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티보(Wayne Thiebaud), 맛있는 것들의 특정적인 단면을 그린 작가

 


웨인 티보 (Wayne Thiebaud)

 

출생1920년 11월 (미국)

학력 캘리포니아대학교새크라멘토교 석사

수상1994년 국가예술상

경력 1960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 조교수


<서양골동양과자점>이란 만화를 아시는지요?...(등장인물의 이름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 어릴 때 납치로 인한 트라우마를 갖고 사는 치명적인 매력의 사장님과 국보급의 게이 파티셰, 부상으로 인해 인생의 전부였던 복싱을 그만두고 파티셰의 길로 가는 청년, 사장님의 똘마니인 매력적인 남성등 4명의 남성들이 케이크와 커피를 팔면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는 만화다. 그 만화를 보면서 사장님과 파티셰님들의 '케이크를 신성하게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조금 느꼈었는데, 웨인티보의 그림들을 보면 케이크를 대하는 정반대의 자세가 느껴진다.   

원래 맛있는 것은 항상 옳지만, 이 사람의 그림에서는 왠지 '옳지 않은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케이크에 대한 질감과는 너무 다른 느낌의 그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무토막을 썩썩 갈아서 만든 것 같기도 하고, 고무조각 같기도 하고, 입에 대는 순간 차갑고 덤덤한 질감이 입 안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1920년에 태어나 미국의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웨인 티보는 구글을 찾아보니 굉장히 많은 작품이 있고, 아직도 활발히 활동을 하는 것 같았다.

 

 

 

웨인 티보의 그림들을 보면 미국의 팝아트, 대중성 등도 쉽게 떠오르지만 다른 팝 아트보다 일상과 연관을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재미있는 것 같다. 이 작가의 그림을 보면 고무 음식들을 모조리 펼쳐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먹고 싶어지지 않는다.

 

내 생활에서 찾아보면 평소에 먹고 싶은 것이 '저에게 주지 않아도 돼요'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밥을 먹고 난 바로 그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밥을 먹고나서 남은 반찬, 혹은 밥 먹고 나서 간 카페 쇼윈도의 케이크들 같은 것들 보는 그 순간, 이건 과연 먹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회식과 사람들의 술자리가 많은 직업적 특성상 먹는 것을 중시 여기므로 맛있는 것들을 많이 먹게 되는데, 그 때마다 느끼는 것은 '어떻게 이렇게 인간은 먹을 것에 집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다. 한참을 싸우던 선배들은 잘 익은 곱창 앞에서 잠시 숙연해진다. 나도 사이가 안 좋던 선배에게 대들다가도 잘 익은 조개 앞에서 잠시 누그러지고, 사실 소고기는 바로 먹기 때문에 싸울 시간도 주지 않는다. 그렇게 모든 것을 제쳐놓고 허겁지겁 먹다가 잠시 불판을 보면 그 위에 익혀진 고기를 먹기가 가끔 힘들다.  

 

그럴 때면 '정말 인간은 단순하구나.' 싶다가도 그 많은 식당들이 어떻게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무서워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먹을 것은 어떤 욕망의 최고점에 있는 것 같은데, 특히 배가 부른 상태에서 더 들어가는 음식들은 욕망의 최고치인 것 같다. 예를 들면 뷔페의 음식 접시의 숫자는 욕망의 숫자다. 회전 초밥 집에서의 하나만 더! 역시도 욕망이다.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의 대답은 형식상은 두 번째가 맞지만 음식이 내 눈 앞에 있을 때의 인간의 본성은 전자가 맞는 것 같다는 굉장히 주관적인 생각...

 

조용하던 거리거리가 밤 6시를 기점으로 알록달록한 전구가 켜져, 도시가 오징어잡이 배들의 항구가 되는 시점, 그 때의 음식들도 내 눈엔 가끔 웨인 티보의 그림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작가의 그림을 보며 떠오른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먹다가 정말 돼지가 되어버리는 치히로의 부모님이 먹고 있는 저 음식들이 웨인 티보의 그림들과 닮은 것 같다. 먹을 것이 '맛있는 것'의 동의어가 아닌, 명사로서의 'n.먹을 것' 을 보여주는 느낌.

 

 

이 작가의 먹을 것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이렇게 서론이 길어졌지만, 먹을 것이 아닌 그림들도 많이 그리시고, 색감도 연한 파스텔 톤으로 다정다감하게 칠해진 그림들도 많다.

 

 

 

 

 

 

 

같은 팝아트라도 자신만의 색깔을 어떻게 갖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작가다. 아직 정말 많이 공부해야 하지만, 작가들을 한 분 한 분 알게 될 때마다 그 분들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이란 각자의 '대체 불가능'이 되는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은데, 웨인 티보의 그림들도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대체 불가능'인 것 같다.

 

하지만 맛있는 것을 경건하게 먹고 싶을 땐 이 그림을 보지 않으리라고 괜한 다짐을 해본다.

 

 

 

p.s. 웨인 티보(Wayne Thiebaud)에 대한 설명이다. 오늘 글은 이 분의 작품들을 보고 떠오르는 느낌 위주로 많이 쓰게 되어서, 글을 보시는 분들은 객관적인(?) 정보가 꼭 더해져서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두산 백과 : 웨인 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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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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