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투어 후기

2024 일본 아트투어(규슈) 후기 / 3, 4일차

202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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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전날 나가사키 일정을 마치고 아리타로 향했습니다. 아리타는 일본 도자기의 메카라 부를 수 있는 도시입니다. 1600년대에 이곳에서 조선 도공들을 시작으로 일본 도자기의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아리타에서 일본 도자기는 처음에는 조선과 중국 청화백자와 유사한 형태로 제작하다가 나중에는 감색 등 다채로운 색감각이 돋보이는 채색자기로 전개되었습니다.

아리타도자미술관

  • 워낙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어서 아리타를 방문하게 되면 반드시 가는 곳 중 하나입니다. 시설은 마치 한적한 시골의 작은 민속자료관 같지만 소장품의 퀄리티는 아리타를 대표하는 곳입니다.
  • 발걸음을 뗄 때마다 삐걱거리는 마룻바닥 소리가 꽤 운치있었습니다.

도잔 신사(陶山神社)

  • 일본 도자기 발전과 아리타의 도자기 제조업의 시작인 조선의 도공 이삼평을 모신 신사입니다.
  • 청화백자로 만든 도리이가 유명합니다. 이외에도 곳곳에 청화백자로 만든 석등들이 있어 신사의 목적과 컨셉을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 신사 본전에서 계단으로 더 올라가면 ‘도조 이삼평 비(陶祖 李參平 碑)’라고 새겨진 오벨리스크 형태의 비석이 있습니다.
  • 신사에서 아리타 마을을 내려다 보니 그 풍경이 매우 평화롭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규슈도자문화관

  • 이곳은 거의 15년 만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내부가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오래된 박물관 느낌이 많이 났는데 이번에 가보니 전시실 구성, 내부 진열장, 공간 디자인 등 세련된 부분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 볼거리가 많아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가기에도 좋은 곳이었습니다. 우리가 갔을 때도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 관람객이 제법 있었습니다.
  • 나가사키도 그랬지만 아리타 역시 대도시가 아니고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오히려 한적하게 놀러 가기에는 더 좋았습니다. 어느 곳에 가던지 주차할 곳도 많았구요.

Arita Porcelain Lab(점심 식사)

  • Arita Porcelain Lab은 1804년에 창업한 아리타의 오래된 가마에서 시작된 회사입니다. 현대도예 연구, 제작, 공방 운영, 카페와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쿄, 교토, 오사카 등 대도시의 도자기 갤러리에 납품도 하고 있습니다.
  •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갤러리에서 일본의 현대도예를 감상하고 구매해올 수 있었습니다.

다케오신사, 다케오시도서관

  • 도쿄에 갈 때면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代官山 蔦屋書店)을 꼭 들르곤 합니다. 책을 사는 목적도 있지만 츠타야 서점의 변화가 꽤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2004년에 어학연수차 도쿄에 있을 때만 해도 츠타야는 그저 동네의 흔한 비디오, DVD, 책, 음반 대여점이었는데 2011년을 기점으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를 대표하는 장소가 다이칸야마의 T-Site라 부르는 츠타야 서점입니다. 서점을 중심으로 스타벅스 등 다양한 상업시설이 공존하고 있고 이를 조화롭게 묶어주는 공간디자인이 참 멋진 곳입니다.
  • 규슈의 작은 도시인 다케오시의 시립도서관은 츠타야 서점의 모기업인 CCC가 기획 및 운영을 맡으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일반적인 공공도서관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공간과 방문의 경험 자체를 좋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 짧은 일정 동안 많은 곳을 방문하며 눈에 담기에 바빴던 우리들은 이곳에서 모처럼 휴식다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책을 둘러보고 스타벅스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관상(?)도 보는 등 잘 쉬고 왔습니다.

부산정(저녁 식사)

  • 3일차 저녁식사는 후쿠오카로 다시 와서 호텔로 가기 전에 먹었습니다.
  • 여행사로부터 이곳을 추천받았을 때는 일본까지 가서 삼겹살을 먹어도 괜찮을지, 아니면 회식하기엔 더할 나위없이 좋을지를 두고 고민했는데 역시 화기애애한 상태에서 마지막 저녁 회식으로 가니 좋더군요.
  • 타베호다이(食べ放題, 무제한 식사 리필)여서 식사 시간 동안 편하게 먹고 마시고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역시 회식은 삽겹살에 소주랄까요? ㅎㅎ
  • 잠시 밖에 나와서 거리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일요일 저녁의 한가로움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비슷했습니다.

