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47

기계식 키보드와 키보드 손목받침대를 사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탓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저는 연장탓을 합니다. 왜냐하면 훌륭한 목수가 아니기 때문이죠. ㅎㅎ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웹소설 작가들의 브이로그를 보게 되었는데 작가들 대부분이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더군요. 단순히 게임할 때 사용하는 키보드로만 알고 있었는데 유튜브로 보니 이 기계식 키보드가 글을 쓸 때도 참 쓰는 맛이 좋아보였습니다. 소리도 경쾌해서 타자를 칠 때마다 손의 리듬도 살아나고, 마치 ASMR처럼 중독되는 것 같더라고요. 흔히들 손맛이라고 표현하던데 막상 저도 사서 써보니 글을 잘 쓰기 위한 스트레스를 소리가 숨겨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산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직까지는 뭐 더 글을 쓸게 없나 하고 고민하고, 괜히 메모장을 켜서 책에 있는 문장을 ..

일상 2021.02.23 (2)

광희 마스크 -> 청각장애소통용 립뷰 마스크

코로나19로 점철된 2020년에 어느 순간부터 방송에서는 특이한 마스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마스크를 황광희씨가 쓴 모습으로 처음 봤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특이한 마스크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후 한 두명씩 이 마스크를 쓴 연예인들이 늘어나면서 아.. 방송 화면에서 누가 말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하는 시각 미디어 특성 때문에 그런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시중에서는 라고 불리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나의 장애인에 대한 무지함과 배려심 부족한 잘못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마스크는 단순히 방송용, 혹은 패션용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술 모양을 봐야하는 청각장애인과 소통하기 위한 배려의 마스크였다. 공식 명칭도 광희 마스크가 아니라 '청각장애소통용 립뷰 마스크'다. 이 사실을 알게..

일상 2021.02.14

이번 겨울

지난 연말 온라인으로만 개최한 전시를 오픈했다.나는 다른 일을 맡아서 전시팀의 다른 동료들이 준비한 전시인데하루는 전시실에 갔다가 한참을 서서 추억에 잠기게 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인토이의 앨범 자켓을 시작으로이승환, 신해철, 015B, 자우림, 윤종신, 김성재까지단어 그대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몸 깊은 곳에서 가슴까지쌔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오프라인으로 오픈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어느 늦가을 날 교보문고 뒷편에서. 전시 준비가 한창인 옛 서울역. 전시 오픈 전 날, 어김없이 야근의 시간이 돌아왔다.광장에서 작업하는 일을 도와주러 나왔다가한 켠에 고인 물 웅덩이를 보고쭈그려앉아 사진을 찍었다. 한 밤중의 서울역 내부. 전시 개막식 겸 기자간담회.박물관에 있을 때부터 뵈어온 반가운..

일상 2021.02.11 (2)

내가 경계하는 것

나는 이유없이 나를 싫어하고, 음해하는 건 당연히 싫지만,나에 대해 알아갈 시간도 없었음에도 특별한 이유없이나를 자기 식으로 해석하여 좋게 보고, 자기 사람인양 여기는 것도 싫다. 또 다른 형태의 무례함이라 생각한다. 내가 별 뜻없이 한 언행에 대해 마음대로 해석하여 좋게 본 자라면,자기 기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금세 등을 돌릴게 뻔하다. 그래서 좋은 얘기랍시고 누군가가 '그가 너 좋게보더라'며 전해줄 때마다의아스러움을 감추지 못한채 이러곤 한다. "엉?? 왜?? 날 뭘 안다고??"

일상 2020.07.11

다시 강의할까?

며칠 전 회사 공지게시판에 내부 규정 몇 가지가 개정됐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지금까지는 외부 강의를 하려면 사전 신고가 원칙이었지만, 이제는 강의하고 10일 이내만 신고하면 된다고 한다. 굉장히 큰 변화다. 사전 신고였을 때는 강의 의뢰를 받아도 언제 된다는 말은 물론, 이걸 허락받을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여서 확답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슬슬 해볼까. 하게 되도 기관에서만 가능하겠지만, 강의하던 때가 그리워지던 요즘으로선 감지덕지일 뿐이다.

일상 2020.05.31 (1)

지난 3개월간의 기록 vol. 2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딱히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침에 출근하면 조용한 전시실을 체크하며 한바퀴 돌아보고 온다. 습관이 되었달까. 전시실에 올라가면 이 작품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된다. 우지영 작가가 베르사유 궁전에 조성돼 있는 라토나 분수대를 서울의 제작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재와 재료로 재구성했다고 한다. 오픈 전이라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졸졸졸 흐르고 있는 이 욕조를 보면 묘한 긴장감을 느낀다. 적막을 깨는 조용한 물소리와 힘을 빼고 겨우 솟아오르는 물을 볼 때마다 묘해진다. 힘있게 솟구치면 오히려 관심도 안가졌을 것 같다. 초현실주의 작품의 'uncanny(낯선 두려움)'하달까. 날계란을 손에 쥐고 있으면 괜히, 아무 이유없이 바스라뜨리고 싶은 기분과 비슷한 느낌이다. 전시 철수할 때 작가..

일상 2020.04.04 (4)

지난 3개월간의 기록 vol. 1

1. 새 직장으로 첫 출근하는 날. 9시까지 본원으로 출근하라고 해서 일부러 서둘러서 8시 20분쯤 도착해 옆의 커피빈에 있다가 들어갔다. 나는 지금까지 직장이 대부분 강남이었다. 대학원에 가기 전에 다닌 광고대행사도 한 때 광고대행사의 메카라 불리던 신사역이었고, 박물관도 그 근처였다(돈도 많으면서 왜 그곳에 지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지만 ㅎㅎ). 광화문에서 근무하고 싶었다.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로 출근할 것이었다. 그래야 어차피 뻔한 직장 생활에서 버티는 힘을 갖게 되고 그 가운데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광화문으로 출근하면 퇴근하고 교보문고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그렇게 갖고 싶었다. ..

일상 2020.03.21 (6)

프랭클린 플래너를 다시 꺼내들다.

인사동에서 종무식 끝나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남동생 같은 직원들과 교보문고 와서 펜 골라주고 방금 헤어졌다. 나는 프랭클린 플래너 속지를 사서 근처 커피빈으로 왔는데 역시 직장인에게 평일 오후의 광화문은 최고의 여유라는걸 새삼 느낀다. 업무량이 이전 박물관에 비해 많아져서 깔끔한 몰스킨 노트만으로는 해결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구석에서 자고 있던 프랭클린 플래너를 다시 꺼내왔다. 작년에 쓴 것들을 보아하니 일본미술 전시 준비할 때를 마지막으로 쓰고 안썼더라. 2020년에도 이 플래너에 함 의존해볼까나~ p.s. 참.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학운이 따르길 바랄께요. 감사합니다 :)

일상 2019.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