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아티스트 아카이브 65

가까운 듯 먼 봄날의 숲 by 김민주

한 달 넘게 재택 근무를 했다. 2월 말부터 지난 주까지 봄이 오는 것을 느낄 새도 없었다. 아마 모든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재택 근무를 한다고는 하지만 사무실에 나올 때도 꽤 많았다. 이 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결재 서류 챙기러 오전 시간 느지막히 사무실에 나왔는데 마침 친한 직원도 나와 있었다. 그동안 항상 엇갈려서 못본지 꽤 된 듯했다. 반가운 마음에 오늘은 조금 걷더라도 맛있는 것을 먹으러가자며 길을 나섰다. 나는 식욕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지 않는 편인데 그런 내가 이런 제의를 했던 것을 보면 오랜만에 꽤 반갑긴 했던 모양이다. 서울역 광장을 지나 염천교로 슬슬 걸어갔다. 여전히 쌀쌀했지만 그 차가운 공기 가운데 포근한 냄새가 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

로즈 와일리(Rose Wylie), 유쾌한 이웃집 할머니같은 영국 화가

삼청동 초이앤라거갤러리에서 지난 2월에 로즈 와일리 전시를 했다. 그 소식을 이제서야 알게 되어서 아쉽다하던 참에 연말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크게 전시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중문화에서 소재를 차용한 구상 회화이기에 공부없이 봐도 즐기기 좋은 그림들이다. 할머니, 왠지 유쾌하신듯. 로즈 와일리 인터뷰 자료 ▼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은 가서 먹는 츠케멘. 더워지면 더더욱 자주 갈 것 같다. 지금까지 먹어본 츠케멘 중에서 제일 맛있다. 일본 본토에서 먹은 것보다도! 만리동 유즈라멘(안국동에도 2호점이 얼마 전에 생겼다)에서 먹을 수 있다. 여긴 만리동에 있는 라는 카페이다. 본래 사진 현상소였던 건물을 카페로 변경한 듯하다. 자리와 자리 사이가 넓어서 시원한 공간이 특징이다. 인스타그램용 사진 찍기..

김창열 화가의 물방울 달력

강원도 원주에 있는 뮤지엄산의 2016년 달력을 선물받았다. 대개 박물관들은 자신들의 소장품을 가지고 달력을 제작해서 회원들과 업무상 관련있는 사람들에게 발송한다. 그래서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타 박물관의 달력들을 많이 받는 편이다. 덕분에 집에도 놓고, 사무실 책상에도 놓고, 선물로도 줄 수 있어 좋긴한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디자인이 천편일률적이라는 데 있다. 작품 이미지 한 컷과 엑셀표 같은 칸 속에 있는 날짜들. 이게 전부이다. 이런 디자인이 지겹다고 해서 무한도전 달력처럼 정신없이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좀 촌스러운 감을 지우기가 어렵다. 뮤지엄산에서 받은 달력도 이와 같은 이유로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몇 주동안 포장을 풀러보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제 청소를 하며 정..

어느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의 첫 도쿄 여행

마르게리타 우르바니(Margherita Urbani) 예전부터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무척 부러웠다. 기본적으로 생각과 감정을 전달할 때 글만큼 직관적이고 큰 힘을 가진 것은 없다고 믿고있다. 하지만 이미지가 주는 울림이 더 크고 날카로울 때도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글과 이미지를 모두 다룰 수 있는 미술사를 전공한 것이다. 나는 이미 창조된 것을 분석하여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이다. 공부에서도 그렇고, 업으로 삼고 있는 큐레이터로서도 그러하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내가 창조의 주체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퀄리티가 높지 않아도 좋다. 그저 내가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아볼 수준이면 만족할 것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정도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해 여전히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부러울 뿐이..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추모 방식

예술가는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구분된다. 사회 이슈를 적극적으로 예술에 반영하는 사람과 이슈와는 거리를 둔 채 내면 표현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어떤 것이 더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다. 작가이기에 앞서 개인의 지향점이 다를 뿐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아티스트 아이 웨이웨이(Ai Weiwei)는 전자에 속한다. 아이 웨이웨이는 중국 공산당의 탄압을 상징하는 천안문에 적극적으로 엿을 날리는 등 정치,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아이웨이웨이(Ai Wei Wei), 중국 정부에 대항하는 중국 현대 미술계의 대표 작가). 그런 그가 이번에는 요즘 유럽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시리아 난민 수용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위의 사진처럼 작년에 전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난..

