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 510

큐레이터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

오랜만이네요. 블로그는 미디어의 지형이 변해가는 것과 상관없이 언제나 꾸준히 나의 생각을 전하고, 쓰고 싶은 글을 남기는 공간으로 남기고 싶은 곳인데 꾸준함이 참 어렵다는걸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가끔씩 제 블로그를 들러보는 분들이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말은 못해도 항상 죄송하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_ _) 한 번 흐름이 끊기니 글을 쓰고 싶다가도 스스로에 대한 검열 때문에 머뭇거리게 되던 참이었는데 마침 그동안 저에게 질문을 해주신 분들이 꽤 계셔서 이 핑계로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Q. 큐레이터가 전시기획만 하는 게 아니라 이외의 부수적인 업무들을 겸해야 한다던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으신지 궁금해요. A. 을 할 때 항상 강조하던 부분이었습니다. 전시를 기획하는 일만 보고 큐레이터를..

큐레이터의 단상 2020.12.20 (3)

옥션 대표의 위엄

당연한 말이지만 내 주변에는 연구자들이 많다. 같은 전공인 미술사 전공자들과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있다. 직업군으로 분류하자면 당연히 각 박물관, 미술관의 학예사들이 많고, 이외에도 문화재청 선생님들, 젊은 교수님들과 같이 스터디를 하고 술자리를 종종 가지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이렇게 연구자들 외에 교분을 나누는 사람들 중에는 대학원, 박물관 업무 등을 통해 알게 된 미술품 매매업 대표(대개 고미술상이라고 부른다. 부르기 쉬운 공식 명칭이 생겼으면 좋겠다), 경매회사 대표도 있다. 이들 중 한 분은 내 고등학교, 대학원 선배(대학원에 입학해서 처음 뵈었는데 알고 보니 고등학교도 선후배 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인데 내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언제나 나를 응원해주신다. 나로서는 매번 감사한 마음과..

전시 오픈 안내

전시 오픈하고 바로 휴관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에 조심스럽게나마 개관하기로 했습니다. 전시는 크게 미디어아트 · 설치 · 가상현실(VR) 체험 · 회화 등의 시각예술과 여행 프로젝트, 공연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했으며, 주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즘 같이 일상에 제약을 받는 시대에 여행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한겁니다. 저는 이 전시에서 이응노의 드로잉과 근현대 철도, 여행 관련 아카이브 섹션을 맡았어요. 주말에 전시볼 계획 있으신 분들은 함 놀러오세요. 이번 주 일요일 오후 2시에는 공연이 있어요. 좌석에 앉아서 관람하는 것은 예약이 모두 찼지만, 그래도 전시 관람하면서 서서 볼 수는 있습니다. 사전예약제이니 혹시 오신다면 미리 예약하고 오세요. ^^ ■ 전..

큐레이터의 정체성

지난 6월 23일에 공식적으로 전시 오픈을 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휴관에 들어갔다. 전시는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모든 신경과 시간과 육체적 노력을 들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일이다. 이런 특징이 때로는 열정을 갖고 임하게 만들다가도 어떤 때는 허무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되는건지 알 수 없는 막막함에 침잠해지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큐레이터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연구자형 큐레이터, 다른 하나는 행사형 큐레이터. 연구자형 큐레이터는 학예연구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나는 참 어정쩡하다고 느끼는게 정체성과 나의 경향은 연구자형에 맞는 것 같은데, 또 달리 보면 행사형에도 어느 정도 발을 걸치고 있을 때가 있다. 광고, 미디어, 마케팅 등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

아트앤팁 큐레이팅(2020. 07. 14)

Art History 냉전 속 고립 벗어나 인류 자산 되살린 천재 고고학자 →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04523 냉전 속 고립 벗어나 인류 자산 되살린 천재 고고학자 고대 문명의 신비를 발견하는 이야기라면 당연히 현장을 누비며 새로운 유물을 발견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하지만, 모든 고고학자가 그런 혜택을 누린 것은 아니다. 시대의 한계로 연구실에서 � n.news.naver.com 이스탄불 성소피아, 85년만에 '박물관' 취소..모스크로 전환 → https://news.v.daum.net/v/20200711002636984 이스탄불 성소피아, 85년만에 '박물관' 취소..모스크로 전환(종합2보) (이스탄불·파리=연합뉴스) 김승욱 김용래 특파원 = 터키 ..

