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08

로즈 와일리(Rose Wylie), 유쾌한 이웃집 할머니같은 영국 화가

삼청동 초이앤라거갤러리에서 지난 2월에 로즈 와일리 전시를 했다. 그 소식을 이제서야 알게 되어서 아쉽다하던 참에 연말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크게 전시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중문화에서 소재를 차용한 구상 회화이기에 공부없이 봐도 즐기기 좋은 그림들이다. 할머니, 왠지 유쾌하신듯. 로즈 와일리 인터뷰 자료 ▼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은 가서 먹는 츠케멘. 더워지면 더더욱 자주 갈 것 같다. 지금까지 먹어본 츠케멘 중에서 제일 맛있다. 일본 본토에서 먹은 것보다도! 만리동 유즈라멘(안국동에도 2호점이 얼마 전에 생겼다)에서 먹을 수 있다. 여긴 만리동에 있는 라는 카페이다. 본래 사진 현상소였던 건물을 카페로 변경한 듯하다. 자리와 자리 사이가 넓어서 시원한 공간이 특징이다. 인스타그램용 사진 찍기..

최근에 산 책들(2020. 03)

이제서야 연구되기 시작하는 근대 공예사에 관한 책이다.어떤 도자기는 미술이고, 어떤 도자기는 제품이라고 해야하나? 예전에 강의할 때 도자기에 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도자기는 당시의 '락앤락'인 경우가 많다.요즘 우리가 냉장고에서 반찬을 담아놓을 때 쓰는'락앤락'에 대해 일기, 하다 못해 그에 관한 메모조차 안남기지 않나.그만큼 생활용기라는 얘기이다. 전통 도자, 공예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한다.그래서 작가를 알 수 없는 장르에 대한 연구가 어려운거다라고 설명한 바가 있다. 갑자기 강의할 때 생각이 나네.강의할 때는 몸은 지쳐도 보람되고 좋았는데 조금 아쉽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면서 아무 데나 펼쳤을 때 '이 책이다'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은 현재 우리 도시에서 모든 ..

한 권의 책 2020.04.22 (1)

인류를 위한 교황의 기도

평소라면 관광객들로 가득찼을, 아니 지금의 성베드로성당이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를 거치며 조성된 이래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찼을 이 곳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인적이 끊겼다. 그곳에서 교황은 홀로 나와 인류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p.s. 나중에 이 장면은 재난 영화에서 레퍼토리처럼 쓰일 것 같다. 911 테러 당시 비행기가 빌딩에 부딪치는 장면처럼.

카테고리 없음 2020.04.19 (2)

지난 3개월간의 기록 vol. 2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딱히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침에 출근하면 조용한 전시실을 체크하며 한바퀴 돌아보고 온다. 습관이 되었달까. 전시실에 올라가면 이 작품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된다. 우지영 작가가 베르사유 궁전에 조성돼 있는 라토나 분수대를 서울의 제작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재와 재료로 재구성했다고 한다. 오픈 전이라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졸졸졸 흐르고 있는 이 욕조를 보면 묘한 긴장감을 느낀다. 적막을 깨는 조용한 물소리와 힘을 빼고 겨우 솟아오르는 물을 볼 때마다 묘해진다. 힘있게 솟구치면 오히려 관심도 안가졌을 것 같다. 초현실주의 작품의 'uncanny(낯선 두려움)'하달까. 날계란을 손에 쥐고 있으면 괜히, 아무 이유없이 바스라뜨리고 싶은 기분과 비슷한 느낌이다. 전시 철수할 때 작가..

일상 2020.04.04 (4)

지난 3개월간의 기록 vol. 1

1. 새 직장으로 첫 출근하는 날. 9시까지 본원으로 출근하라고 해서 일부러 서둘러서 8시 20분쯤 도착해 옆의 커피빈에 있다가 들어갔다. 나는 지금까지 직장이 대부분 강남이었다. 대학원에 가기 전에 다닌 광고대행사도 한 때 광고대행사의 메카라 불리던 신사역이었고, 박물관도 그 근처였다(돈도 많으면서 왜 그곳에 지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지만 ㅎㅎ). 광화문에서 근무하고 싶었다.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로 출근할 것이었다. 그래야 어차피 뻔한 직장 생활에서 버티는 힘을 갖게 되고 그 가운데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광화문으로 출근하면 퇴근하고 교보문고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그렇게 갖고 싶었다. ..

일상 2020.03.21 (6)

프랭클린 플래너를 다시 꺼내들다.

인사동에서 종무식 끝나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남동생 같은 직원들과 교보문고 와서 펜 골라주고 방금 헤어졌다. 나는 프랭클린 플래너 속지를 사서 근처 커피빈으로 왔는데 역시 직장인에게 평일 오후의 광화문은 최고의 여유라는걸 새삼 느낀다. 업무량이 이전 박물관에 비해 많아져서 깔끔한 몰스킨 노트만으로는 해결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구석에서 자고 있던 프랭클린 플래너를 다시 꺼내왔다. 작년에 쓴 것들을 보아하니 일본미술 전시 준비할 때를 마지막으로 쓰고 안썼더라. 2020년에도 이 플래너에 함 의존해볼까나~ p.s. 참.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학운이 따르길 바랄께요. 감사합니다 :)

일상 2019.12.31

정신없이 3일을 보내고 돌아온 밤

10여 년 전, 광고대행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출근 3일째 되는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5년 전, 박물관에 입사했을 때는 일주일 정도 되는 날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번에도 입사 일주일만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지난 김장 때 뵙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새로 들어간 조직과 그 구성원들과 친해지기 전부터 이런 일을 겪게 되어 이 상황이 꽤 어색하기만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식을 듣고 나올 때 입사 동기에게 "아마 내일쯤이면 조문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얘기가 나올텐데, 그런 얘기 나오면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하고 안오셔도 괜찮다고 전해주세요"라고 전달해놓고 나왔다. 이런 일에 숙달되었다는게 착잡하기만 했다. 급히 옷을 갈아입고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에 엄마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들었..

일상 2019.12.1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