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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몰스킨과 라미 만년필, 그리고 잉크 번짐

2017. 1. 1.


몰스킨 노트를 애용한지 어느덧 2년이 넘었다. 몰스킨이라는 브랜드가 있는지조차 몰랐던 시절에는 메모도 잘 하지 않았거니와 공부할 때는 그저 옥스포트 스프링 노트에 휘발성으로 쓰기만 했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몰스킨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대로 매료되었다. 그리고 하이테크 볼펜만 사용하다가 만년필의 필기감에 매력을 느껴 많은 이들이 그렇듯 라미 사파리 만년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즉 몰스킨 노트와 라미 만년필의 조합으로 나의 노트 및 메모 집착이 시작된 것인데 사용하다보니 한가지가 늘 아쉬워졌다. 몰스킨의 단점으로 꼽히는 잉크가 번질 정도의 종이질의 문제였다. 그래서 몰스킨의 종이보다 질이 좋다는 로이텀(LEUCHTTURM 1917) 노트나 미도리 트래블러스 노트로 바꿔보기도 했다. 그러나 노트의 판형과 나의 쓰임새를 보니 역시 몰스킨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로이텀은 가로 사이즈가 조금 더 넓어서 뭐랄까 노트의 형태가 샤프하지 않고 둔해 보였다. 사실 별것도 아닌 문제이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소한 소품에도 나의 취향이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몰스킨으로 돌아왔는데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뒷면의 잉크 번짐은 쓸 때마다 아쉬웠다. 다른 만년필을 쓰면 조금 덜하긴한데 라미 만년필 특유의 사각사각 써지는 소리 때문에 이 또한 포기할 수 없었다. 또한 너무 정석적이고 클래시컬한 만년필보다는 약간의 캐주얼함도 담고 있는 모습도 라미 만년필만한게 없었다.


그렇게 아쉬움 속에 써오다가 불현듯 어떤 생각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잉크 번짐의 문제가 오롯이 몰스킨만의 문제가 아니라 잉크의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걸 왜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지극히 사소한 생각이다. 그래서 라미 만년필에 잉크를 담아서 쓸 수 있는 전용 컨버터를 사다가 플래티넘 만년필의 잉크를 담아보았다. 결과는 아래 사진들로 확연히 알 수 있다.



몰스킨에 라미 사파리 만년필(+ 라미 잉크)로 쓴 결과. 뒷 페이지에 잉크가 번져서 비치는게 최악이다. 아무 것도 쓸 수 없을 정도다.



플래티넘 잉크를 라미 사파리 만년필에 넣어 쓴 글. 뒷 페이지는 어떨까?



최고의 결과였다. 잉크가 번졌는지 신경조차 쓰이지 않을 정도로 이제서야 평범한 노트처럼 보인다. 물론 펜촉이 무뎌져서 글씨가 두꺼워지면(그렇지 않아도 라미 만년필을 펜촉이 두껍기로 유명하다) 조금씩 번진다. 그러나 만년필은 손에 힘줘서 쓰는 펜이 아니기 때문에 정석대로 만년필을 가볍게 쥐고 쓰면 번질 일이 없다. 나는 유독 힘을 줘서 글자의 조형이 완벽하게 갖춰지게끔 쓰는 편인데도 안번지는 것을 보면 아주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사용하는 플래티넘 만년필의 잉크다. 나처럼 몰스킨과 라미의 조합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라미 전용 컨버터와 플래티넘 잉크를 사서 쓰기를 추천한다. 이 조합에 조금 더 의미를 더하자면 가지런히 앉아 컨버터에 잉크를 담는 행위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효과도 있다. 공부하기에 앞서 차분히 버퍼링하는 느낌이랄까. ㅎㅎ


댓글 4

월요일의 휴일

2016. 10. 17.




모처럼 생긴 월요일의 휴일. 느지막히 일어나 새벽에 영화보며 먹다 남은 과자를 주섬주섬 주워먹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 일주일이나 연체된 책들을 반납하고 그 길로 6호선을 타고 상수역으로 왔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일본 라멘을 오늘은 꼭 먹고 싶었다.

하카다분코에 와서 일본 라멘에 공기밥을 먹고 평소보다 느릿느릿하게 걸어서 홍대 정문 앞까지 왔다. 석사 때 홍대생들과 연합으로 불교미술사 수업을 들었는데 그 때 이후로 올 일이 별로 없던 곳이다. 잠시 홍대 캠퍼스에 앉아있다가 정문 앞에 생겼다던 몰스킨 매장에 들어갔다.

