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큐레이터

[미술관 데이트] 큐레이터가 얘기하는 미술관 진상 관람객 Best 4

아르뜨 2011. 11. 30. 07:06
반응형

[미술관 데이트] 큐레이터가 얘기하는 미술관 진상 관람객 Best 4



요즘 휴일이면 미술관, 박물관은 발디딜 틈 없이 관람객들로 가득차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비단 휴일 뿐만이 아니라 평일에도 블록버스터급 기획 전시는 항상 사람이 많죠.

개인적으로는 전시를 조용히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미술관이 인기있는 모습이 싫지만은 않습니다.(주차 공간만 원활히 해결된다면요. ㅋ)

하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항상 갖가지 풍경을 자아내곤 하죠. 미술관도 예외는 아닌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미술관, 갤러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큐레이터분들을 몇 분 알고 지내는데, 그 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 현재 전시 트렌드라던가, 미술 경매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곤 합니다.

또한 직업적 고충(?), 애환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오늘은 그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

미술관 진상 관람객 Best 


1. 카메라 밀반입 관람객과 플래시맨들
2. 음료수 밀반입 관람객
3. 전시진열장에 꼭 손을 대며 보는 관람객
4. (어디에나 존재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들 



1. 카메라 밀반입 관람객과 플래시맨들(?)


전시는 미술관과 소장처의 사전 계약에 따라 카메라 촬영이 허용되는 전시가 있고, 절대 허용되지 않는 전시가 있습니다. 대체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대여해 오는 서양미술 전시 같은 경우는 철저하게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절대 카메라 촬영이 금지됩니다.

미술관을 자주 다녀보신 분들이라면 종종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도슨트들이 카메라 촬영을 막고 있는 모습을 보셨을겁니다. 그것은 전시 계약에 의거한 제지이기 때문에 꼭 지켜줘야 하는데, 꼭 아주 열성적인 몇 분들이 어떻게든 숨어서 촬영을 한다고 하네요.

큐레이터들 말로는 아주 화질 좋은 도록이 있는데 굳이 그렇게 몰래 촬영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더군요. 인증샷이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과 같은 한국 미술 전시의 경우는 대체로 촬영을 용인하는 편입니다. 다만! 플래시는 꼭 꺼야하죠. 플래시가 터지면서 작품이 손상되기 때문인데, 이 역시 열성적인(?) 몇 분들이 항상 조심하지 않고 별 생각없이 촬영을 했다가 한번씩 어두컴컴한 전시장에 번개가 친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목숨보다 문화재를 먼저 생각하는 큐레이터들은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데, 그게 쌓이다보니 점점 노이로제가 되어간다고 합니다.

2. 음료수 밀반입 관람객


기본적으로 미술전시는 음료수 반입 불가지역입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죠. 특히 서양미술의 유화 작품들 같은 경우는 밑에 조그만 바리케이트 외에는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에 자칫 물이라도 쏟았다가는 작품의 손상은 물론이며,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면 국제적인 망신을 살 수도 있습니다.

몇 년전, 일본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이탈리아 피렌체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인증을 남기고 싶은 여고생들이 피렌체 두우모 성당 벽에 온갖 낙서를 해서 피렌체시에서 소송걸고 난리난 적이 있었죠. 그 사건도 해외 토픽으로 전세계에 알려졌는데, 반만년 역사와 동아시아의 수준 높은 문화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그런 일로 망신을 사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국보인 천전리각석에 낙서한 고등학생도 있었는데, 그 학생은 어떻게 되었나 모르겠군요.

3. 전시진열장에 꼭 손을 대며 보는 관람객


미술전시는 관람객이 특별한 액션을 요구하는 문화체험이 아닙니다. 전시장 내에서 동선에 맞추어 자유롭게 다니며 오로지 '눈'으로만 관람하면 되는 장소인데, 꼭 진열장에 땀묻은 손을 대가며 전시를 보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물론 진열장 자체가 유물은 아니기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뒤에서 밀어서 손을 댄거라면 괜찮지만 습관적으로 진열장에 손을 대면 뒤에 오는 관람객들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가 됩니다.

유리에 난 손자국은 쉽게 지울 수도 없는 것이어서 항상 부드러운 마른 천(일명 극세사)과 유리 청소용액으로 잘 닦아줘야 하는데 전시 중간에는 닦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차의 유리창을 생각해보면 아시겠지만 유리에 손자국은 굉장히 선명하게 잘 묻을 뿐 아니라 슥삭해서 쉽게 지울 수도 없죠.

4. (어디에나 존재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들


이 분들은 어딜 가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요즘 유행하는 <나는 가수다> 컨셉에 맞추어 <나는 왕이다> 마인드로 "쪼잔하게 뭘 그런걸 가지고"를 외치며 조용히 전시를 음미하는 관람객에게 피해를 주는 분들이죠. 장난꾸러기 초딩들도 이에 속하겠군요.

한번은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미술관에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물총을 가지고 와서 넓디 넓은 전시장 안에서 장엄한 전투씬을 펼친 초딩들 때문에 죽다 살아난 적도 있다고 하네요. 뭐... 저도 초딩이었다면 미술관 전시장이 총싸움을 하기엔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졌을 법하긴 합니다만... ㅎㅎ;;

'어려서부터 잘 배운 공중도덕은 성인이 되어서 그 사람의 인품이 된다'는 생각으로 그런 무서운 초딩들은 보호자가 각별히 신경썼으면 합니다.

디트로이트미술관의 일명 '껌' 사건 관련 기사[출처 : Detroit Free Press]

지난 2006년에는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디트로이트미술관에 견학간 어느 초딩이 디트로이트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인 헬렌 프란켄탈러의 <The Bay>라는 작품에 껌을 붙여버린 사건이었습니다. <The Bay>는 우선 가격이 150만 달러라는 고가의 작품이고, 가격을 떠나서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데 당당하게 껌을 붙여버렸죠. 결국 그 소년은 정학 처분을 받았다고 합니다.

큐레이터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내용은 이렇게 4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클래식 음악회에서는 이제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치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미술관 전시도 서서히 국제적 에티켓을 준수해야 좋지 않을까요? :) 우선 저부터 잘 준수하고 있는지 반성 좀 해봐야겠습니다. ㅎㅎ

제 글이 재밌으셨다면, 왼쪽의 버튼으로 구독을 부탁드려요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