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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473

노인의 눈물 목소리에 감정이 묻어난다. 연로한 강제징용 피해자 할아버지는 연신 "미안하다"고 하였다. 본인이 피해자이면서 그저 이런 상황의 중심에 놓였다는 것만으로 국민에게 미안하다는 평범하고 힘없는 노인의 모습이었다. 그 목소리는 세월을 모두 잠식한 듯 낭랑하지 않고 쇳소리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 쇳소리가 듣기 거북한 것이 아니라 깊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할아버지가 흘리는 눈물도 온갖 감정이 묻어나는 농도가 진한 눈물이 아니라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빗물에 가까웠다. 의사, 간호사의 처절한 사투 속에서 막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를 보면서 이런 눈물을 딱 한 번 흘린 적이 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한지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모든 감정, 생각을 초월한 순도 100%의 슬픔이었다. 감정과 생각이 담긴 눈물은 .. 2019. 11. 5.
일본에서 펀드를 받는다는 것 ​ 작년에 일본회화 특별전을 기획하면서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 중 하나는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후원을 받는 것이었다. 예산이 워낙 풍부해서 사실 후원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외국미술 전시였기에 공신력을 갖추고 싶었다. 쉽게 표현하자면, 포스터에 후원 기관으로 일본대사관, 일본국제교류기금 로고를 삽입하고 싶었다는 이야기이다. 추진한 결과 받을 수 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가 후원을 안받기로 했다. 후원기관을 명기해주는 것 대비 액수가 그리 크지 않은 점도 고려사항이 되었다. 어쨌든 이 일을 거치면서 일본국제교류기금 담당자와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마침 내가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일본에 체류하면서 조사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안 담당자는 이 펀드를 소개해줬다. 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면서 꽤 많은 지.. 2019. 10. 25.
볼 때마다 아쉽게 만드는 작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실경산수화 전시하면 언제나 섹션 서두에 나오는 노영 필 이다. 그 레퍼토리가 이젠 좀 식상하지만 그걸 상쇄할 정도로 명품인 것은 맞다. 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랄까. 나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대체 고려시대 회화는 어떠하였길래 이런 참신한 구성을 보이는걸까 하는 아쉬움이다. 예배도 형식인데 주존불 하나가 아니라 상하단으로 나누어 담무갈보살과 지장보살을 모두 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예배도이면서 금강산을 한 켠에도 담은 이런 구성은 전무후무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선시대에는 감히 표현할 수 없어 빈 의자만 그렸는데 이 작품에는 대놓고 왕을 그려 넣었다. 그것도 엎드린채 말이다. 또 혹시나 누가 왕인걸 모를까봐 떡하니 '太祖'라는 메모도 써줬다. 또 휑하게 보일까.. 2019. 10. 23.
우리 강산을 그리다 /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 회화에서 처음으로 중국인이 아닌 흰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조선 선비의 모습이 삽입된 시기가 영, 정조 때이다. 많은 논쟁이 있지만, 조선 후기가 확실히 주체성이 확립된 시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폐막이 얼마 남지 않아 부랴부랴 다녀온 국립중앙박물관 전에서. 2019.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