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가 지원의 모범을 보여준 손혜원 의원

황삼용, <조약돌> 연작


왜 아무도 거들지 않는걸까.


오랜 세월동안 ‘미술작가 보수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미술비평가들, 작가들의 목소리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2017년부터 국공립미술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미술작가 보수제도’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예술가의 창작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현재까지 대다수의 작가들은 오로지 작품이 판매되어야만 돈을 벌 수 있었다. 작품 제작을 위한 기획, 구상, 실험 등의 시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구조였다.


일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본인이 맡은 프로젝트(꼭 기획 파트가 아니더라도)를 위해 일을 하고 그 준비 과정에 대한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좋고,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월급을 애초부터 주지 않는 회사는 없다. 우리는 당연히 월급을 받는다는 전제 하에 회사 채용에 지원한다. 이러한 상식을 미술가에게 대입해보면 얼마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지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갤러리들은 악습에 가까운 관행을 근거로 작가들과 불공정 계약을 여전히 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있는데 전시 한 번 열어줄께. 대신 전시 참여비도 내고 의무적으로 작품 한 점도 기증해. 만약 전시에서 작품이 팔리면 50대 50이다?”


이런 식이다. 물론 이미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경우는 초대전이라는 형식을 통해 작가가 60% 혹은 70%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극히 드물다. 이게 싫으면 그냥 작가 본인이 아예 일주일에 최소 100만원이 넘는 대관비를 직접 지불하고, 브로슈어도 직접 만들고, 홍보도 직접 해서 개인전을 갖기도 하지만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고스란히 빚으로 남는다. 이제 막 미술계에 내딛는 신진 작가들에 대한 불공정 관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반 회사에서도 예산안에 기획비(단어 그대로 전혀 증빙할 수 없는 아이디어의 대가)를 당연히 포함시키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마인드가 한참 뒤떨어진 미술계의 악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요 며칠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바로 손혜원 의원의 목포 도시 재생, 근대문화재 보호를 위한 합법적이고 칭찬 받아 마땅한 투자를 투기로 몰아가는 언론의 오보가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SBS를 비롯한 언론은 지정문화재와 등록문화재의 차이도 모른 채 일단 질렀다가 여론의 포화를 맞았다. 이게 통하지 않는다고 여겼는지 지난 주말과 오늘은 문화재 선정은 빼고 손혜원 의원이 나전칠기 황삼용 작가를 착취했다는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마치 세상물정에 어두운 미술가에게 푼돈만 쥐어주고 작품을 사들여 비싼 값에 판 악덕 갤러리 오너인양 오보를 내고 있다.


나전칠기 장인 황삼용의 눈물(https://news.v.daum.net/v/20190121031130985)

나전칠기 장인은 “왜 악의적으로 썼나” 발끈(http://www.vop.co.kr/A00001372332.html)


그러나 내막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손혜원 의원은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보기 드문 패트런이라 할 만하다.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아 힘들게 홀로 작업하던(작가로서 희망이 보이질 않아 도저히 자식을 키울 자신이 없어 낳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작가를 만나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작업에만 전념하라며 작업 일지만 정확하게 기재해주길 요구했다고 한다. 대신 작품의 성과 여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그리고 갤러리 오너들이 흔히 하는 갑질 중 하나인 ‘단가 후려치기’도 일절 하지 않고 작가가 보내온 작업 일지, 시간에 따라 월급을 책정해 줬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관장이 어디있는가. 이미 작품 판매가 보장된 작가가 아니라면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언론에서는 몇 백만원 월급만 주고 작품은 1억 여 원에 팔아 손혜원 의원 혼자 다 독식한양 프레임을 걸고 있다. 그런데 이게 뭐가 잘못되었단 말인가. 작가를 일반 직장인과 동등하게 대우하여 몇 백만원의 월급을 준다는게 어떤 의미인지나 알고 하는 말인가. 기자들은 그간 미술계의 열악한 작업 환경에 대해 조사해보고 비교를 하고 말하는 것인가. 한 번이라도 비교를 했더라면 그런 이야기를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아. 양심이 없다면 쓸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미술계의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혹은 관심없던 사람들에게는 액면만 보면 정말 착취를 했던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무서운 프레임이다.


원래 갤러리는 작가를 지원하고 작품을 사들여 수준 높은 기획력을 바탕으로 작품값을 올리는 곳이다. 작품값이 오르면 작가의 인지도는 당연히 동반 상승하게 된다. 세계적인 거장이라는 칭호를 부여받는 작가들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황삼용 작가 역시 자신의 나전칠기 작품인 <조약돌> 시리즈(사진 속 작품들)가 데미안 허스트에게 판매되며 세계적인 명성, 더 나아가 우리나라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작가가 되었다. 작가의 작품성, 손혜원 의원의 탁월한 안목을 바탕으로 한 기획력, 그리고 꾸준한 지원이 상응하며 이룬 성과이다. 현재 열심히 작업 중인 작가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나는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관장 인선이 어떻고,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하고, 미술제도가 어떻다며 이 매체, 저 매체 가리지 않고 기고하던 그 수많은 미술비평가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동안 재능기부를 명목으로 작가들을 착취하지 말라 목소리를 높이고, 결국 ‘미술작가 보수제도’라는 성과를 일군 그들이 아닌가. 지금까지 애써 노력해온 이 제도의 좋은 사례를 손혜원 의원이 직접 보여주고 있는데 왜 아무도 나서질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들의 영향력을 비추어보면 하다못해 짧게라도 SNS로 이야기하면 좋을 이야기인데 왜 다들 침묵하는 것인가. 혹시 정치와 거리를 두고 싶어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아쉽고, 아깝다. 미술계의 정당한 ‘기브 앤 테이크’가 자리잡아 가는 데 좋은 기회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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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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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7개 입니다.

      • 저도 손의원님이 의미있는 일을 하고 계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산가옥' 역시도 자본주의 흐름에 따라 그 자리엔 높은 시멘트 건물이 대신 들어섰을 것이고요 .. 미감과 자본 그리고 의식이 있으니 하셨으리라 싶어요.

      • 그러게요. 꼭 기념할 꺼리만 역사가 아니라 모든게 역사라는 인식의 부재에서 나온 논쟁같아요. 승리의 역사만이 우리 역사는 아니죠. 조금 시간이 흐르면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아요. ^^

      • 기득권 대귀족이신 손혜원님이 지위와 권력을 악용하여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잘못한 것이지만, 나전칠기 장인의 이야기를 보면 우리나라 언론의 왜곡이 심락함을 느끼네요.

      • 글 자체가 깜끔하니 읽기 좋네요.
        손혜원 의원이 많이 억울하겠습니다.
        억울하면 안되죠. 황삼용 님도 마찬가지구요.

      • 손의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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