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44

친구라는 존재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 잘못 생각했다. 친구를 훨씬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다. 쓸데 없는 술자리에 너무 시간을 많이 낭비했다.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어떤 남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결국 모든 친구들과 다 헤어지게 된다. 이십대에 젊을 때에는 그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그 친구들과 앞으로도 많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손해 보는 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렇다. 다 헛되다. 어릴 때의 친구들은 더 배려도 없고, 불안정하고 인격이 완전하게 형성되기 이전에 만났기 때문에 ..

일상 2017.08.22

파버카스텔 퍼펙트 펜슬. 정말 완벽한 연필이구나.

파버카스텔 퍼펙트 펜슬(Faber Castell Perfect Pencil). 요즘 책을 읽을 때 연필로 줄을 그으며 읽고 있다. 석사 때는 학문의 길로 들어선 것,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소중히 여겨져서 책이나 논문을 읽을 때 도를 닦는 심정으로 자를 대고 하이테크펜으로 줄을 그으며 공부했다. 조금 더 얘기를 하자면 도서관에 도착해서 열람실에 짐을 풀고 나와 세수를 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들어와 로션을 바르고 몸과 마음이 청결해진 기분을 지닌채 공부를 시작하곤 했다. 이런 행동들이 마치 예민해서 마주 대하기 왠지 꺼려지는 사람같아 보이긴 하지만, 이는 나만의 컨디션 조절법이기도 했고 이와 동시에 회사까지 그만둬가며 그토록 원했던 공부를 하게 된 상황이 무척 소중했기 때문..

일상 2017.02.25 (2)

블루보틀 in 도쿄 시나가와역

작년 여름에 도쿄갔을 때 블루보틀이라는 카페 브랜드를 처음 접했다. 요즘 일본에 가면 꼭 간다는 곳이라 커피를 좋아하는 나 역시 구미가 당겼던 곳이었다. 그래서 신주쿠에 있는 블루보틀 매장을 찾아갔는데 어마어마한 인파를 보고 들어가지도 못한채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일단 멀리서나마 구경한 바로는 하늘색으로 점철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C.I.도 심플한게 진짜 잘 만들었다는 감탄과 함께 딱 일본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블루보틀은 미국 오클랜드에 본사가 있는 미국 브랜드다. 이렇게 일본스럽게 생겨놓고 미국 기업이라니. 꽤 놀라운 사실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블루보틀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그 때 그냥 기다려서라도 마시고 왔음 좋았겠다는 아쉬..

일상 2017.02.16 (1)

헤비츠 가죽 노트커버를 책 커버로 바꾸다.

3년 전쯤 헤비츠 가죽 노트커버를 선물받은 적이 있다. 중후한 멋이 느껴지는 디자인 때문에 한동안 애용했었는데 몰스킨을 쓰게 되면서 책상 서랍의 한 구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가끔씩 꺼내서 만지작거리다 보면 안쓰고 있자니 꽤 아쉬웠다. 몰스킨과는 다른 차원의 멋이 담겨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걸 어떻게해서든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한참을 만져보며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생각한 끝에 찾은 방법은 바로 북 커버로 쓰는 것이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딱 문고판 사이즈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문고판이 잘 출간되지 않지만, 일본은 문고판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신간도 문고판이 꼭 함께 나온다. 일본에 다녀올 때마다 마침 가볍게 읽을 주제의 책도 사오기 때문에 커버 활용도 역시 높을 것 같았..

일상 2017.01.13

새해 인사 및 2016년 아트앤팁닷컴 결산

스터디 수강생 중 한 분이 새해 인사와 함께 보내준 피카소의 Rooster(고마워요. ^^). 1. 새해 인사 새해 인사가 조금 늦었습니다.그동안 아트앤팁닷컴을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덧붙여서 이곳과 메일, 페이스북 등을 통해질문을 주셨는데 제가 답변을 드리지 못한 분들께는 미안합니다. 가능하면 항상 답변을 드리고 싶은데이래저래 바쁘게 지내다보니 나중에 하려다가 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혹시 아직도 제 답변이 유효하신 분들은서운함은 잠시 잊으시고다시 질문하시면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대부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시간을보내고 있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저 역시 그런 과정을 지내왔기 때문이지요.그러니 다시 질문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아트앤팁닷컴을 자주 찾아주신 ..

일상 2017.01.05 (2)

몰스킨과 라미 만년필, 그리고 잉크 번짐

몰스킨 노트를 애용한지 어느덧 2년이 넘었다. 몰스킨이라는 브랜드가 있는지조차 몰랐던 시절에는 메모도 잘 하지 않았거니와 공부할 때는 그저 옥스포트 스프링 노트에 휘발성으로 쓰기만 했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몰스킨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대로 매료되었다. 그리고 하이테크 볼펜만 사용하다가 만년필의 필기감에 매력을 느껴 많은 이들이 그렇듯 라미 사파리 만년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즉 몰스킨 노트와 라미 만년필의 조합으로 나의 노트 및 메모 집착이 시작된 것인데 사용하다보니 한가지가 늘 아쉬워졌다. 몰스킨의 단점으로 꼽히는 잉크가 번질 정도의 종이질의 문제였다. 그래서 몰스킨의 종이보다 질이 좋다는 로이텀(LEUCHTTURM 1917) 노트나 미도리 트래블러스 노트로 바꿔보기도 했다. 그러..

일상 2017.01.01 (4)

월요일의 휴일

모처럼 생긴 월요일의 휴일. 느지막히 일어나 새벽에 영화보며 먹다 남은 과자를 주섬주섬 주워먹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 일주일이나 연체된 책들을 반납하고 그 길로 6호선을 타고 상수역으로 왔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일본 라멘을 오늘은 꼭 먹고 싶었다. 하카다분코에 와서 일본 라멘에 공기밥을 먹고 평소보다 느릿느릿하게 걸어서 홍대 정문 앞까지 왔다. 석사 때 홍대생들과 연합으로 불교미술사 수업을 들었는데 그 때 이후로 올 일이 별로 없던 곳이다. 잠시 홍대 캠퍼스에 앉아있다가 정문 앞에 생겼다던 몰스킨 매장에 들어갔다. 숱하게 구경해서 가격까지 외울 정도인 몰스킨의 각종 상품들을 이리저리 구경하고는 노트에 끼울 툴벨트(노트에 끼울 필통같은 것)를 사서 나왔다. 그리고 땡스북스로 향했다..

일상 2016.10.17 (2)

추석이라는 명절 속 나만의 시간

낮부터 지금까지 명절 음식 만드는 것을 도와드리고, 식사까지 마치고나서야 겨우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끝까지 가족들과 함께 하는게 도리인 줄은 알지만 내가 나이기 위해서는 하루에 몇 분만이라도 혼자 있어야 한다. 습관을 잘못 들여놔서인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갑갑해하다가 멘붕이 오더라. 몇 년 전만 해도 공부해야한다며 명절 첫 날부터 학교에 틀어박혀있다가 혼자 영화보고 들어가곤 했는데 이제는 살짝 양심에 찔려서 할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하다보면 서서히 효자(?)가 되겠지. 뭐.. 꼭 이렇게 해야만이 효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일단 사회 통념이 그러하니.

일상 201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