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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출발선

광고일이 싫은게 아니었다. 지금도 광고라는 장르가 주는 메시지에서 감동을 받을 때가 많다. 짧아서 더 임팩트있게 느껴진달까. 이번에 나온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광고를 보고 오랜만에 옛 생각을 하게 됐다. '아.. 맞다. 이런 광고 만들고 싶어서 했던거였지?' 내가 좋아하는 유희열, 이승환, 김동률 등의 음악을 사용하고, 과하지 않을 정도로만 때깔(?) 좋은 영상미에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기획 회의를 하고, PT를 해서 광고를 따오고, 광고주와 지난한 협의 끝에 기획안을 만들어서 제작팀과 씨름한 끝에 나오게 되는 15초짜리 광고. 밤을 새울 때도 있고, 술 마시고 들어와 다시 일할 때도 많고, 월화수목금금금이 이어지는 날들이지만 이 모든 과정이 재밌고 좋았다. 이 일이 싫어서 그만둔게 아니었다..

다시 강의할까?

며칠 전 회사 공지게시판에 내부 규정 몇 가지가 개정됐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지금까지는 외부 강의를 하려면 사전 신고가 원칙이었지만, 이제는 강의하고 10일 이내만 신고하면 된다고 한다. 굉장히 큰 변화다. 사전 신고였을 때는 강의 의뢰를 받아도 언제 된다는 말은 물론, 이걸 허락받을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여서 확답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슬슬 해볼까. 하게 되도 기관에서만 가능하겠지만, 강의하던 때가 그리워지던 요즘으로선 감지덕지일 뿐이다.

일상 2020.05.31 (2)

모두의 소장품 / 서울시립미술관

며칠 전 서울시립미술관 도서관에 자료찾을 일이 있어 출장을 다녀왔다. 가까운 곳에 미술관, 박물관들이 모여있으니 새삼 편하고 좋다. 평일 오전이어서 관람객은 거의 없었고, 온 김에 전시부터 보자는 생각으로 전시실로 들어갔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1층은 미디어 아트 작품들이 많았는데 차분히 볼 시간은 없어 훓어보고 나왔다. 2층 전시에서는 전통 회화, 도자를 현재의 시점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많았다. 동아시아 미술사를 전공한 나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나중에 전시할 때 참고할 생각으로 금세 보고 나오리라는 생각은 금세 잊은채 작품들과 작가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나왔다. 2층 전시실 입구에 있는 전시 설명. 획이 끊긴 듯이 보이는 컷팅 글자들이 가독성은 ..

아트앤팁 큐레이팅(2020. 05. 17)

고암 이응노 옛 것과 요즘의 것,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의 조화가 기준이라면, 나는 고암 이응노가 한국 최고의 화가라고 주저없이 꼽을 것이다. 동백림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고를 겪은 이후, 자연스럽게 문인화 기조로 회귀하며 1960년대 프랑스에서 이룬 획기적인 회화 양식에서 퇴보한 면도 있지만(이를 퇴보라 해야할 지, 단순 회귀라 해야할 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그의 전성기 회화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 60년 전 파리도 열광했던 한국 화가 … 작고 30년 기념전 '원초적 조형본능' 60년 전 파리도 열광했던 한국 화가 … 작고 30년 기념전 '원초적 조형본능' [BY 네이버 공연전시] 고암 이응노 화백의 도불 60년, 작고 30년를 기념하는 전시, 이 ... m.post.naver.com 사운..

미술관에 書 : 한국 근현대 서예전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書者, 散也." 전시를 모두 보고 나오는데 마지막 벽에 써있던 문장입니다. 중국 한나라의 채옹이 쓴 문장으로 직역하자면, "글씨는 흩뜨리는 것이다"는 의미이죠. 흩뜨리는 것의 대상은 마음입니다. 즉 글씨란 솔직한 마음을 풀어야 제대로 된 글씨라는 얘기입니다. 우선 이 전시는 근대의 서예가들의 작품부터 그들을 계승한 현대의 서예까지 전개 양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럽 · 미국의 추상회화를 그대로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화용필동법(글씨와 그림은 붓 쓰는 방식이 같다), 서화동원(글씨와 그림의 근원은 같다)의 전통 위에 받아들여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이응노 등의 문자추상, 서체추상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술사적 의미가 깊은 작품들이 주를 이루지만, 서예의 필선을 재기발랄하게 펼쳐낸 작품들도 많..

가까운 듯 먼 봄날의 숲 by 김민주

한 달 넘게 재택 근무를 했다. 2월 말부터 지난 주까지 봄이 오는 것을 느낄 새도 없었다. 아마 모든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재택 근무를 한다고는 하지만 사무실에 나올 때도 꽤 많았다. 이 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결재 서류 챙기러 오전 시간 느지막히 사무실에 나왔는데 마침 친한 직원도 나와 있었다. 그동안 항상 엇갈려서 못본지 꽤 된 듯했다. 반가운 마음에 오늘은 조금 걷더라도 맛있는 것을 먹으러가자며 길을 나섰다. 나는 식욕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지 않는 편인데 그런 내가 이런 제의를 했던 것을 보면 오랜만에 꽤 반갑긴 했던 모양이다. 서울역 광장을 지나 염천교로 슬슬 걸어갔다. 여전히 쌀쌀했지만 그 차가운 공기 가운데 포근한 냄새가 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

로즈 와일리(Rose Wylie), 유쾌한 이웃집 할머니같은 영국 화가

삼청동 초이앤라거갤러리에서 지난 2월에 로즈 와일리 전시를 했다. 그 소식을 이제서야 알게 되어서 아쉽다하던 참에 연말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크게 전시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중문화에서 소재를 차용한 구상 회화이기에 공부없이 봐도 즐기기 좋은 그림들이다. 할머니, 왠지 유쾌하신듯. 로즈 와일리 인터뷰 자료 ▼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은 가서 먹는 츠케멘. 더워지면 더더욱 자주 갈 것 같다. 지금까지 먹어본 츠케멘 중에서 제일 맛있다. 일본 본토에서 먹은 것보다도! 만리동 유즈라멘(안국동에도 2호점이 얼마 전에 생겼다)에서 먹을 수 있다. 여긴 만리동에 있는 라는 카페이다. 본래 사진 현상소였던 건물을 카페로 변경한 듯하다. 자리와 자리 사이가 넓어서 시원한 공간이 특징이다. 인스타그램용 사진 찍기..

최근에 산 책들(2020. 03)

이제서야 연구되기 시작하는 근대 공예사에 관한 책이다.어떤 도자기는 미술이고, 어떤 도자기는 제품이라고 해야하나? 예전에 강의할 때 도자기에 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도자기는 당시의 '락앤락'인 경우가 많다.요즘 우리가 냉장고에서 반찬을 담아놓을 때 쓰는'락앤락'에 대해 일기, 하다 못해 그에 관한 메모조차 안남기지 않나.그만큼 생활용기라는 얘기이다. 전통 도자, 공예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한다.그래서 작가를 알 수 없는 장르에 대한 연구가 어려운거다라고 설명한 바가 있다. 갑자기 강의할 때 생각이 나네.강의할 때는 몸은 지쳐도 보람되고 좋았는데 조금 아쉽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면서 아무 데나 펼쳤을 때 '이 책이다'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은 현재 우리 도시에서 모든 ..

한 권의 책 2020.04.2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