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고갱 그리고 반 고흐, 그들의 운명적 관계에 대하여

 

폴 고갱, <해바라기를 그리는 고흐>, 1888,  Oil on canvas, 73×91cm, 반고흐 미술관

  

앞서 반 고흐의 자화상에 대해서 쓴 글에 이어서 이번에는 반 고흐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폴 고갱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많은분들이 이미 아시겠지만 올해 6월부터 9월말까지 우리나라에서도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 라는 타이틀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9세기 폴 고갱의 작품과 21세기 현대미술작품이 만나는 이색적인 전시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그림은 두 사람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해 그린 것이라 하는데, 사실 시들어 버린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는 반 고흐의 모습은 늙고 초라해 보입니다. 고흐가 들고 있는 붓은 너무 가늘어 마치 바늘처럼 보이구요. 그리고 고갱은 반 고흐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으로 그렸는데 이는 미묘하게 반 고흐를 낮추고 자신을 높이려는 의도가 숨겨진 듯 보입니다.


또 반 고흐를 해바라기와 연결시켜 그를 해바라기 화가로 간주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반 고흐는 이 그림을 매우 불만스러워 했고, 고갱이 자신을 술에 취한 것 같은 모습으로 그린 것은 모독이나 다름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불화는 극으로 치달았고, 그림에 대한 서로 근본적으로 다른 의견과 그로 인한 격렬한 논쟁은 더욱 커져만 가게 됩니다.


반 고흐가 폴 고갱에게 헌정한 자화상

반 고흐, <불공 드리는 승려>, 1888, Oil on canvas, 62×52cm, 하버드 포그 미술관


폴 고갱이 고흐에게 헌정한 자화상

폴 고갱, <가난한 사람들-레미제라블>, 1888, Oil on canvas, 45×55cm, 암스테르담 레이크스 미술관


하지만 반 고흐(1853~1890)와 폴 고갱(1848~1903)은 동시대 화가였고 한 때 우정을 나눈 사이였으며 또 여러 가지 면에서 크게 대비되었던 화가라 할 수 있습니다. 반 고흐는 음울하고 비이성적이었다면 고갱은 자기중심적이고 이성적인면에 가까웠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미술적 취향도 기질도 달랐고 그 밖에 여러모로 추구하는 바가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1888년, 그들은 60일간의 짧고도 서로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되는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1888, Oil on canvas, 91×72cm, 뮌헨 노이에 피나코텍 소장


1888년 10월 23일 고갱이 반 고흐를 만나러 아르에 도착했을 때, 반 고흐는 해바라기 연작을 그린 후 고갱의 방에 걸어 존경을 표현했고, 고갱은 반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를 보고 그의 천재성에 감탄과 동시에 경계를 하게 됩니다. 

 

빈센트 반 고흐,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 1889, Oil on canvas, 51×45cm, 개인소장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1889, Oil on canvas, 43.5×57cm,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소장


'상극이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운명적 관계'라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반 고흐는 삐걱거리는 관계를 개선해볼 요량으로 12월 중순 고갱과 함께 몽펠리에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러나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었습니다. 반 고흐와 고갱은 그림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면서 언쟁을 벌였습니다.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반 고흐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고갱과 나는 들라크루아와 렘브란트 등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어. 논쟁이 너무나도 격렬해서 우리는 머리가 피곤해져 마치 전류가 다 빠져나간 전지 꼴이 되었어. 마법에 걸린 것 같았지. 프로망탕이 정확히 말했듯이, 렘브란트는 무엇보다 미술가이고, 들라크루아는 신앙인이야.


제기랄, 그것으로 사이좋게 되길 바랐는데."


폴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1897-1898, Oil on canvas, 139.1×374.6, 보스턴 미술관

 

고갱은 아를에서의 60일을 보내고부터, 그의 그림에서도 반 고흐의 노란빛이 들어나게 됩니다. 또 그 둘이 함께였을 때 명작이 많이 탄생했다고 하니, 결국은 둘은 서로 다툼을 하면서도 영향을 받았던 사이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후에 고갱은 반 고흐의 자살소식을 듣고 테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그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예술가였고, 그의 그림속에서 그의 눈과 마음을 볼 것"이라는 말을 담았다고 합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고 같은 공간에서 잠시 함께 였지만 그림에 대한 생각도 화풍도 살아온 과정도 달랐던 두 천재화가.


반 고흐와 폴 고갱.

 

그 둘이 함께한 60일은 그들 삶에 있어서 가장 치열한 나날이었음과 동시에 결국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운명의 관계로 만들어진 나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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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큐레이터,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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