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큐레이터의 단상/미술사 이야기

볼 때마다 아쉽게 만드는 작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실경산수화 전시하면 언제나 섹션 서두에 나오는 노영 필 이다. 그 레퍼토리가 이젠 좀 식상하지만 그걸 상쇄할 정도로 명품인 것은 맞다. 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랄까. 나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대체 고려시대 회화는 어떠하였길래 이런 참신한 구성을 보이는걸까 하는 아쉬움이다. 예배도 형식인데 주존불 하나가 아니라 상하단으로 나누어 담무갈보살과 지장보살을 모두 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예배도이면서 금강산을 한 켠에도 담은 이런 구성은 전무후무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선시대에는 감히 표현할 수 없어 빈 의자만 그렸는데 이 작품에는 대놓고 왕을 그려 넣었다. 그것도 엎드린채 말이다. 또 혹시나 누가 왕인걸 모를까봐 떡하니 '太祖'라는 메모도 써줬다. 또 휑하게 보일까.. 더보기
로코코 미술 탄생과 미술시장의 변화 ​​​ 17세기 전반 루이 14세 때까지만 해도 유럽에선 독창적인 자기 문화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네덜란드로부터 시작된 중국 도자기 수입이 전유럽 왕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면 무언가를 담는 목적의 도자기를 본연의 용도로 바라보지 않고 인테리어 장식으로 쓸 정도였다. 당시 사료들을 보면 중국 도자기를 벽에 덕지덕지 붙이는 것은 기본이고, 항아리가 막 지붕 위에 붙어있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왕실, 귀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자 당연히 대량으로 수입을 하기 시작했고, 중국 수입 도자기는 당시 미술상인들의 주요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루이 15세 시절에 그토록 염원하던 자기 생산에 성공하게 되었다. 독일 마이센 자기 생산에 자극받아 루이.. 더보기
히틀러 나치의 <퇴폐 예술>전과 일본 일본의 철거를 위한 집요함(이라 쓰고 천박한 찌질함이라 이해하면 된다)을 보면서 1937년 나치의 전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인체를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국가의 예속 하에 두려했던 파시즘은 예술을 대하는게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런 목적 때문에 인체를 왜곡하고, 개인의 주관성을 표출한 모더니즘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는 언제나 공격 대상이 필요했고, 이를 선전하기 위한 파시즘 미술에서는 언제나 고전주의 양식이 악용되었다. 정치적으로 나치에게 필요한 공격 대상이 유대인과 집시 그리고 공산주의자였다면, 이를 은유적으로 푼 나치 미술에서는 여성을 타자화하고 소름끼칠 정도로 무결한 남근 숭배적인 고전주의 양식을 표출하였다. 발터 벤야민의 나치 미술에 대한 평가를 응용.. 더보기
[대지미술] 미술이란 무엇인가 로버트 스미스슨, , 1970 대지미술 작품을 볼 때마다 서양의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대지미술은 미술관, 갤러리의 권력, 상업성, 그리고 미술의 형식을 반대하며 자연을 표현의 대상으로 삼은 미술사조이다. 뿌리깊은 이성 중심, 인간 중심 사고에 의해 미술이 전개되어온 옛 미술론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서 본질을 찾자고 외친 것이다. 동양은 이미 고대부터 자연합일을 꿈꾸며 미술에 녹였던 것을 서양은 20세기에 비로소 시작하였다. 시공간이 다르니 절대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항상 서양이 한 템포 늦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어찌됐건 자연 그 자체를 대상으로 삼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로버트 스미스슨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 인간의 손으로, 인위적으로 자연을 ‘개조’해놓았다. 그리.. 더보기
브리티쉬뮤지엄이 제작한 중국 산수화의 미디어아트 브리티쉬뮤지엄에서 제작한 중국 산수화의 미디어아트입니다. 평면으로 그리는 것이 전통이었던 동아시아의 산수화를 이렇게 분해해서 근경부터 원경에 이르기까지 그림 속을 부유하듯이 볼 수 있게 하니 색다른 감동이 느껴지네요. 근경의 나무를 지나 개울을 건너니 선비의 서재가 나타나고, 그 위를 새들이 날아가며 숲의 청량함을 더해주는 듯합니다. 서재 뒤로 들어가서 조금 더 깊숙이 숲으로 들어가니 중국 특유의 웅장한 산을 올려다보게 됩니다. 곳곳에 위치한 나무들은 화가의 필법을 더 자세하게 확인하게 해주네요. 그리고 하늘을 날아올라 산의 등선을 내려다보니 원대부터 유행한 산맥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요즘 익숙하게 봐온 여행지에서 드론을 날려 촬영한 장면을 보는 듯합니다. 무엇이든 "실감나게 즐기기"를 최우선으로 삼.. 더보기
[경매 소식] 김환기와 이응노, 작가 최고가 낙찰 이응노, , 1988 11월 26일에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김환기의 (1964년)가 작가 최고가인 39억원에 낙찰됐다고 합니다. 완전한 추상회화로 화풍이 변모하기 전단계의 반추상회화여서 어느 정도 대상의 모습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이지요. 같은 경매에서 이응노의 도 작가 최고가로 낙찰됐는데 2억원이라고 하네요. 저는 이응노가 업적과 미술사적 평가에 비해 미술시장에서 너무 저평가되는게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에 김규진에게 배운 문인화, 그리고 일본에 유학가서 일본 근대의 대표화가 중 한 명인 마츠바야시 케이게츠(松林桂月)에게 사사한 일본의 신남화, 이후 파리 유학시절 전통회화를 근간으로 한 그의 추상회화는 현재 활동중인 한국의 미술가들에게 정체성 확립 및 실험정신 등에서 가장 모범.. 더보기
런던 스타벅스의 머그잔으로 본 18세기 서양미술사 이야기 소녀 감성이 여전히 풍부하신 어머니는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물건들을 모으시고, 화초 가꾸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여기신다. 베란다가 무너질까 두려워 화초를 거둬낼 정도로 화분이 많고, 여행지에서 사오신 각종 기념품, 특히 그릇이 많은 편이다. 평생 공부하고 책 읽는 것을 벗삼아 살아오셔서 문구류에 대한 애착도 강하시다. 그래서 우연히 내가 산 몰스킨이나 만년필을 보시면 어머니가 더 반색하시며 시필을 하실 정도이다. 내가 사드린 만년필만 10여 자루는 될 듯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해외 여행을 자주 다녀오셨는데 요즘은 현지 스타벅스에서 머그잔 사오는 것을 취미로 삼고 계신다. 모든 나라의 스타벅스 머그잔을 다 모으는게 꿈이라며 소박하기만 한 취미를 굉장히 소중하게 말씀하신다. 오랜만에 긴 연휴를 맞아 .. 더보기
고려불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발견 고려불화는 세계 최고의 종교화로 평가받습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의 진정한 대표 미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보면 '정말 사람 손으로 그린게 맞나?' 싶을 정도로 그 정교함은 극치에 달합니다. 그러나 정교함만으로는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럼에도 고려불화의 미적 가치를 이렇게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평가 기준이 있겠지만 세밀함과 우아함이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대개 종교미술은 그 특성상 정교함이 발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신앙심의 표현이기 때문이지요. 즉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바쳐서 제작하려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고려불화 역시 우리나라 역사상 유일하게 개국부터 멸망할 때까지 불교를 국교로 세운 고려답게 엄청난 제작비(금값이라고 하는 비단 바탕에 비싼 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