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73. (보이지 않는) 협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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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협력자들』은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학예보조’라는 직책으로 일을 한 사람들의 에세이집이다. 학예연구사(정규직, 계약직)의 업무를 보조하는 직의 이름은 여러 개다. 학예보조, 전시기획 보조, 기간제 연구원, 인턴, 코디네이터, 보조 큐레이터 등 이들의 불안정한 신분 만큼이나 직함도 흔들리듯 양산되고 있다.

이들의 급여 역시 기관마다 판이하게 다른데 교통비와 식대만 주는 곳, 최저 임금액에 딱 맞게 주는 곳, 인턴이라는 명목 하에 최저임금도 맞춰 주지 않는 곳도 많다. 국공립 기관에서는 무기계약직을 공무직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최저임금을 겨우 넘긴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신분만 보장할 뿐 주체성을 지닌 전문직의 책임과 권한의 한계가 크며 급여 역시 그에 맞춰 주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국공립 기간은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인상폭은 크지 않다.

박물관에 있을 때 인턴을 채용한 적이 있다. 평상시에는 전시실 지킴이를 하고 전시 준비로 바쁠 때는 어느 정도 업무를 할당해서 함께 일을 했다. 직장 경력으로만 따지면 이들은 대개 갓 대학원을 졸업했거나 졸업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이렇다 할 경력이 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대학원 석사 졸업, 자신의 전공이 뚜렷하다는 점 등을 놓고 보면 나나 그들이나 별 반 차이가 없었다. 물론 직장일이라는 게 학력만 가지고 논할 수는 없지만 이들 역시 나와 동등한 전문가, 연구자라는 점에서 나는 정규직 학예연구사, 그들은 인턴이라는 상황이 이질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었다.

입장이 바뀌었다면 나는 기분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 공부를 많이 했어도 변하는 게 없다는 막막함이 느껴졌을 것 같다. 정규직 학예연구사 수요가 가뭄에 콩나듯 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아니면 임기제라도 정식 학예연구사 타이틀을 갖게 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이지 않는) 협력자들』은 ‘보조’라는 옷을 입고 박물관,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 에세이집이다. 일단 서류상으로 전문가가 될 자격을 갖췄음에도 대우가 다르고, 불안정한 고용으로 인해 전시라는 큰 프로젝트에서 주체성을 갖기 어려웠던 씁쓸한 경험이 담겨 있다. 이 길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직 출간 전으로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펀딩 마감은 12월 17일까지다.


* 텀블벅 펀딩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