숱하게 구경해서 가격까지 외울 정도인 몰스킨의 각종 상품들을 이리저리 구경하고는 노트에 끼울 툴벨트(노트에 끼울 필통같은 것)를 사서 나왔다. 그리고 땡스북스로 향했다. KT&G에서 강의할 때는 자주 들렀었는데 요즘은 통 올 일이 없어서 이곳 역시 오랜만의 방문이다. 땡스북스에서는 땡스북스에서만 사고 싶은 책들이 따로 있다. 소위 말랑말랑하고 센스있는 주제의 책들이다. 오늘은 임경선의 무라카미 하루키 헌정책인 <어디까지나 개인적인>과 나와 동갑내기 뮤지션인 오지은의 에세이 <익숙한 새벽 세시>를 샀다.

본래 에세이를 안읽는데다가 오지은의 음악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얼마 전에 그녀의 저자 인터뷰를 보고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와 동갑인 여자의 글이 궁금하기도 했다. 더구나 토이의 <익숙한 그 집 앞>을 연상시키는 책의 제목은 전공외 서적을 살 때마다 머리속에 맴도는 '이걸 꼭 지금 사야할까?', '지금 내가 이걸 읽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는 생각을 가뿐히 사라지게 만들어줬다.

한참을 서서 다른 책들을 구경하다가 결제하려고 계산대로 갔다. 계산을 하는데 마침 땡스북스에 적립금이 7,000원이나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아싸'했다. 공부 안하고 딴짓한다는 일말의 죄책감을 일거에 날려주었다. 그렇게 책 2권과 몰스킨 툴벨트가 담긴 실내화 주머니처럼 생긴 몰스킨 상품백을 들고 홍대 거리를 지나 지금은 빨간책방에 앉아있다.

내가 빨간책방에 오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이동진과 달콩빵. 여기 치즈크림이 들어간 달콩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궁합도 맞고 그 자체로도 정말 맛있다. 설렘을 안고 달콩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달콩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단다. 달콩을 납품하는 빵집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그렇다고 하는데 더 이상 캐묻기도 그래서 이유는 묻지 않았다.

빨간책방에서 커피마시며 이래저래 혼자 놀다보니 벌써 5시가 됐다. 6시부터 대학원 수업이 있어서 다시 6호선을 타고 학교로 가야한다. 꽤 알차게 보냈지만 그래도 아쉽다. 내일 전시회의가 있는데 회의자료 준비하느라 바쁠 것 생각하면 더더욱 아쉽기만 하다. 


댓글 2
  • 2019.04.17 0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저도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엔 땡스북스에 참 많이 갔었습니다. 땡스북스로 쏟아지는 햇살과 노란 간판, 편안한 분위기와 적절한 잡화까지 참 좋아했는데요. 오랜만에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반갑네요!

    • 근처 학교 다니셨나봐요. 감성적인 곳이 많은데 부럽습니다. 땡스북스는 참 좋았는데 이사가고 나서는 잘 안가게 되네요. 오밀조밀한 매력이 사라진거 같아서 좀 아쉬워요. ^^;;

추석이라는 명절 속 나만의 시간

2016. 9. 14.


낮부터 지금까지 명절 음식 만드는 것을 도와드리고, 식사까지 마치고나서야 겨우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끝까지 가족들과 함께 하는게 도리인 줄은 알지만 내가 나이기 위해서는 하루에 몇 분만이라도 혼자 있어야 한다. 습관을 잘못 들여놔서인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갑갑해하다가 멘붕이 오더라.

몇 년 전만 해도 공부해야한다며 명절 첫 날부터 학교에 틀어박혀있다가 혼자 영화보고 들어가곤 했는데 이제는 살짝 양심에 찔려서 할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하다보면 서서히 효자(?)가 되겠지. 뭐.. 꼭 이렇게 해야만이 효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일단 사회 통념이 그러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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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쓰고 있는 책갈피

2016. 9. 3.


요즘 쓰고 있는 책갈피. 도쿄 츠타야서점에서 책 살 때 들어있던 1회용에 가까운 책갈피이다. 무심코 버리면 왠지 안될 것 같은 차분함이 담겨있다.

"책으로 어서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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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 피곤한 스타일

2016. 8. 21.


정갈하게 공부할 수 있는 상황으로 세팅하지 않으면 공부 안되는 나같은 스타일은 참 피곤하다. 그나마 알아서 다행이지 몰랐으면 '왜 공부가 잘 안될까'라며 자책만 하다 끝날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그냥 스포츠 머리에 왁스 바를 줄도 모르고 아무거나 입고 백팩을 멘채 아무 곳에서나 책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멋쟁이와 공부벌레 그 사이에 있는 어정쩡한 사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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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방문자 2019.10.08 2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전에 알려주신 인스타 키워드는 주워다 사진관리어플 foto에 저장해 잘 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탭이 아직 열려있어 포스팅들을 구경하다 좋아보이는 키보드가 눈에 들어와 댓글 남깁니다. 사진에 있는 키보드는 편한가요? 제품명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