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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플래너를 다시 꺼내들다.

인사동에서 종무식 끝나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남동생 같은 직원들과 교보문고 와서 펜 골라주고 방금 헤어졌다. 나는 프랭클린 플래너 속지를 사서 근처 커피빈으로 왔는데 역시 직장인에게 평일 오후의 광화문은 최고의 여유라는걸 새삼 느낀다. 업무량이 이전 박물관에 비해 많아져서 깔끔한 몰스킨 노트만으로는 해결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구석에서 자고 있던 프랭클린 플래너를 다시 꺼내왔다. 작년에 쓴 것들을 보아하니 일본미술 전시 준비할 때를 마지막으로 쓰고 안썼더라. 2020년에도 이 플래너에 함 의존해볼까나~ p.s. 참.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학운이 따르길 바랄께요. 감사합니다 :)

일상 2019.12.31

정신없이 3일을 보내고 돌아온 밤

10여 년 전, 광고대행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출근 3일째 되는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5년 전, 박물관에 입사했을 때는 일주일 정도 되는 날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번에도 입사 일주일만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지난 김장 때 뵙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새로 들어간 조직과 그 구성원들과 친해지기 전부터 이런 일을 겪게 되어 이 상황이 꽤 어색하기만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식을 듣고 나올 때 입사 동기에게 "아마 내일쯤이면 조문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얘기가 나올텐데, 그런 얘기 나오면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하고 안오셔도 괜찮다고 전해주세요"라고 전달해놓고 나왔다. 이런 일에 숙달되었다는게 착잡하기만 했다. 급히 옷을 갈아입고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에 엄마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들었..

일상 2019.12.14 (3)

[마감] 일본미술사 스터디 : 2019. 12. 15(일) 2시 시작

얼마 전에 말씀드린대로 아르뜨 미술사 스터디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일본미술사 스터디를 하기로 했습니다. 제 전공이면서도 수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전공이다보니 괜히 더 조심스러워서 섣불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일본미술사 수업하면 좋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저도 일본미술사 강의까지는 하고 마무리 하고 싶었던 참이라 이번 기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게 됐습니다. 저도 괜히 설렙니다. 그동안 일본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우리나라, 중국미술과 비교되는 점 등 재밌는 부분이 많았는데 같이 나눌 수 있다고 하니 강의 준비하면서 재밌게 할 것 같네요. ㅎㅎ 더불어 현재 일본 아베 정부의 행태가 비단 오늘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 속에서 늘 있어왔다는 점도 함께 확인하실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모집중] 마지막 워너비 큐레이터 특강 : 2019. 11. 30(토) 4시 30분

마지막 큐레이터 특강을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미술사 강의와 큐레이터 특강은 이것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특강을 마련했으니 큐레이터에 관해 평소 궁금하셨던 분들은 이번 기회에 들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큐레이터 특강 11월 30일(토) 오후 4시 30분에 시작해서 2시간동안 진행됩니다. 큐레이터, 미술 경매사(스페셜리스트), 미술사 대학원, 외국 유학에 관심있는 분들도 그동안 잠을 설칠 정도로 고민되었던 것들을 모두 가져오시길 바랍니다 :) 큐레이터로서, 미술사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겪은 것을 토대로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현재 삶은 어떤 점에서 만족스럽고 어려움은 무엇인지에 대해 모두 소개해드리는 시간이 될 예정입니다. 더불어 준학예사 시험 등 공부 방법에 대해서도..

[마감] 서양미술사 기초스터디 : 2019. 11. 25(월) 19:30 시작

서양미술사 기초스터디를 시작합니다. 이번 스터디의 목표는 미술사의 기초, 핵심개념을 익힌 후에 혼자 전공서를 보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술사 전공서를 읽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용어, 개념의 난해함입니다. 익숙하지도 않은 용어가 계속 이어지다보니 한 문장을 이해하기에도 어렵지요. 저와 함께 하는 서양미술사 기초스터디는 이러한 어려운 점들을 해결해갈 수 있는 시간입니다. 서양미술사를 그리스 시대부터 시기순으로 공부해가며 각 시대별 주요 개념을 공부하고 대표 작품 분석을 통해 감상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서양미술사 기초스터디는 제가 강의형식으로 진행합니다. 스터디 시간 내내 필기하시게 될텐데 그 내용들이 결국 앞으로 미술사를 공부하고, 전시를 보며 즐기는데 중요한 뼈대가 되어줄거에요. 단순한 ..

