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아티스트 아카이브 65

남정 박노수와 서촌 박노수 미술관

종로 구립 박노수미술관2013년 작고한 고 박노수 화백의 가옥에 개관한 종로 구립 박노수미술관이 벌써 세 번째 전시를 진행 중이다.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고즈넉하고 소소한 매력을 가진 동네 서촌 옥인동 길에 위치한 미술관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화가의 집’이다. 작품과 함께 화백이 생전 사용했던 화구들과 고가구들, 정원을 꾸미는 데 사용했던 수석, 정원석 들이 오밀조밀 전시되어 있다. 오래된 가옥과 정원을 정성껏 가꾸며 작품 활동을 하셨을 화백의 모습이 상상되는 공간이다.고 박노수 화백(1927-2013)화백이 화단에 입단한 시기인 해방 직후 한국화단은 일본색을 배제하고 다시 전통적인 색을 찾아가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화백은 “전통의 답습은 의미가 없다. 딛고 일어서서 창조해야 한다”며 먹과 채색을..

Artist...중국 작가 장환. 불심 깊은 작가, 단순한 관람자

'공허한 용기 준비된 자신감, 개별적인 진실 총체적인 거짓.' 모두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역설적이면서 상극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말들은 참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 중국 작가 장환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 장환은 이미 한국 학고재 갤러리에서 2010년 개인전을 치루기도 했으며, 과격한 퍼포먼스와 그 퍼포먼스를 기록한 작품들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Cowskin Buddha face 높이가 3m에 달하는 부조 작품은 소 한마리를 모두 벗겨낸 가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에 반하는 살생을 저지르고, 그 살생의 결과물로 부처의 얼굴을 빚다니. 참 아이러니 하기도 하고 기괴한 아름다움에 끌려 한참 작품 사진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런 역설을 아름답다고 즐기는 것을 보니 저는 아직 꽤 ..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 환상으로 가는 가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통로같았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마그리트 미술관을 둘러보고 난 뒤의 느낌입니다. 초현실주의 사조라고 분류되긴 합니다만, 그의 그림은 완벽한 허구라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허구와 현실 그 사이 어느 좌표에 마그리트의 작품은 놓여있죠. 우주의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잇는 웜홀에 비유하면 적당할까요. 우선 그의 그림은 보는 사람을 '낯설다'는 느낌을 주죠. 신사들이 건물 사이를 떠돌고('겨울비'), 눈 속에 하늘이 투영('잘못된 거울')되어 있기도 합니다. 날개단 신사와 사자가 병치된 '향수'는 고전에서 튀어나온 환상동화책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자주 등장하는 재료 탓이죠. 신사, 생선, 새, 하늘 등은 모두 현실에서..

조셉 로루쏘(Joseph Lorusso), 사랑에 취하고 싶은 밤

Just Can't Wait, Joseph Lorusso 사랑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것이다. 사랑은 사랑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 아니라, 두 마음이 서로를 느끼는 것이다. 무무,『사랑을 배우다』 사랑을 하고 있어도 혹은 하고 있지 않아도 사랑은 언제나 어렵다. 사랑이라는 정의 안에서 서로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의 차이와 갈등으로 인해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상처가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연인들은 화해를 하고 다시 뜨겁게 서로를 사랑한다. 시카고 출생의 조셉 로루쏘(Joseph Lorusso)의 작품에는 이러한 연인들의 뜨겁고 아름다운 사랑의 장면들이 녹아있다. 그의 작품을 보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고 당신의 사랑이 애틋해질 것이다. Sunday Aft..

휴일의 무료함, 신모래(Shin Morae)

Holiday (2014) 휴일이 찾아오면 뜻하지 않은 압박감이 밀려든다. 휴일인데 밖으로 나가서 생산적인 일을 해야하나 그러기엔 날씨는 덥고 외출하고 집에 오면 피곤할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고민이 들 때 신모래(Shin Morae)의 작품을 들여다본다. 신모래의 Holiday 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휴일의 무료함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하얀 배경, 큰 캔버스, 한 사람. 턱을 한 손으로 괴고 있는 사람의 눈은 눈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문장 부호같은 눈을 바라 볼수록 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그 눈이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휴일이라고 해서 꼭 생산적인 일을 할 필요는 없어. 눈을 감고 누군가를 간절히 생각하거나, 너 ..

