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미술사 이야기 79

공예와 미술의 관계

한창 개관 준비로 바쁜 서울공예박물관에 다녀왔다. 요즘 협업을 위해 여러 기관, 기업들을 만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술에서 공예만 떼어다가 이렇게 해도 괜찮은걸까?" 공예의 특장을 살리고 공예문화가 발전하기 위한 노력은 좋으나, 이런 노력들이 오히려 미술로부터 유리되어 가는 미래를 맞이하게 되는건 아닐까라는 우려가 들었다. 미술과 공예의 관계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개념 정리가 되어 있지는 않다. 앞으로 해결해야될 문제다. 흔히 회화와 조각은 순수미술, 공예와 건축은 응용미술로 보고는 있는데 이 역시 동양화와 서양화의 관계처럼 불분명한 구분에 지나지 않는다. 미팅을 마치고 나오며 직장에서의 일을 떠나 공예비평, 논문 등 할게 많다는 생각을 하다가 예전에 우리 교수님이 ..

미술품 물납제에 대하여

"삼성이 상속세를 내야하는 마감일이 다가오자 언론들 총출동" 등의 이야기를 굳이 여기서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사람들이 한 가지 알아줬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미술품 물납제'의 취지는 불의의 일격으로 세금 폭탄을 맞아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에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남남으로 살아왔는데 알고보니 부모 중의 한 명이 유명한 미술가였다. 그런데 그가 세상을 떠나자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하는 상황에 처한 유가족을 배려하고, 동시에 문화유산도 지킬 수 있다는 명분으로 생긴 제도이다. 국가가 예술을 관리하는 프랑스가 대표적인 물납제 적극 시행 국가이다. 법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 기능해야 하는데 ..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하여

오늘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배현진 의원이 '박물관자료'의 대출이나 열람서비스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대출 및 열람 서비스 제공을 막고 있기에 국민들이 이를 누릴 수 있도록 일부 개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아. 박물관의 도서관에 있는 도록, 해외논문집을 의미하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박물관의 도서관에서는 열람은 가능해도 대출은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불편할 때가 있어 가능하게 되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개정안을 읽어보니 배현진 의원실 측에서 '박물관자료 = 유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 제2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3. “박물관자료”란 박물관이 수집ㆍ관리ㆍ보존ㆍ조사ㆍ연구ㆍ전시하는 역사ㆍ고고ㆍ인..

옥션 대표의 위엄

당연한 말이지만 내 주변에는 연구자들이 많다. 같은 전공인 미술사 전공자들과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있다. 직업군으로 분류하자면 당연히 각 박물관, 미술관의 학예사들이 많고, 이외에도 문화재청 선생님들, 젊은 교수님들과 같이 스터디를 하고 술자리를 종종 가지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이렇게 연구자들 외에 교분을 나누는 사람들 중에는 대학원, 박물관 업무 등을 통해 알게 된 미술품 매매업 대표(대개 고미술상이라고 부른다. 부르기 쉬운 공식 명칭이 생겼으면 좋겠다), 경매회사 대표도 있다. 이들 중 한 분은 내 고등학교, 대학원 선배(대학원에 입학해서 처음 뵈었는데 알고 보니 고등학교도 선후배 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인데 내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언제나 나를 응원해주신다. 나로서는 매번 감사한 마음과..

볼 때마다 아쉽게 만드는 작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실경산수화 전시하면 언제나 섹션 서두에 나오는 노영 필 이다. 그 레퍼토리가 이젠 좀 식상하지만 그걸 상쇄할 정도로 명품인 것은 맞다. 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랄까. 나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대체 고려시대 회화는 어떠하였길래 이런 참신한 구성을 보이는걸까 하는 아쉬움이다. 예배도 형식인데 주존불 하나가 아니라 상하단으로 나누어 담무갈보살과 지장보살을 모두 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예배도이면서 금강산을 한 켠에도 담은 이런 구성은 전무후무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선시대에는 감히 표현할 수 없어 빈 의자만 그렸는데 이 작품에는 대놓고 왕을 그려 넣었다. 그것도 엎드린채 말이다. 또 혹시나 누가 왕인걸 모를까봐 떡하니 '太祖'라는 메모도 써줬다. 또 휑하게 보일까..

