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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쿠사마 야요이 특별展, 대구미술관

2013. 10. 5.

 

 

10월 3일, 개천절을 맞아 <쿠사마 야요이>의 'A DREAM I DREAMED'展을 다녀왔다. 그녀의 꿈과 환상의 나라를 소개한다.

  


나는 나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유년시절에 시작되었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하여 예술을 추구할 뿐이다.

Geoffrey de Groen and Yayoi Kusama, True Story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예술가가 되고자 한 것이 아니었고 곤혹스런 병, 신경불안증, 강박신경증과 편집증이 원인이었다. 똑같은 영상이 밀려오는 공포, 어둠 속에 벽면을 타고 뻗으며 증식하는 하얀 좁쌀 같은 것이 보이면 정신이 둥둥 내 몸에서 빠져나간다. 그것을 스케치북에 늘 그렸다. 똑같이 반복하는 평면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정신을 몽땅 뒤덮어 버렸고 나는 스케치북에 옮겨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것을 내 몸에 붙여 보았다. 오늘까지 나는 이런 식으로 살 수 있었다.

Atsushi Tanikawa, 『Ibid』, p. 69


워낙 많은 경매에서 최고가를 갱신하는 그녀의 작품들이라 얼마나 많이 왔을까도 궁금했지만, 어떤 전시를 만들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왜 그녀의 작품에 사람들은 열광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안에 들어가면 커다란 물방울무늬, 그녀의 무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녀의 작품은 얼핏 보면 동그란 모양이 귀엽고, 특히 루이비통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굉장히 익숙하여 아이답고 귀여운 이미지로만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에 오시는 부모님들이 많이 계셨는데, 아이들이 그녀의 정신세계?를 알게 되면 쇼크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아적인 패턴의 반복과 무한한 도트의 반복이 아이들의 눈에는 순수하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전시의 1층에는 회화작품들이 주를 이루는데, 그녀의 머릿속을 조금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성장배경부터 보는 것이 좋다.


1929년 일본 나가노 지방의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난 쿠사마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의 체벌과 욕설이 수반되는 냉담한 대우를 받으면서 어린 나이에 자살 충동과 망상에 빠져 그리 행복하지 못한 시절을 보내야 했다.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버려진 느낌이었다는 자서전의 고백이 있다.


게다가 쿠사마의 어린 시절은 2차 대전 전쟁 중이었으며 10대는 전쟁의 최고조 시대여서 전쟁의 공포 속에서 불안과 결핍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위협적이기보다는 무심하였고, 여성 문제로 아내와 다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게 된다.

하계훈 칼럼, 「개인의 상처와 시대의 질곡을 극복해 온 노대가의 열정과 의욕


이 글을 보면 어린 시절의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가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는데, '어머니의 자궁에서 버려진 느낌'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싶다. 같은 여자로서 아이를 낳는 것과 아이를 기르는 것의 책임감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좀 으스스한 느낌. ㅋ


그녀는 아버지의 이미지로부터도 상처를 입는데, 바람둥이 부친의 영향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남성과의 관계를 잘 갖지 못하며, 그녀의 작품에는 남성기 모양 돌기가 많이 나오게 된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이다.


<Repetitive-Vision, Phallus-Boat>, 2000, synthetic fabric, foam rubber, plastic_boat:0.70x3.3x1.45moars each 2.0m

 

<LOVE FOREVER>, 2004, Silkscreen on canvas


쿠사마가 작품화면 속에 점을 도입하는 것을 몇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작가 부모의 가업인 씨앗 배양작업에서 일상적으로 목격할 수 있는 씨앗이나 배양 과정에서 뿌려주는 물(방울)을 점이라는 시각적 요소로 환원하여 작품에 도입한 것으로부터 물방울무늬로 진화한 것은 아닐까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쿠사마는 또한 지구와 달, 별 그리고 태양이 물방울무늬의 원형이라는 언급을 한다.


그녀에게 무한으로 증식되는 점과 그물의 패턴은 곧 우주의 무한함과 영원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하계훈 칼럼, 「개인의 상처와 시대의 질곡을 극복해 온 노대가의 열정과 의욕

 

<Infinity Net>, 2008-2013


지속적인 행위의 반복과 번식에 대한 단조로움, 중심의 부재 구성에 대한 무관심은 관객을 당황하게 하였다. 나는 나의 위치로부터 무한한 우주를 예언적으로 가늠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어떤 망의 그물눈들 속에서 입자들의 축적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 그것을 제시함으로써 하나의 점인 나의 생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생 다시 말해 이 수백만의 입자들 가운데 하나의 점이 곧 나의 인생이다.