노인의 눈물

목소리에 감정이 묻어난다. 연로한 강제징용 피해자 할아버지는 연신 "미안하다"고 하였다. 본인이 피해자이면서 그저 이런 상황의 중심에 놓였다는 것만으로 국민에게 미안하다는 평범하고 힘없는 노인의 모습이었다. 그 목소리는 세월을 모두 잠식한 듯 낭랑하지 않고 쇳소리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 쇳소리가 듣기 거북한 것이 아니라 깊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할아버지가 흘리는 눈물도 온갖 감정이 묻어나는 농도가 진한 눈물이 아니라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빗물에 가까웠다. 의사, 간호사의 처절한 사투 속에서 막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를 보면서 이런 눈물을 딱 한 번 흘린 적이 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한지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모든 감정, 생각을 초월한 순도 100%의 슬픔이었다. 감정과 생각이 담긴 눈물은 ..

강의 준비하다가

강의 들어가기 전에 오늘은 강의 내용과 관련된 무슨 여담을 할까 미리 생각하곤 한다. 2시간 동안 어떻게 강의할지 대강 뼈대를 세우기도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강의하다가 업돼서 방언이라도 터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서양미술사 시간도 그래서 한 주 더 보강했다. 지금도 중국화론 첫 시간을 앞두고 한 번 훓어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 같은 것을 하려고 커피빈에 와있는데.. 어제 축구 재밌었넹.

일상 2019.11.05 (5)

[마감] 한국 근대회화 스터디 : 2019. 11. 14(목) 시작

요즘 전시에서 가장 인기있는 주제인 한국 근대회화 강의를 시작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은 물론,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근대회화 특별전을 할 정도로 근대회화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고, 인기도 높아지고 있죠. 저도 아르뜨 미술사 스터디를 처음 시작했던 7년 전부터 근대회화 관련 강의 요청이 지속적으로 있어왔는데 이제 시작하게 되었네요. 올 초에 김포문화재단에서 한국 근대회화로 강의한 적이 있었는데 해보니 다들 재밌게 들어주시고, 저 역시 근대회화 강의를 본격적으로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미술사 강의는 준학예사 시험, 대학원 진학 전 공부는 물론 교양을 위해 들으셔도 괜찮습니다. 아마 앞으로는 근대 관련 전시가 늘어나면 늘어났지, 인기가 사라지지는 않을텐데(세월이 흐르면..

일본에서 펀드를 받는다는 것

​ 작년에 일본회화 특별전을 기획하면서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 중 하나는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후원을 받는 것이었다. 예산이 워낙 풍부해서 사실 후원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외국미술 전시였기에 공신력을 갖추고 싶었다. 쉽게 표현하자면, 포스터에 후원 기관으로 일본대사관, 일본국제교류기금 로고를 삽입하고 싶었다는 이야기이다. 추진한 결과 받을 수 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가 후원을 안받기로 했다. 후원기관을 명기해주는 것 대비 액수가 그리 크지 않은 점도 고려사항이 되었다. 어쨌든 이 일을 거치면서 일본국제교류기금 담당자와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마침 내가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일본에 체류하면서 조사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안 담당자는 이 펀드를 소개해줬다. 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면서 꽤 많은 지..

큐레이터의 단상 2019.10.25 (2)

볼 때마다 아쉽게 만드는 작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실경산수화 전시하면 언제나 섹션 서두에 나오는 노영 필 이다. 그 레퍼토리가 이젠 좀 식상하지만 그걸 상쇄할 정도로 명품인 것은 맞다. 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랄까. 나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대체 고려시대 회화는 어떠하였길래 이런 참신한 구성을 보이는걸까 하는 아쉬움이다. 예배도 형식인데 주존불 하나가 아니라 상하단으로 나누어 담무갈보살과 지장보살을 모두 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예배도이면서 금강산을 한 켠에도 담은 이런 구성은 전무후무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선시대에는 감히 표현할 수 없어 빈 의자만 그렸는데 이 작품에는 대놓고 왕을 그려 넣었다. 그것도 엎드린채 말이다. 또 혹시나 누가 왕인걸 모를까봐 떡하니 '太祖'라는 메모도 써줬다. 또 휑하게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