타나카 츠타야, 키가 작아지는 약을 먹는다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에는 '키가 작아지는 약'을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책을 읽다가 이 약을 먹는 상상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만일 내가 저 나뭇잎보다 작아진다면? 볼펜보다 작아진다면?...' 우선 엄마의 눈을 피해 어디든 숨어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짜릿한 해방감이 느껴질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너무 작아져 비오는 날의 지렁이(?)처럼 밟히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기억도 납니다. 일본의 현대미술 작가 '타나카 츠타야'는 이 상상을 작품으로 옮겼습니다. 바로 '미니어쳐 캘린더'라는 작업을 통해서 입니다. 브로콜리, 쿠키, 테이프, 클립.. 등 우리 주위 사소한 비품을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사람은 작은 미니어쳐 인형으로 표현했고요. 상황에 맞게 다양한 소품도 응용했습니다. 게다가 ..

엘레나 그라프(Elena Graf), 펜으로 그리다.

​ ​ ​ ​ ​ ​ 러시아 출신의 아티스트 Elena Graf.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펜 그림 아티스트이다. 주로 유럽의 풍경을 잉크와 펜 만으로 화폭에 펼쳐보이는데 그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 Elena Graf는 자신의 작품 이미지를 비롯해서 작업 과정, 셀카 등은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업데이트하는데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을 보면 사진 촬영에도 꽤 좋은 감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타고난 섹시한 외모를 적극 어필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가끔씩 과감한 반누드 차림의 셀카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탁월한 브랜딩(?) 능력도 갖추고 있는 것 같다. 러시아 출신이라 그녀의 멘트를 알 수는 없지만 뭐 어떠하리. 아티스트는 작품으로 모든 이야기를 하면 그 뿐인 것을. 멘트를 못읽어도 ..

여자의 머리카락만 그렸는데도 충분히 아름다운...

우연히 텀블러에서 이 그림들을 봤을 때 섬세함에서 우러나온 부드러움을 느꼈습니다. "하늘거리다"라는 문장이 떠오를 정도로 말이죠. 대개 집착하듯이 한 획, 한 획을 촘촘하게 그려서 완성하는 작품들을 보면 작가의 장인 정신과도 같은 집중력 때문에 압도 당하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여자의 머리카락이 그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그림들은 같은 방식으로 그렸음에도 "하늘거리는" 부드러움을 느끼게 되네요. 아마도 이 작가는 자신이 배운 그림의 여러 요소들 중에서 선을 가장 중요시 여기나 봅니다. 그림 하단에 있는 인장 역시 각진 전서체의 인장이 아니라 부드러운 선으로 되어 있네요. 앞으로 나올 작품들이 기대됩니다. 마지막 작품은 여가 시간에 장난스레 그려본 그림입니다. 만사 다 귀찮은 하루였던 것일까요? ^^ ☞..

벤 하이네(Ben Heine), 일상에 유머를 더하는 아티스트

사진으로 일상의 모습을 촬영하고, 펜으로 유머를 더해 환상적인 세계를 창조하는 아티스트, 벤 하이네(Ben Heine)의 작품이다. 작년 이 맘때 혜화아트센터에서 주한벨기에대사관 후원으로 전시를 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우연히 플리커를 구경하다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제는 미디어의 대중화로 인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이 점점 불분명해지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벤 하이네는 확실하게 자신만의 세계와 관점이 분명하여 "벤 하이네는 아티스트이다"라는 문장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청계천을 담은 풍경도 있는데 하천의 양 옆에 위치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중년 남녀들의 교복인 아웃도어 차림의 사람들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아웃도어 차림이 벤 하이네..

지독한 생선 비린내처럼 강렬한 쿠르베, 작가 이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이불’전이 전시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는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향후 10년간 매년 1명씩 국내 중진작가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첫 작가로 이불이 선정됐다. 세계적인 작가 이불. 난 그녀에 대해서 무지했다. 그렇기에 전시장을 찾기 전에 그녀의 전작과 발자취를 따르며 조금더 그녀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녀의 작품을 수식하는 수식어들은 강렬하고, 파격적이고, 문제적이라는 것이었다. 그 중 1997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생선이 부패하는 과정을 담은 설치 작품인 가 다양한 매체로 인해 잔혹성에 무뎌진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실제 살아있는 생선을 구해서 생선의 표면에 플라스틱 조화와 구슬을 하나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