3명의 브라질 출신 예술가를 말하다

세계의 축제,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회째를 맞이하는 2014 월드컵은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나라이며 축구로도 유명한 나라 브라질에서 열린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브라질월드컵을 맞아 업사이클 아트, 설치미술, 팝아트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브라질 출신의 예술가 3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무심코 버려지는 것들이 예술로 재탄생하다, 빅 뮤니츠(Vik Muniz)- 업사이클 아트 1961년 상파울로 빈민가에서 태어난 빅 뮤니츠(Vik Muniz)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자 현대미술가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버려진 쓰레기를 창의적으로 이용하여 예술로 만드는 업사이클 아트(Upcycle art)를 이용한 거대한 예술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위의 사진은 잡지..

천경자, 지극히 고독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그녀의 작품 세계

, 1977 고독하지만 그것마저 낭만이 된 아름다운 여인일까. 아니면 매우 아름다움에도 본질적으로 고독할 수밖에 없었던 외로운 여인일까. 천경자의 여인상을 처음 봤을 때 이런 고민을 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전자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내 마음대로 결론지어 버렸다. 이는 그녀의 머리를 칭칭 감고 있는 뱀도, 아련한 색채의 한 송이 꽃도 아닌 인물의 고독하지만 공허함으로 점철되지 않은 시선이 나를 가장 먼저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여인은 머리에 화관 대신 뱀을 얹은 채 무서운 시선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내게는 아름답게 보였다. 그녀는 오십대 중반에 스물 두살의 나이였을 때의 자신를 이토록 외롭게 그려냈다. 사랑하던 동생의 죽음, 결혼의 실패와 첫 딸의 출산 등 그녀의 스물 두살은 화려한 나..

[아트앤팁닷컴] 작품 소개 양식

아트앤팁닷컴에 당신의 작품을 소개해주세요. 아트앤팁닷컴은 현직 큐레이터, 큐레이터 지망생이 방문자의 대다수를 이루는 미술 전문 사이트입니다. 이제는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하고자 합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 없이 작가의 꿈을 가진 분들의 작품이라면 정성을 다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트앤팁닷컴으로 작품을 보내주시면 미술사를 전공하고, 큐레이터로 근무한 아르뜨를 중심으로 여러 필진들이 함께 글을 써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서 일관된 주제 아래 마치 전시회를 열듯이 블로그와 여러 SNS 채널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작가들의 개인 홈페이지, SNS도 함께 소개해서 큐레이터와 작가의 만남을 주선하겠습니다. 현재 아트앤팁닷컴 이름으로 발행되는 글들..

Artist...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사진. 그리고 상처

Robert Mapplethorpe, , 1980 나는 유난히 상처를 가진 예술가들을 좋아한다. 그들의 상처에 대해 알게 된 후에 작품을 보면 작품 속에 그들의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만 같아 마음 한 켠이 뭉클해진다. 위의 사진은 바로 상처를 가진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1946~1989)가 남긴 수 많은 꽃 정물 사진 중 하나이다. 살아서는 게이 그리고 에이즈환자로 4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눈을 감은 로버트 메이플소프. 동성애나 에이즈와 같은 성과 관련된 금기시되는 주제를 다뤄 수많은 스캔들을 몰고 다닌 그. 세상이 만든 기준에서 벗어나 있었던 로버트 메이플소프에게 꽃이란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작품성을 나타내기 위해 성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 것일까. 꽃은 그..

Artist...앤 콜리어(Anne Collier)의 북아트, 책 속에 펼쳐진 또 다른 세계

여러분은 1년 동안 혹은 한달, 일주일동안 몇 권의 책을 읽으시나요? "나는 책을 한 번 잡으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는다!" 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독서라는 것 자체가 마치 밀린 숙제처럼, 일처럼 느껴지는 분들도 있을 듯 합니다. 책 읽는게 아무리 좋다고 한들 습관처럼 만들기는 쉬운일이 아니죠. 저도 월 초마다 "이번 달에는 적어도 5권은 읽겠어!" 라고 다짐하며 도서관에서 5, 6권을 빌려오지만 사무실 책상에 쌓아 놓기만 한 적이 많습니다. 결국 그 중에서 1, 2권 정도만 다 읽고 나머지는 표지만 보고 반납하곤 했지요. 그래도 이렇게나마 책을 읽었다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책은 어떤 존재이기에,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기에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고, 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