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s]신윤복의 월야밀회(written by 이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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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월야밀회>, 18세기, 종이에 색, 28.2x35.6, 간송미술관


역사적으로 ‘쳐다보기’는 주로 부정적인 측면에서 해석되었다. 시선을 마주한 이들을 돌로 변하게 하는 능력을 가진 고대 신화 속 메두사는 응시가 지닌 파괴적이고 변형적인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응시는 늘 응시하는 주체와 응시를 당하는 대상 간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는 권력과 욕망의 문제와 연결된다.

로라 멀비(Laura Mulvey)의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 Visual Pleasure and Narrative Cinema」(1975)에 의하면 영화는 비밀스럽고 금지된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관음주의적 욕구를 만족시킨다. 

영화에서 에로티시즘의 표현은 시각적 쾌락을 증진하고 권력에 의해 억압되고 은폐되어 있던 욕망의 분출 통로로 작동한다. 특히 누구나 쉽게 향유할 수 있는 대상, 즉 문화전파의 보편적 도구로서 영화가 갖는 힘에 의해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러한 관음적 시선과 에로티시즘을 통해 신윤복의 풍속화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조선시대 후기 풍속화는 정치적인 안정, 경제적인 발전, 실학에 대한 관심의 증대와 함께 진전을 보게 된 그림이다. 특히 18세기 이후에는 사실성과 현장성, 그리고 그림 속의 풍물이 보여주는 시대성 등을 뛰어난 조형예술로 성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신윤복은 조선 후기 유한상류 계급의 풍류와 유희적 단면을 그린 풍속화가로, 양반 또는 중인 계층이 기방이나 주막 등에서 벌이는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분위기를 작품에 담았다. 조선시대는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하는 사대부 문화가 자리 잡고 성을 금기의 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예속을 바로잡는 것이 치국의 근본’이라 하여 양반 부녀자들이 가까운 친척 외의 남자와 왕래하는 것을 금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규제했다. 신윤복의 작품은 남녀 간의 애정 행각과 에로티시즘을 과감하게 표현함으로써, 엄격한 윤리 규범과 성적 억제를 강조하는 사회 체제에 균열이 발생한 시대적 흐름을 드러냈다. 그의 작품은 사회적 금기와 성적 억압에 대한 미묘한 반발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월야밀회>는 밤중에 밀회를 즐기는 한 쌍의 남녀와 그것을 응시하는 여성을 묘사하고 있다. 높은 담장이 대각선으로 화면을 가로지르며 만드는 구도의 역동성이 인물들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강화한다. <월야밀회> 속 인물들의 위치와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통해 작품에서 이중으로 구현된 관음증적 권력을 읽어보고자 한다. 

<월야밀회>에는 작품의 내부와 외부에서 시선의 역학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엿보는 행위는 대상과 접촉하지 않고 시각적 쾌를 느끼는 것으로, 이때 일방적 응시의 주체는 대상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된다. 작품에서 1차 응시는 남녀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 두 인물은 서로를 응시함으로써 감정적인 교류를 나눈다. 2차 응시는 일방적인 주시자-은밀하게 남녀를 관찰하는 여성-를 통해 생겨난다. 2차 응시를 통해 남녀는 시선의 대상, 스펙타클로 전환되며 이러한 관계성이 작품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3차 응시는 작품의 외부에서 작가에 의해 조성된다. 이 시선은 2차 응시의 주체인 여성을 포함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응시의 대상으로 전환한다. 숨어서 엿보고 있는 행위(2차 응시)를 엿보는 행위(3차 응시)를 통해 이중으로 권력을 갖는 관람자가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작품에서 중첩되어 발생하는 응시를 통해 권력의 위계가 발생하며 이때 모두를 응시할 수 있는 작가는 가장 높은 권력을 갖는 주체가 된다. 작가는 자신이 포착한 은밀한 시선을 공유함으로써, 관람객을 단순한 관찰자에서 공동의 관음자로 전환시킨다. 관람객은 작가가 조성한 작품 속 응시의 권력과 관음증적 쾌락을 공동으로 누리게 된다. 

로라 멀비(Laura Mulvey)에 의하면, 전통적으로 관음증적 시선은 주로 남성에 의해 행사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월야밀회>에서는 여성의 주시자가 남녀의 사적인 순간을 응시함으로써 전통적인 남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시선은 작품 속 남녀를 성적 대상으로 객체화하며, 그들의 사적인 순간을 외부의 시선에 노출시킨다. 여성이 관찰자로서 행사하는 응시의 권력은 일반적으로 남성에게 귀속되는 시각적 권력을 잠시 넘겨받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작품 외부의 관찰자—의 시선은 이 여성과 그녀의 행위를 한 단계 더 관음증적이고 가학적인 방식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는 또 다른 권력의 차원을 추가하며, 작품의 응시 역학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신윤복의 <월야밀회>는 금기가 얽힌 복잡한 관계를 통해 조선시대 후기의 생활상을 통찰력 있게 포착하면서, 젠더 위계와 교차성을 갖는 응시의 권력을 바라보고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는 작품이다.


written by 이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