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미술사 이야기 81

브리티쉬뮤지엄이 제작한 중국 산수화의 미디어아트

브리티쉬뮤지엄에서 제작한 중국 산수화의 미디어아트입니다. 평면으로 그리는 것이 전통이었던 동아시아의 산수화를 이렇게 분해해서 근경부터 원경에 이르기까지 그림 속을 부유하듯이 볼 수 있게 하니 색다른 감동이 느껴지네요. 근경의 나무를 지나 개울을 건너니 선비의 서재가 나타나고, 그 위를 새들이 날아가며 숲의 청량함을 더해주는 듯합니다. 서재 뒤로 들어가서 조금 더 깊숙이 숲으로 들어가니 중국 특유의 웅장한 산을 올려다보게 됩니다. 곳곳에 위치한 나무들은 화가의 필법을 더 자세하게 확인하게 해주네요. 그리고 하늘을 날아올라 산의 등선을 내려다보니 원대부터 유행한 산맥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요즘 익숙하게 봐온 여행지에서 드론을 날려 촬영한 장면을 보는 듯합니다. 무엇이든 "실감나게 즐기기"를 최우선으로 삼..

[경매 소식] 김환기와 이응노, 작가 최고가 낙찰

이응노, , 1988 11월 26일에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김환기의 (1964년)가 작가 최고가인 39억원에 낙찰됐다고 합니다. 완전한 추상회화로 화풍이 변모하기 전단계의 반추상회화여서 어느 정도 대상의 모습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이지요. 같은 경매에서 이응노의 도 작가 최고가로 낙찰됐는데 2억원이라고 하네요. 저는 이응노가 업적과 미술사적 평가에 비해 미술시장에서 너무 저평가되는게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에 김규진에게 배운 문인화, 그리고 일본에 유학가서 일본 근대의 대표화가 중 한 명인 마츠바야시 케이게츠(松林桂月)에게 사사한 일본의 신남화, 이후 파리 유학시절 전통회화를 근간으로 한 그의 추상회화는 현재 활동중인 한국의 미술가들에게 정체성 확립 및 실험정신 등에서 가장 모범..

런던 스타벅스의 머그잔으로 본 18세기 서양미술사 이야기

소녀 감성이 여전히 풍부하신 어머니는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물건들을 모으시고, 화초 가꾸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여기신다. 베란다가 무너질까 두려워 화초를 거둬낼 정도로 화분이 많고, 여행지에서 사오신 각종 기념품, 특히 그릇이 많은 편이다. 평생 공부하고 책 읽는 것을 벗삼아 살아오셔서 문구류에 대한 애착도 강하시다. 그래서 우연히 내가 산 몰스킨이나 만년필을 보시면 어머니가 더 반색하시며 시필을 하실 정도이다. 내가 사드린 만년필만 10여 자루는 될 듯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해외 여행을 자주 다녀오셨는데 요즘은 현지 스타벅스에서 머그잔 사오는 것을 취미로 삼고 계신다. 모든 나라의 스타벅스 머그잔을 다 모으는게 꿈이라며 소박하기만 한 취미를 굉장히 소중하게 말씀하신다. 오랜만에 긴 연휴를 맞아 ..

고려불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발견

고려불화는 세계 최고의 종교화로 평가받습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의 진정한 대표 미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보면 '정말 사람 손으로 그린게 맞나?' 싶을 정도로 그 정교함은 극치에 달합니다. 그러나 정교함만으로는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럼에도 고려불화의 미적 가치를 이렇게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평가 기준이 있겠지만 세밀함과 우아함이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대개 종교미술은 그 특성상 정교함이 발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신앙심의 표현이기 때문이지요. 즉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바쳐서 제작하려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고려불화 역시 우리나라 역사상 유일하게 개국부터 멸망할 때까지 불교를 국교로 세운 고려답게 엄청난 제작비(금값이라고 하는 비단 바탕에 비싼 안..