모두의 소장품 / 서울시립미술관

며칠 전 서울시립미술관 도서관에 자료찾을 일이 있어 출장을 다녀왔다. 가까운 곳에 미술관, 박물관들이 모여있으니 새삼 편하고 좋다. 평일 오전이어서 관람객은 거의 없었고, 온 김에 전시부터 보자는 생각으로 전시실로 들어갔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1층은 미디어 아트 작품들이 많았는데 차분히 볼 시간은 없어 훓어보고 나왔다. 2층 전시에서는 전통 회화, 도자를 현재의 시점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많았다. 동아시아 미술사를 전공한 나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나중에 전시할 때 참고할 생각으로 금세 보고 나오리라는 생각은 금세 잊은채 작품들과 작가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나왔다. 2층 전시실 입구에 있는 전시 설명. 획이 끊긴 듯이 보이는 컷팅 글자들이 가독성은 ..

아트앤팁 큐레이팅(2020. 05. 17)

고암 이응노 옛 것과 요즘의 것,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의 조화가 기준이라면, 나는 고암 이응노가 한국 최고의 화가라고 주저없이 꼽을 것이다. 동백림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고를 겪은 이후, 자연스럽게 문인화 기조로 회귀하며 1960년대 프랑스에서 이룬 획기적인 회화 양식에서 퇴보한 면도 있지만(이를 퇴보라 해야할 지, 단순 회귀라 해야할 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그의 전성기 회화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 60년 전 파리도 열광했던 한국 화가 … 작고 30년 기념전 '원초적 조형본능' 60년 전 파리도 열광했던 한국 화가 … 작고 30년 기념전 '원초적 조형본능' [BY 네이버 공연전시] 고암 이응노 화백의 도불 60년, 작고 30년를 기념하는 전시, 이 ... m.post.naver.com 사운..

미술관에 書 : 한국 근현대 서예전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書者, 散也." 전시를 모두 보고 나오는데 마지막 벽에 써있던 문장입니다. 중국 한나라의 채옹이 쓴 문장으로 직역하자면, "글씨는 흩뜨리는 것이다"는 의미이죠. 흩뜨리는 것의 대상은 마음입니다. 즉 글씨란 솔직한 마음을 풀어야 제대로 된 글씨라는 얘기입니다. 우선 이 전시는 근대의 서예가들의 작품부터 그들을 계승한 현대의 서예까지 전개 양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럽 · 미국의 추상회화를 그대로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화용필동법(글씨와 그림은 붓 쓰는 방식이 같다), 서화동원(글씨와 그림의 근원은 같다)의 전통 위에 받아들여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이응노 등의 문자추상, 서체추상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술사적 의미가 깊은 작품들이 주를 이루지만, 서예의 필선을 재기발랄하게 펼쳐낸 작품들도 많..

가까운 듯 먼 봄날의 숲 by 김민주

한 달 넘게 재택 근무를 했다. 2월 말부터 지난 주까지 봄이 오는 것을 느낄 새도 없었다. 아마 모든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재택 근무를 한다고는 하지만 사무실에 나올 때도 꽤 많았다. 이 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결재 서류 챙기러 오전 시간 느지막히 사무실에 나왔는데 마침 친한 직원도 나와 있었다. 그동안 항상 엇갈려서 못본지 꽤 된 듯했다. 반가운 마음에 오늘은 조금 걷더라도 맛있는 것을 먹으러가자며 길을 나섰다. 나는 식욕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지 않는 편인데 그런 내가 이런 제의를 했던 것을 보면 오랜만에 꽤 반갑긴 했던 모양이다. 서울역 광장을 지나 염천교로 슬슬 걸어갔다. 여전히 쌀쌀했지만 그 차가운 공기 가운데 포근한 냄새가 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