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2023 대만 아트투어 후기(2일차) / 국립대만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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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만미술관

《시대의 기억》(개관 35주년 특별전)

대만에 도착한 다음 날 타이베이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타이중으로 출발했다. 각자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9시에 가이드분과 만나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국립대만미술관은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과 비슷한 위상의 미술관이다. 이번에 가서 보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처럼 오래된 느낌 등 여러모로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이곳에서는 《시대의 기억》을 제목으로 한 개관 35주년 기념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을 중심으로 대만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연대순으로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재밌는 점은 대만의 근현대미술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만도 우리나라처럼 근대에 일본의 강제지배를 당했고 좌우 분열이라는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전통 수묵화와 채색화를 계승한 작품, 일본 신남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 서양회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 등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구분 역시 우리나라 근현대미술과 비슷하다. 다만 세부 표현방식은 생소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독특했다. 특히 대만의 근현대미술은 애나멜에 가까울 정도로 화려한 원색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사대부가 조선 말기까지 미술계를 주도했고 그 영향력이 근대까지 이어졌기에 수묵을 기초로 한 채색화가 주류를 이루었던 반면 대만은 일본의 필선을 감추려드는 진한 채색화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 역사학과 미술사학의 관점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 우리나라와 대만 모두 시대 상황, 일본 및 서양미술의 영향을 받은 것까지는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유사한 역사적 상황을 갖고 있더라도 외국의 미술을 대하는 관점, 자연환경의 차이, 기반이 되어주는 전통미술의 차이,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반응하는 감수성의 차이로 인해 미적 세부 표현이 서로 달라지는 것은 미술사적 방법론으로 들여다 봐야 한다.

미술관에 도착하여 가이드분께 간단하게 브리핑을 듣고 전시를 보러 가는 우리 일행들. 날씨가 비가 내릴 것처럼 흐렸지만 전날에 비해 선선하여 전시를 보러 다니기 좋았다.

입구에 들어설 때 보이는 벽 속 조각작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올림픽공원에 있는 소마미술관도 미술관 건물 앞에 여러 현대작품들이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배치되어 있어 그 주변을 아름답게 꾸며준다. 현대미술을 다루는 기관들의 공통된 특징 같기도 하다.

전시의 시작은 20세기 초반 유화부터 볼 수 있었다. 동아시아 미술이 서양미술을 수용할 때는 한결같이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화풍이 지배적이었는데 대만도 그러했던 것 같다.

근대에도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전통 수묵화와 채색화 작품들이다. 유화의 경우는 그림의 대상이 이국적이어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작품들과 차이가 확연하게 나는 반면 전통 회화는 한 눈에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동아시아 수묵화 문화권이 공고했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대만의 산수화를 보고 싶었는데 그 수는 매우 적었고 그나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옛 거장들의 작품을 방한 작품들이어서 대만 특유의 산수화풍을 볼 수 없었다. 분명 보다 많은 작품들이 있을텐데 조금 아쉬웠다.

전 날 타이베이시립미술관에서도 봤지만 대만의 근현대미술에는 이 작품처럼 인물을 음산하게 표현한 게 꽤 자주 보였다.

대만은 북쪽 지방은 아열대 기후이고, 남쪽 지방은 열대 기후라고 한다. 그래서 남쪽으로 가면 갈수록 동남아시아의 정취를 대신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에 표현된 대상도 아마 열대 기후에서 생장하는 걸 그린 게 아닌가 싶다. 화면 하단에 표현된 토양도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나 볼 법한 눈부신 땅을 그렸다. 이런 데서 이국의 정취를 강하게 맛볼 수 있었다. 재밌는 건 땅을 직접 그린 대신에 일본 전통 회화의 금지를 붙이는 방식을 차용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본 영향이 지대했던 근대 작품인가 싶어 캡션을 봤더니 2022년작이었다.

