 그리고 중국 일본의 불교 조각, 우리나라 삼국의 불교 조각까지 미술사 책에서 봤을 법한 작품들이 대거 소개되었습니다. 아미타여래, 보살, 삼존불 등 도상의 테마 별로만 묶어도 또 다른 풍성한 전시 여러개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보 78호, 83호 반가사유상이 나란히 높은 단상에 올라 같은 공기를 공유하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촌동 이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 ​ 국보 78호, 금동일월관반가사유상 ​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 일월관을 쓰고 있는 반가사유상이 국보 78호입니다. 국보 8..

Exhibition...안셀 아담스 사진展 - 딸에게 준 선물 in 세종문화회관

Ansel Adams 피아노 연주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던 안셀 아담스(Ansel Adams, 1902-1984)는 20대 초반까지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청년이었다. 이 청년은 자신의 운명을 뒤바꿀 순간을 겪고 노년을 맞이할 때까지 사진가의 일에 몰두하게 된다. 그 순간은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조직된 시에라 클럽에 가입한 것이었다. 그곳에서 안셀 아담스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고 이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어느 한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자신의 일에 반영될 수 있도록 그곳의 성격과 정신을 흡수해야 한다." 이 한마디는 안셀아담스의 인생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시를 보는 동안 사진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자연에 갖는 경외심이 깊이있게 다가와 감명을 주었다. 70..

'childhood' Skateboard Exhibition in WordCoffee

전보다 길거리에서 스케이트보드 타는 사람들을 익숙하게 보게 되었다. 국내에 스트리트 브랜드가 많아지고 패션 스타일로 유행을 타면서 스트리트 문화 역시 익숙해진 것 같다. 홍대 근처에 위치한 카페 'word coffee'에서 스케이트보드 아트 자선 전시를 열었다.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가 꽤 자극적인데 포스터에 걸맞는 아티스트들이 모였다. Okeh, Grafflex, 김푸름, 김정윤, 윤민구, nana, 김반장(kkkim)외 디자이너, 일러스트 작가, 타이포 디자인 등 아티스트 30인이 참여하였다. '어린 시절'이라는 주제로 케이던스 디스트리뷰션(Kadence Distribution)*에서 제공한 헌 스케이트보드 데크에 작업을 진행했다. 색깔 있고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이 모인 만큼 스케이트보드에 그려진 그림..

Exhibition... 감각의 놀이터, 멀티 크리에이터 헨릭 빕스코브 展 in 대림미술관

외부 미팅 전 잠깐의 시간, 대림미술관을 가기위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무심하게 건너편을 응시하다 인왕산 위로 펼쳐진 파란하늘에 시선이 머물렀고 그렇게 한참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문득 시간부족을 외치며 살았나 싶게 주변에 당연한 존재들을 새삼 돌아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고보니 하늘의 자유로운 구름들이 장르불문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헨릭 빕스코브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림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라는 부제로 패션, 사진,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북유럽 패션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헨릭 빕스코브(Henrik Vibskov, 1972-)의 전시로 꾸며졌다. 그가 새롭게 재연출한 파리 패션 위크에서 발표한 2016년 S/S 런웨이와 컬렉션과 백스..

캔버스 위 찰리채플린, 레이먼 사비냑의 <비주얼 스캔들>展 in KT&G 상상마당

KT&G 상상마당 20C 거장 시리즈의 두번째 전시인, 레이먼 사비냑의 국내 최초 기획전에 다녀왔습니다. 레이먼 사비냑Raymond Savignac (1997~2002)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포스터 아티스트입니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밝고 위트있는 포스터를 그렸습니다. 사비냑의 작품은 상상력 넘치며, 동화스럽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레이먼 사비냑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광고 이미지 착안법인 '비주얼 스캔들'이란 용어를 고안하였습니다. 비주얼 스캔들이란, 인간의 내면에 충격을 주는 간결하고 독창적 방식의 표현을 말합니다. 과장되거나 해학적이고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쓰이기도 하고요. 좋은 광고 포스터는 주제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비냑의 작품은 한눈에 무엇을 얘..

제주 문화 여행기 - 두 번째.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 바이크샵

​파울로 코엘료가 말했다.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다." 라고, 하지만 한 가지 더 큰 문제가 있다. '시간'이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가 핑계가 될 수도 있지만, 시간에 쫓겨 다른 생각 할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또 여행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남들 다 가본다는 명소를 찾아다니느라 시간은 그렇게 허무하게 지나간다. 여행에서의 시간은 귀중하다. 과거 지난 영광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지만 위치만으로도 지난 시간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는, 예술의 힘으로 새 생명을 잇고 있는 공간인 아라리오 뮤지엄. 이곳을 방문하는 것이 제주도의 일정 중 가장 고대하고 기대하던 계획이었다. 제주 아라리오 뮤지엄은 동문모텔1,2 그리고 탑동 바이크샵, 시네마가 있다. 이 중 필자는 탑동..

시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_World of Xijing(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아시아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960년생 한·중·일 작가인 김홍석, 첸 샤오시옹(Chen Shaoxing) , 츠요시 오자(Tsuyoshi Ozawa)가 결성한 프로젝트그룹 '시징맨'의 전시이다. 시징은 상상의 도시이다. 비록 상상 속의 도시이지만 시징맨들이 만들어낸 사회적 제도와 일종의 규칙이 존재한다. 전시는 4개의 챕터 속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전시는 유쾌하면서도 그 속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 문화 제도와 서구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의 허를 찌르는 풍자가 담겨있다. 여러분을 시징의 세계로 초대한다. 시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시징 출입국 사무소 위의 사진은 전시에 입장하는 '시징 출입국 사무소'이다. 전시장은 공항의 입국심사를 재현한 듯하다. 시징의 국기가 ..

2007년의 모딜리아니와 줄리안 오피

1.한창 서양미술사에 빠져 지내던 2007년의 나를 생각나게 해주는 엽서들이다. 모딜리아니 엽서는 그해 여름 유럽으로 여행을 갔던 대학 후배가 내 생각이 났다며 파리미지아니노의 그림이 그려진 엽서와 함께 프랑스 현지에서 우편으로 보내준 것이다. 안부 인사는 엽서에 써서 보내줬는데 이 엽서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고, 아무 글도 적혀 있지 않은 모딜리아니 엽서만 남아있다. 그 때 어떻게 해서든지 유럽으로 나가려고 애를 썼었는데 지금 이 엽서를 보니 당시의 막막한 기분이 다시 느껴진다. 썩 상쾌하지만은 않은 기분이다. 2.줄리안 오피 엽서는 2007년에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렸던 라는 전시를 보고 사온 것이다. 전시를 보고 쓴 기록조차 없는데다가 당시의 내가 어떤 생각으로 이 전시를 봤는지 기억도 나질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