도자기 중독은 마약 중독보다 무섭다

​ 가만히 보다보면 왠지 만지면 손에 가득찰 것 같고, 안으면 품에 가득 달라붙듯이 안길 것 같고, 입으로 물면 호빵처럼 아무런 거리낌없이 씹힐 것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민간에서 사용된 도자기 특성상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고, 왜 이런 형태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정확하게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근데 강력하게 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컬렉터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정설로 여겨진다고 한다. "도자기 중독은 마약 중독보다 무섭다." 달항아리를 보다보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EBS 다큐프라임 콜로세움편

그 어떤 공부이건 마찬가지겠지만 역사, 미술사 공부도 재밌게 공부해야 더 잘 되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대개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굳은 결심을 가지고 개설서부터 펼쳐본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용어들, 잡히지 않는 흐름 등으로 인해 내가 지금 이것을 이해하고 넘어가는지, 아닌지조차 모른체 계속 1장만 들췄다 말았다하는 일을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 분위기상 역사, 철학과 같은 인문학적 지식을 쌓긴 쌓아야겠고, 그래서 서점에서 가장 핫한 책들을 사오지만 끝까지 공부해나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런 책들은 본래 그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읽어야 이해가 가능한 책들이 많기 때문에 책 선택부터 잘못된 시작인 경우가 많다. 수익 때문에 출판사에서는 일반인을 위한 책이라고..

에드워드 호퍼, 호텔방, 1931

Edward Hopper, , 1931 호텔 특유의 새하얗고 푹신한 침대에 반쯤 누워 한 손은 머리 뒤에 넣은채 다른 쪽 손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평소에는 연락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휴대폰 목록에 숨어있는 옛 친구들을 떠올리며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고, 낮에 다녀온 미술관 전시 티켓과 엽서를 보며 오늘의 일정은 어땠는지를 돌아보기도 한다. 집이었다면 분명 다음으로 미뤄뒀을 행동이지만 여행이라는 시공간적 한계에 스스로를 넣어둔 탓인지 오늘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형태만 다르게 생겼을 뿐,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같은 시계 알람에 눈을 뜨고, 같은 TV를 보고, 같은 음식을 먹지만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집에서와는 달리 깊은 생각에 ..

빈센트 반 고흐의 노트

이게 몰스킨에 쓴 반 고흐의 노트인지는 모르겠다.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도 보인다. 글씨를 보면 우리가 선입견처럼 알고 있는 다혈질적인 성격의 반 고흐는 온데간데 없고, 아주 섬세하며 차분한 반 고흐만이 보일 뿐이다. 물론 두 가지 성향 모두 지니고 있었겠지만 최소한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쓰거나 습작 노트를 적을 때 만큼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썼던 것은 아닐런지. (via diamondheroes)

알폰스 무하, 모두에게 사랑받는 친구같은 예술가

꽃과 풀과 나무, 그리고 미녀.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방금 언급한 소재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모두를 매료시키는 소재라는 표현이 지나치다면 적어도 이 소재를 싫어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다시 말해 이들은 ‘본전’은 건질 수 있는 무난한 소재라는 의미죠. 그래서 일까요. 식물과 미녀라는 소재는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디자인 산업에 자주 활용됩니다. 생각해보세요, 꽃무늬 패턴이 제품 디자인에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 말입니다. 아름다운 여성이나 잎사귀 등도 마찬가지죠. 이렇게 우리가 폭넓게 사용해왔던 무늬의 효시는 바로 ‘아르누보 양식’입니다. 그리고 이 양식과 함께 오늘은 체코의 미술가 알폰스 무하(Alfons Maria Mucha, 1860-1939)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아르누..

미술사 공부의 기본 자세에 대하여

1.동양 회화를 분석할 때는 그림 뿐만 아니라 그림 위에 써있는 제발과 인장을 모두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전공자라면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종종 제발과 인장 해석에 더 집중한 나머지 정작 그림의 양식 분석은 뒷전으로 미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제발이라는 텍스트와 소유자가 확실한 인장을 해석하면 그 내용이 명확하기 때문에 그림에 나타나 있는 화가 특유의 필선이라던지, 채색하는 방식 같은 것들을 간과하고 마는 것이다. 더구나 그 작품이 최근에 발견된 작품이라면 더더욱 확실하게 양식 분석을 해서 일단 그 작가의 진작이라는 것을 규정지은 다음에 제발과 인장이라는 그림의 부연 요소들을 해석해야 한다. 미술사에서 작품 분석을 등한시해도 된다면 왜 미술사라는 학문이 필요하겠는가. 그냥 어문 계열 전공자들이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