후쿠오카 씨호크 힐튼 호텔

  • 아트투어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 중 하나는 참가비가 너무 오르지 않게 조절하는 것입니다. 여행의 퀄리티와 참가비는 정비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당한 선을 맞춰야 하죠. 저와 함께 협업하는 여행사도 저의 생각을 잘 알고 있어서 세심하게 신경써서 준비를 해줍니다.
  • 후쿠오카 씨호크 힐튼 호텔은 제가 가봤던 일본의 호텔 중에서 가장 좋은 곳 중 하나였습니다. 도쿄의 시나가와 프린스 호텔, 교토의 하얏트 리젠시 교토 호텔과 함께 좋은 경험이 있는 곳이었죠. 그래서 이번에도 참가비가 많이 오르지 않는 선에서 이 호텔은 고수하고 싶었습니다. 여행사도 힐튼 호텔은 왠만하면 빼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해줬습니다.
  • 예전에 묵었을 때는 트윈룸이어서 크기가 큰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싱글룸이라 크기는 작았지만 호텔 자체의 규모, 1층에 있는 여러 시설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역시 좋았습니다. 조식 장소도 햇살이 드리우는 널찍한 공간이어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 체크인을 하고 밤에 하카타 시내로 나가 돈키호테에 가서 필수품 쇼핑을 하고 싶었지만 바로 옆에 있는 야후 돔경기장에서 아이돌 그룹 콘서트가 막 끝나 택시를 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쉬워하던 찰나에 1층에 가보니 드럭스토어가 있어서 돈키호테 대신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이번 아트투어는 나가사키에서 2박, 후쿠오카에서 1박을 했습니다. 다음에 또 오게 되면 힐튼 호텔에서 2박을 하고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후쿠오카시미술관 등 이번에 가지 못했던 곳을 가야겠습니다. 하루만 자고 오기엔 너무 아쉽네요.


4일차


하카타 포트 타워

  •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하카타 포트 타워로 갔습니다. 4일차인 월요일에는 어차피 박물관과 미술관이 휴무이기에 아트투어의 마지막 날은 공항에 가기 전에 쇼핑을 하는 날로 계획을 세웁니다.
  • 대부분의 쇼핑몰이 10시에 문을 여니까 가기 전에 잠시 후쿠오카 앞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타워 전망대를 갔습니다.
  • 날씨가 무척 맑아서 바다의 수평선이 저 멀리 보일 정도로 시계가 좋았습니다.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란 날이었습니다.
  • 1일차에 규슈국립박물관에서 봤던 선사시대와 고대에 일본에 온 우리나라 사람들의 바닷길이라 생각하고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후쿠오카 라라포트(쇼핑몰)

  • 후쿠오카에 여행을 가면 꼭 들르는 곳 중 하나가 캐널시티 하카타라는 쇼핑몰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여의도의 IFC몰, 더현대 같은 곳이죠. 원래는 이곳을 가려 했으나 몇 년 전에 라라포트라는 쇼핑몰이 새로 들어섰고 이곳도 많이 간다고 해서 이곳으로 바꿨습니다.
  • 생각만큼 상점들이 많진 않았으나 월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한적해서 한가롭게 다니며 구경하기 좋았습니다.
  • 저는 문구류로 유명한 LOFT에 가장 오래 머물렀습니다. 제가 쓸 펜과 샤프, 메모지를 사고 스티커 붙이기를 매우 좋아하는 조카 선물을 샀습니다. 그리고 전자제품 코너에 가서 한참을 구경했습니다. 특별히 살 건 없었지만 카시오와 샤프에서 만든 전자사전은 조금 흔들렸습니다. 이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다 가능하지만 전자사전을 보니 옛날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생각도 나고 그때 참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나서 괜히 탐나더라구요. 디자인도 무척 이뻤구요. 다행히 잘 참고 그냥 나왔습니다.



소미(そみ) 스시, 2024년 일본 아트투어를 마무리하며

  • 모든 일정을 마치고 후쿠오카공항으로 가기 전에 소미라는 스시집에서 마지막 식사를 했습니다. 이제 공항에 가면 우리끼리 모여서 인사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아트투어를 무사히 마친 감회와 더불어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맥주로 마지막 건배사까지 하니 정말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떠나기 직전에 불거진 지진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이렇게 아무 일없이 날씨도 좋은 나날 가운데 아프거나 다친 사람없이, 불편하거나 서운했던 사람없이 화목한 가운데 다녀서 마냥 좋기만 했던 아트투어였습니다.
  • 식사를 하다가 잠시 빠져나와 캘린더를 확인하며 잽싸게 내년 일정을 구상했습니다. 분위기가 무척 좋아서 다음을 구체적으로 기약해야지만 좋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내년 아트투어는 추석이 지난 10월 24일(금)에 3박 4일 동안 오카야마시의 오하라미술관에 갈 생각입니다. 1930년대에 설립된 이 미술관은 당대에 수집한 좋은 서양미술품과 일본 근대미술품이 많은 곳입니다. 그리고 고베로 넘어와서 고베시립박물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효고현립미술관 등을 가려고 합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에필로그

제가 사진은 많이 찍지만 정작 제 사진은 항상 별로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가사키의 데지마에서 한 분이 본인의 양산을 주시며 들고 서보라고 하고 이렇게 사진으로 남겨주셨습니다. 저로선 귀한 겁니다. ㅎㅎ

아트투어를 다녀오고 일주일 후에 뒷풀이 겸해서 투어 멤버 중 한 분이 옥수동에 오픈한 티하우스인 <oksu tea & tea bar>에 모였습니다. 이 날 한 분이 센스있게 다케오시도서관에서 찍은 단체사진을 인화해오셨습니다. 연필도 같이 가져오셨는데 2024 Kyusyu Art Tour라고 각인까지 하셨습니다. 자주 들여다보며 이 때를 자주 떠올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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