로코코 미술 탄생과 미술시장의 변화

​​​ 17세기 전반 루이 14세 때까지만 해도 유럽에선 독창적인 자기 문화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네덜란드로부터 시작된 중국 도자기 수입이 전유럽 왕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면 무언가를 담는 목적의 도자기를 본연의 용도로 바라보지 않고 인테리어 장식으로 쓸 정도였다. 당시 사료들을 보면 중국 도자기를 벽에 덕지덕지 붙이는 것은 기본이고, 항아리가 막 지붕 위에 붙어있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왕실, 귀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자 당연히 대량으로 수입을 하기 시작했고, 중국 수입 도자기는 당시 미술상인들의 주요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루이 15세 시절에 그토록 염원하던 자기 생산에 성공하게 되었다. 독일 마이센 자기 생산에 자극받아 루이..

히틀러 나치의 <퇴폐 예술>전과 일본

일본의 철거를 위한 집요함(이라 쓰고 천박한 찌질함이라 이해하면 된다)을 보면서 1937년 나치의 전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인체를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국가의 예속 하에 두려했던 파시즘은 예술을 대하는게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런 목적 때문에 인체를 왜곡하고, 개인의 주관성을 표출한 모더니즘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는 언제나 공격 대상이 필요했고, 이를 선전하기 위한 파시즘 미술에서는 언제나 고전주의 양식이 악용되었다. 정치적으로 나치에게 필요한 공격 대상이 유대인과 집시 그리고 공산주의자였다면, 이를 은유적으로 푼 나치 미술에서는 여성을 타자화하고 소름끼칠 정도로 무결한 남근 숭배적인 고전주의 양식을 표출하였다. 발터 벤야민의 나치 미술에 대한 평가를 응용..

[대지미술] 미술이란 무엇인가

로버트 스미스슨, , 1970 대지미술 작품을 볼 때마다 서양의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대지미술은 미술관, 갤러리의 권력, 상업성, 그리고 미술의 형식을 반대하며 자연을 표현의 대상으로 삼은 미술사조이다. 뿌리깊은 이성 중심, 인간 중심 사고에 의해 미술이 전개되어온 옛 미술론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서 본질을 찾자고 외친 것이다. 동양은 이미 고대부터 자연합일을 꿈꾸며 미술에 녹였던 것을 서양은 20세기에 비로소 시작하였다. 시공간이 다르니 절대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항상 서양이 한 템포 늦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어찌됐건 자연 그 자체를 대상으로 삼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로버트 스미스슨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 인간의 손으로, 인위적으로 자연을 ‘개조’해놓았다. 그리..

브리티쉬뮤지엄이 제작한 중국 산수화의 미디어아트

브리티쉬뮤지엄에서 제작한 중국 산수화의 미디어아트입니다. 평면으로 그리는 것이 전통이었던 동아시아의 산수화를 이렇게 분해해서 근경부터 원경에 이르기까지 그림 속을 부유하듯이 볼 수 있게 하니 색다른 감동이 느껴지네요. 근경의 나무를 지나 개울을 건너니 선비의 서재가 나타나고, 그 위를 새들이 날아가며 숲의 청량함을 더해주는 듯합니다. 서재 뒤로 들어가서 조금 더 깊숙이 숲으로 들어가니 중국 특유의 웅장한 산을 올려다보게 됩니다. 곳곳에 위치한 나무들은 화가의 필법을 더 자세하게 확인하게 해주네요. 그리고 하늘을 날아올라 산의 등선을 내려다보니 원대부터 유행한 산맥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요즘 익숙하게 봐온 여행지에서 드론을 날려 촬영한 장면을 보는 듯합니다. 무엇이든 "실감나게 즐기기"를 최우선으로 삼..

[경매 소식] 김환기와 이응노, 작가 최고가 낙찰

이응노, , 1988 11월 26일에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김환기의 (1964년)가 작가 최고가인 39억원에 낙찰됐다고 합니다. 완전한 추상회화로 화풍이 변모하기 전단계의 반추상회화여서 어느 정도 대상의 모습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이지요. 같은 경매에서 이응노의 도 작가 최고가로 낙찰됐는데 2억원이라고 하네요. 저는 이응노가 업적과 미술사적 평가에 비해 미술시장에서 너무 저평가되는게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에 김규진에게 배운 문인화, 그리고 일본에 유학가서 일본 근대의 대표화가 중 한 명인 마츠바야시 케이게츠(松林桂月)에게 사사한 일본의 신남화, 이후 파리 유학시절 전통회화를 근간으로 한 그의 추상회화는 현재 활동중인 한국의 미술가들에게 정체성 확립 및 실험정신 등에서 가장 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