1959년 뉴욕 브래타 갤러리 (Brata Gallery)의 전시


자신의 인생과 영혼의 치유를 위해 무한함을 표현하는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아마 우리의 정신세계와 다르지 않은 느낌이 든다.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없는 우리가 그녀의 작품을 보고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그녀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독보적인 예술가의 행보라고 이해하려 하면 너무나 단순한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너무 난해함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여성의 일생이라면? 가족과 전쟁에 상처받고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치유하고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위한 치료를 선택한 여성의 일생이라면? 이렇게 생각해본다면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다. 그녀와, 그녀의 작품과.


우주의 먼지 한톨 같은 인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매일 걱정 없이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저 무수한 점을 찍으며 그녀의 마음은 많이 나아졌을까 궁금하다. 그리고 예술이 그녀의 치유를 도왔듯, 미술치료 및 음악치료 등이 현대인들의 체한 마음을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전시장에는 스티커를 붙이는 공간이 있다. 쿠사마 야요이 전시의 또 다른 작품.

 

 

 

개인의 해석이 정말 다양한 작가의 그림이라 오늘의 글은 그녀의 정보를 많이 실으려고 하였다. 대충은 이해할 수 있으나 우리가 쿠사마 야요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세계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언제나처럼 '내가 저 상황이라면?'을 생각해보고 작품을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각자의 상상과 생각이 무한대로 열려있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회화는 사진을 찍을 수 없으나 그녀의 2013년 작품들도 많이 나와 있으니 그전까지 경매에서 보던 작품들과는 또 다른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RADIANCE OF THE SUN>, 2013

 

노년을 보내고 있는 그녀이지만, 열정을 본받고 싶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열정이 커지는 것 같은 그녀를 보며 나는 오늘 하루도 배우게 된다. 그녀가 꿈꾸던 꿈과 환상의 나라는 이루어 진 것일까? 그녀의 작품을 보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삶이 그대를 속일 때 표현하라. 숨기지 말고."


[전시 정보]


1. 기간 : 2013. 7. 16(화) ~ 11. 3(일)  ※ 매주 월요일 휴관

2.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7시 

                   ※ 발권시간 : 오전 9시 30분 ~ 오후 6시

3. 가격: 성인 5,000원 / 청소년 및 군인 3,000원

4. 도슨트 시간: 평일- 오후 2시, 4시 / 주말- 오전 10시, 11시 

5. 장소 : 대구미술관 1, 2층            

6. 작품수 : 조각, 설치, 회화, 영상 등 110여점

7. 사진은 1층 및 2층의 회화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촬영이 가능합니다.

8. 대구미술관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QR코드를 찍으면 전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동대구역부터 대구미술관까지 가는 방법이 조금 복잡합니다. 택시를 타시면 15-20분 정도, 가격 11000-12000원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버스를 타시면 40-50분 정도 걸리는데, 타는 방법은 명료하게 설명해주신 대구 미술관 블로그가 있어 링크 걸어 놓겠습니다. 가시기 전에 꼭 보고 가시기 바랍니다. (☞ 대구미술관 블로그)

 

* 이 글에 쓰인 사진들은 대구미술관에서 가져오거나 직접 촬영했습니다. 오늘같이 볕이 좋은 날엔 대구 시민분들이 공원에 많이 놀러오시는 것 같으니 공휴일 및 주말에는 오전에 일찍 서두르셔서 가시는 것이 줄을 기다리지 않고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12시 넘으니 줄을 서서 입장 하시더라구요.^^


댓글 2
  • blauenFrau 2013.10.13 22: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전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 너무 무서워서... 볼 때 괜찮으셨어요?
    융털같기도 해서 닿으면 녹을 것 같고 바이러스 숙주 같기도 해서 완전 무서움....
    예전에 사방이 유리인 방에 돌기 달린 조각 놓인 작품이 있었는데 문만 열어 보고 못 들어갔어요.. 무서워.....

    • 저도 무섭기는 했는데 그 분의 성장배경을 보다 보니 좀 이해가 되더라구요..ㅎㅎ 만약 그 그림들을 혼자 보면 무서워서 안 될 것 같고, 역시 비싼 작품이기는 하지만 집에 걸어놓기에는 조금 많이 부담이 되는 것 같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