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전시 소개 135

[전시] 10의 n승 / 문화역서울284 TMO

작품을 가로 10cm, 세로 10cm라는 한계를 정해둔채 제작한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주에 이어 서울역 한 켠에서는 또 다른 전시가 개최되었다. 며칠 전부터 오며가며 준비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고 오픈하는 날인 오늘을 기다렸다. 이라는 전시 제목과 모든 작품을 일괄적으로 가로, 세로 10cm에 맞추려는 의도가 신선했다. 오늘 출근해서 바로 전시를 보러 갔는데 작은 공간 안에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작품들 덕분에 오랜만에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공간에 들어서면 작은 캔버스들이 마치 아트페어에서 새로운 컬렉터를 기다리듯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은 아트페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캔버스는 가로 10cm, 세로 10cm로 한 손으로 쥘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작다. 작가들이 이..

전시 오픈 안내

전시 오픈하고 바로 휴관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에 조심스럽게나마 개관하기로 했습니다. 전시는 크게 미디어아트 · 설치 · 가상현실(VR) 체험 · 회화 등의 시각예술과 여행 프로젝트, 공연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했으며, 주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즘 같이 일상에 제약을 받는 시대에 여행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한겁니다. 저는 이 전시에서 이응노의 드로잉과 근현대 철도, 여행 관련 아카이브 섹션을 맡았어요. 주말에 전시볼 계획 있으신 분들은 함 놀러오세요. 이번 주 일요일 오후 2시에는 공연이 있어요. 좌석에 앉아서 관람하는 것은 예약이 모두 찼지만, 그래도 전시 관람하면서 서서 볼 수는 있습니다. 사전예약제이니 혹시 오신다면 미리 예약하고 오세요. ^^ ■ 전..

모두의 소장품 / 서울시립미술관

며칠 전 서울시립미술관 도서관에 자료찾을 일이 있어 출장을 다녀왔다. 가까운 곳에 미술관, 박물관들이 모여있으니 새삼 편하고 좋다. 평일 오전이어서 관람객은 거의 없었고, 온 김에 전시부터 보자는 생각으로 전시실로 들어갔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1층은 미디어 아트 작품들이 많았는데 차분히 볼 시간은 없어 훓어보고 나왔다. 2층 전시에서는 전통 회화, 도자를 현재의 시점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많았다. 동아시아 미술사를 전공한 나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나중에 전시할 때 참고할 생각으로 금세 보고 나오리라는 생각은 금세 잊은채 작품들과 작가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나왔다. 2층 전시실 입구에 있는 전시 설명. 획이 끊긴 듯이 보이는 컷팅 글자들이 가독성은 ..

미술관에 書 : 한국 근현대 서예전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書者, 散也." 전시를 모두 보고 나오는데 마지막 벽에 써있던 문장입니다. 중국 한나라의 채옹이 쓴 문장으로 직역하자면, "글씨는 흩뜨리는 것이다"는 의미이죠. 흩뜨리는 것의 대상은 마음입니다. 즉 글씨란 솔직한 마음을 풀어야 제대로 된 글씨라는 얘기입니다. 우선 이 전시는 근대의 서예가들의 작품부터 그들을 계승한 현대의 서예까지 전개 양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럽 · 미국의 추상회화를 그대로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화용필동법(글씨와 그림은 붓 쓰는 방식이 같다), 서화동원(글씨와 그림의 근원은 같다)의 전통 위에 받아들여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이응노 등의 문자추상, 서체추상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술사적 의미가 깊은 작품들이 주를 이루지만, 서예의 필선을 재기발랄하게 펼쳐낸 작품들도 많..

<디에고와 프리다, 그들이 함께한 순간들 사진展> in 군립청송야송미술관

​​ 7월 27일부터 8월 25일까지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 관련 사진전을 합니다. 20세기 초 멕시코에서 미국까지 벽화주의 미술의 유행을 이끌었던 디에고 리베라와 초현실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프리다 칼로의 이런저런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1. 디에고 리베라 ​ 디에고 리베라는 1차 대전 이후 미국의 산업풍경을 그린 거대한 벽화로 멕시코에 이어 미국에서도 유명해졌습니다. 마침 미국은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미술가들에게 공공벽화 작업을 일자리로 제공하고 있던 참이었죠. 유명해진 디에고 리베라는 1932년에 뉴욕 록펠러 가문에게 RCA빌딩 벽화를 의뢰받았습니다. 그런데 벽화 안에 그려진 레닌의 초상화 때문에 결국 이 벽화는 파괴되었습니다. 레닌을 지우라는 여론에 굴복하지 않고 대신 미국의..

<미술사 입문자를 위한 대화> 강연 안내

종로 계동에 있는 배렴 가옥에서 미술사 입문자를 위한 강연을 합니다. 배렴 가옥 가보신 분들도 계실텐데 우리나라 근현대 수묵화단을 대표하는 배렴의 집을 관람 공간으로 보존 중인 곳이죠. 배렴은 이상범의 대표적인 제자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간간히 좋은 강연을 열고 있는데 이번에는 미술사 공부를 갓 시작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하게 됐네요. 강연자는 예전에 제가 소개해드렸던 책을 쓰신 두 분 선생님입니다.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를 공부할 때 안보고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책과 논문을 쓰신 분들이라 강연에서도 많은 공부가 될 것 같아요. 대학원 진학 예정인 분들 그리고 대학원생들도 미술사 연구의 ABC를 배울 수 있을테니 시간되시는 분들은 꼭 가셔서 들어보세요 :) 신청은 02-765-13..

<절필시대>전의 디테일 / 국립현대미술관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금요일에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왔다. 시청역의 출근 인파가 갓 사라진 9시 15분쯤 도착했다. 나는 출근 시간대를 지난 직후의 시간을 꽤 좋아한다. 번잡함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회색빛 도시의 안도의 한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출근길에 가장 많이 들리는 카페의 직원들이 겨우 여유를 찾고 미소짓는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뿌듯해진다. 카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전시를 본격적으로 보기 전 눈과 뇌를 재부팅했다. 그러고 카페를 나와 내겐 이례적으로 전시를 보기도 전부터 좋은 전시라는 확신을 갖게 해준 전을 보러 덕수궁관에 들어갔다. 무슨무슨 시대전, 누구누구 거장전, 누구부터 누구까지 등 1차원적인 분류에 의한 전시를 주로 보게 되는 우리나라 전시 풍토에 경..

오랜만에 강추하고픈 전시 - <절필시대>전 / 국립현대미술관

내가 석사를 갓 수료하고 학교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때 학예사로 계시던 선생님이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이다. 오늘이 개최일이다. 전시 소개만 하면 될 일을 굳이 기획자와의 인연을 강조한 이유는 이 전시 주제를 얼마 전에 처음 접했을 때 머리가 띵~ 할 정도로 기획이 참신해서이다. 항상 작가전, 시대전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 전시의 관습을 과감히 벗어났다. 라는 타이틀의 이 전시는 어떤 연유로 인해 그림을 그리지 못한 때가 있던 화가들만 모은 전시이다. 이 전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근현대화가들의 이력을 꿰차고 있어야 한다. 그 안에서도 수준높은 작가들만 따로 추려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전시를 기획한 분과 알게 된지 벌써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