토요일이라 조금 우려했지만 다행히 관람객이 많지 않아 산책하듯 볼 수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래도 박물관, 미술관 답사는 꾸준히 갈 수 있는 건 이렇게 번잡하고 낯설어 정신없는 여행지에서도 여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를 가건 박물관과 미술관의 화장실이 깨끗하다는 점은 덤이다.

전반적으로 미술관의 내부는 어두침침했다. 그래서 오래된 건물이 더 오래되어 보인 것도 있었다. 이 사진은 도저히 그대로 쓸 수 없어 밝기 조절을 한 상태다.

누가 봐도 입체주의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입체주의를 대표하는 조르주 브라크는 대상의 진실된 모습을 평면에 담기 위해 입체를 다 펼쳐놓았지만 반대급부로 점점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게 된다는 딜레마를 고민하다가 화면 한 켠에 전통 방식대로 그린 사물을 그려넣곤 했다. 무엇을 그렸다는 점 정도는 관람객이 알아보길 원했다. 이 작품 속 기모노 차림의 여인상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화면 가득 메운 가옥과 주변부는 입체주의 화풍으로 그렸지만 이 여인만큼은 전통 방식대로 그림으로써 문 밖에 사람이 서있다는 점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마 여인마저 입체적으로 그렸으면 무엇을 그렸는지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응노의 문자추상, 남관의 앵포르멜, 한묵의 기하학적 추상과 유사한 화풍의 현대 추상회화가 별도 섹션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우리나라 미술사에서는 현대미술의 기점을 대개 1957년으로 삼곤 한다. 진보적인 화가그룹의 결성, 추상회화의 유입 등 현대미술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제반 상황들이 1957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대만 역시 현대미술의 시작을 1957년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세월에 걸친 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그 묵은 때가 비로소 벗겨지기까지 10여 년은 걸려야 해서 그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복을 맞이하자마자 “자 이제 대한민국이다! 우리의 것, 우리식대로 현대미술을 시작하자!”라고 한다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닐테니 말이다. 역사는 언제나 유기체처럼 서서히 전개되어간다.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새롭게 개국했다고 하여 고려청자가 사라지고 바로 백자가 시작된 게 아니듯이 말이다.

2014년에 일본에서 《도쿄-서울-타이베이-창춘 : 동아시아 근대의 관전미술》 전시를 개최한 적이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4개국에서 일제에 의해 시작된 관전 출품작을 모아 만든 전시여서 근대 미술사 연구자들 사이에서 매우 화제가 되었던 전시였다. 이 때 가보지는 못하고 도록만 갖고 있는데 이번에 도록으로만 보던 대만의 근현대미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대만 미술사에 대한 공부가 부족해서 그런지 또 와서 보고 싶고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매료된 건 아니었지만 내 전공 공부에 비교가 되는 대상을 봤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전시를 보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무제한 고기, 훠궈집. 뷔페식으로 되어 있어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담은 후 조리대에 가서 맡기면 조리해주는 방식이다.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옆에 소고기, 돼지고기가 부위별로 있다. 먹고 싶은 고기를 그릇에 담고 내 취향대로 소스를 골라 고기 위에 뿌리면 된다. 나는 담백하게 먹고 싶어 등심과 채소 위에 마늘 소스를 조금 뿌리고 고추만 담았다.

그렇게 담은 그릇을 사진에 보이는 벨트에 놓으면 자동으로 요리사들에게 전달이 된다. 벨트 위 숫자는 나의 주문 번호가 되어 조리가 끝나면 옆에 보이는 바의 같은 숫자 위에 올려준다.

조리가 끝난 내 취향의 고기 볶음 요리다. 소스를 너무 넣지 않아서 맛이 괜찮을까 싶었는데 매우 맛이 좋았다. 같은 방식으로 세 그릇인가 더 만들어 먹었다. 금문고량주와 함께. 대만에서 먹은 음식 중 딘타이펑과 여기가 가장 맛있었다.


p.s.

식당 이름은 <대과벽 몽고고육(大戈壁蒙古烤肉)>으로 타이베이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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