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s]박대성의 신라몽유도원도(written by 김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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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 <신라몽유도원도>, 2021, 종이에 먹, 500*1200, 경주솔거미술관


2015년 8월, 천 년간 신라의 수도로 자리매김해온 경주에 특별한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신라시대 화가 ‘솔거’의 이름을 딴 경주솔거미술관은 소산 박대성 화백이 830여점의 작품 기증 의사를 밝히며 건립이 추진되었다. 박대성 화백은 스스로를 신라인이라 칭하며 많은 작품을 경주의 신라 문화에 집중하여 작업했는데, 그 중 2021년 새롭게 선보인 <신라 몽유도원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신라 몽유도원도>는 500 x 1200cm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으로, 경주를 대표하는 신라시대의 유물들을 한 데 모아둔 작품이다. 전시실 한 면을 가득 채우는 크기의 검은 연꽃은 황룡사목조구층탑을 중심으로 성덕대왕신종, 불국사, 첨성대, 안압지 등 신라의 문화유산을 꽃잎 곳곳에 품고 있다. 전통적인 산수화나 문인화와는 사뭇 다른 주제와 화풍이지만, 모두 경주에서 볼 수 있는 신라 문화의 상징적인 도상들로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양쪽 측면에는 박대성 화백의 서체가 등장하는데, 존재하는 모든 것이 방해됨 없이 일체가 되어 융합한다는 불교 문화의 이상적인 경지인 ‘원융무예(圓融無碍)’ 와 우주의 모든 사물은 서로 원인이 되기도 하고 하나로 융합된다는 불교의 세계관인 ‘불국화엄(佛國華嚴)’으로 작품에 무게감을 더해준다. 그는 필력을 쌓기 위해 평생 글씨 연습에 주력했는데, 중국 원나라 화가이자 서예가인 조맹부의 서화동원론(그림과 서예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을 기조로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와 신라시대 서성인 김생의 글과 그림을 오랜 시간 연구했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낸 소산체는 그의 작품에 뼈대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신라 몽유도원도>는 박대성 화백이 꿈 속에서 본 신라의 이상향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몽유도원도>는 꿈 속에서 이상향을 뜻하는 도원을 찾아가는 그림을 말하는데, 도원은 보통 복숭아 꽃이 만발한 곳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불교 문화를 찬란하게 꽃피웠던 신라의 이상향은 부처님의 상징인 연꽃으로 표현된 것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 작품은 곡선으로 처리되어 전시되었는데 곡면에서 오는 연꽃의 입체감이 꽃잎마다 새겨진 문화재들은 더 돋보이게 해주었다. 또한, 왼쪽 상단에는 보름달이, 오른쪽 아래에는 초승달이 위치해 연꽃을 감싸며 비추고 있는 듯해 경주 속의 신라를 품은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채색을 쓰지 않고 먹만으로 그린 수묵화이지만, 작품의 크기와 독특한화면 구성은 매우 현대적이다. 옛 것을 받들어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고 평가되는 박대성 화백의 화풍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옛 것의 아름다움은 놓치지 않는다. 이 작품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경주에 더 잘 어울리는 작품이 있을까.


written by 김미승


* 미술사 작품분석 스터디 1기에 참여하신 분의 과제물입니다. 앞으로도 종종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