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큐레이터의 단상74

유일하게 '국뽕'이 되는 시간 평소 가장 싫어하는 말은 '우리네'이다. '우리의', '우리'라고 해도 충분한데 굳이 '우리네'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전달하기 보다 일단 감정에 호소하기 위한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든다. '지켜야 할 우리네 문화' '가장 우수한 우리네 문화' 등등 꽤 간지러운 표현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민족의 두뇌" 등의 표현도 아주 싫어한다. 민족, 국가 개념 자체가 위정자들이 국민을 통제하고 조종하기 위해 만든 근대적 개념이라는 것도 거부감의 원인이기도 하다. 사람 한 명이 갖고 있는 존재감, 존중받아야 마땅한 가치인데 국가, 역사, 민족 단위로 묶어서 실질적인 이득을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자랑스러워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위 '국뽕'에 취하지 않고 .. 2019. 4. 29.
문화를 '굳이' 공부하는 이유 ​ 가끔 나는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한다. 국가 발전에 일조해야 된다는 식의 생각에는 반대하는 편이지만 이왕이면 다수의 행복에 일조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내 행복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며 이왕이면 이런 기쁨을 조금 나누고픈 욕심에 기인한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내가 하고 있는 미술사는 그닥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순으로 발음하는게 더 익숙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과 굳이 비교하면 시민의식, 문화 향유가 돋보일 정도로 앞서 나가는 측면이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가 우선인 사회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사람들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한다면 굉장히 미약.. 2019. 4. 3.
미술작가 지원의 모범을 보여준 손혜원 의원 황삼용, 연작 왜 아무도 거들지 않는걸까. 오랜 세월동안 ‘미술작가 보수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미술비평가들, 작가들의 목소리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2017년부터 국공립미술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미술작가 보수제도’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예술가의 창작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현재까지 대다수의 작가들은 오로지 작품이 판매되어야만 돈을 벌 수 있었다. 작품 제작을 위한 기획, 구상, 실험 등의 시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구조였다. 일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본인이 맡은 프로젝트(꼭 기획 파트가 아니더라도)를 위해 일을 하고 그 준비 과정에 대한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좋고,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월.. 2019. 1. 21.
청자 특유의 은은한 에메랄드 색이란 ​ 아무 것도 모르던 학부생 때 고려청자의 별칭이 '비색 청자'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막연하게 자랑스러웠다. 같은 청자라도 은은한 에메랄드 빛이 감도는 '우리'의 청자가 중국의 것보다 미학적으로 훨씬 우수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재질과 기술은 조금 못미치더라도 미감만큼은 '은은함'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던 우리나라의 미술문화가 더 우수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엔 중국 청자가 화려하더라도 느끼한게 많았던 탓도 컸다. 그런데 이런 생각? 선입견을 한 번에 바꿔준 일이 있었다. 바로 중국 송대의 여요 청자를 직접 봤을 때였다. 중국 도자가 기본적으로 너무 화려해서 미감이 질척거리고 느끼한게 많긴 하지만 그들이 은은함이 무엇인지 몰라서 못한게 아니라.. 2019.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