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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단상/미술사 이야기

도자기 중독은 마약 중독보다 무섭다 ​ 가만히 보다보면 왠지 만지면 손에 가득찰 것 같고, 안으면 품에 가득 달라붙듯이 안길 것 같고, 입으로 물면 호빵처럼 아무런 거리낌없이 씹힐 것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민간에서 사용된 도자기 특성상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고, 왜 이런 형태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정확하게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근데 강력하게 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컬렉터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정설로 여겨진다고 한다. "도자기 중독은 마약 중독보다 무섭다." 달항아리를 보다보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더보기
EBS 다큐프라임 콜로세움편 그 어떤 공부이건 마찬가지겠지만 역사, 미술사 공부도 재밌게 공부해야 더 잘 되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대개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굳은 결심을 가지고 개설서부터 펼쳐본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용어들, 잡히지 않는 흐름 등으로 인해 내가 지금 이것을 이해하고 넘어가는지, 아닌지조차 모른체 계속 1장만 들췄다 말았다하는 일을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 분위기상 역사, 철학과 같은 인문학적 지식을 쌓긴 쌓아야겠고, 그래서 서점에서 가장 핫한 책들을 사오지만 끝까지 공부해나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런 책들은 본래 그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읽어야 이해가 가능한 책들이 많기 때문에 책 선택부터 잘못된 시작인 경우가 많다. 수익 때문에 출판사에서는 일반인을 위한 책이라고.. 더보기
에드워드 호퍼, 호텔방, 1931 Edward Hopper, , 1931 호텔 특유의 새하얗고 푹신한 침대에 반쯤 누워 한 손은 머리 뒤에 넣은채 다른 쪽 손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평소에는 연락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휴대폰 목록에 숨어있는 옛 친구들을 떠올리며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고, 낮에 다녀온 미술관 전시 티켓과 엽서를 보며 오늘의 일정은 어땠는지를 돌아보기도 한다. 집이었다면 분명 다음으로 미뤄뒀을 행동이지만 여행이라는 시공간적 한계에 스스로를 넣어둔 탓인지 오늘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형태만 다르게 생겼을 뿐,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같은 시계 알람에 눈을 뜨고, 같은 TV를 보고, 같은 음식을 먹지만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집에서와는 달리 깊은 생각에 .. 더보기
빈센트 반 고흐의 노트 이게 몰스킨에 쓴 반 고흐의 노트인지는 모르겠다.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도 보인다. 글씨를 보면 우리가 선입견처럼 알고 있는 다혈질적인 성격의 반 고흐는 온데간데 없고, 아주 섬세하며 차분한 반 고흐만이 보일 뿐이다. 물론 두 가지 성향 모두 지니고 있었겠지만 최소한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쓰거나 습작 노트를 적을 때 만큼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썼던 것은 아닐런지. (via diamondheroes) 더보기
알폰스 무하, 모두에게 사랑받는 친구같은 예술가 꽃과 풀과 나무, 그리고 미녀.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방금 언급한 소재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모두를 매료시키는 소재라는 표현이 지나치다면 적어도 이 소재를 싫어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다시 말해 이들은 ‘본전’은 건질 수 있는 무난한 소재라는 의미죠. 그래서 일까요. 식물과 미녀라는 소재는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디자인 산업에 자주 활용됩니다. 생각해보세요, 꽃무늬 패턴이 제품 디자인에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 말입니다. 아름다운 여성이나 잎사귀 등도 마찬가지죠. 이렇게 우리가 폭넓게 사용해왔던 무늬의 효시는 바로 ‘아르누보 양식’입니다. 그리고 이 양식과 함께 오늘은 체코의 미술가 알폰스 무하(Alfons Maria Mucha, 1860-1939)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아르누.. 더보기
미술사 공부의 기본 자세에 대하여 1.동양 회화를 분석할 때는 그림 뿐만 아니라 그림 위에 써있는 제발과 인장을 모두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전공자라면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종종 제발과 인장 해석에 더 집중한 나머지 정작 그림의 양식 분석은 뒷전으로 미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제발이라는 텍스트와 소유자가 확실한 인장을 해석하면 그 내용이 명확하기 때문에 그림에 나타나 있는 화가 특유의 필선이라던지, 채색하는 방식 같은 것들을 간과하고 마는 것이다. 더구나 그 작품이 최근에 발견된 작품이라면 더더욱 확실하게 양식 분석을 해서 일단 그 작가의 진작이라는 것을 규정지은 다음에 제발과 인장이라는 그림의 부연 요소들을 해석해야 한다. 미술사에서 작품 분석을 등한시해도 된다면 왜 미술사라는 학문이 필요하겠는가. 그냥 어문 계열 전공자들이 번.. 더보기
한국, 중국, 일본의 도자기 ​​​ 더보기
시간의 끝을 공유하다. 세기말의 상징주의 그리고 연말 시간의 끝을 살며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막연한 새로움을 맞는 들뜬 마음일까? 아니면 지난 시간을 회상해보고 돌이켜 보며 오롯이 내면세계에 침잠하는 모습일까? 마지막을 보내는 우리들의 모습이 모두 다르듯이 그 마음 역시 다 제각각 일 것 같다. 이제 곧 매체에서는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 했던 한 해'라는 매번 반복되는 돌림노래처럼 같은 어구를 다시 말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인가 잘못된 세상 속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세우기 위해 또다시 고뇌할 것이다. 이런 시대적 절망감을 개인의 내적 진실 탐구, 매혹적인 죽음, 성, 악마주의등 정신성으로 관심을 바꿔 쏟아 붓은 문예운동이 있다. 세기말의 상징주의 이다. 상징주의는 188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 중심의 문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