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와 정부가 읽었으면 좋을 글(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레모니 관련)


대한축구협회와 정부가 읽었으면 좋을 글(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레모니 관련)

런던올림픽 축구 3, 4위전에서 일본을 이기고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한 기쁨도 잠시 박종우 선수의 '독도는 우리 땅' 피켓으로 인한 제재 때문에 마냥 기뻐하기엔 뭔가 찝찝하다는 느낌이 든다.

20년 가까이 축구를 사랑해왔고, 2002년 월드컵 전까지 항상 역대 최강이라는 수식어로 인해 기대를 가졌다가 매번 실망하는 과정을 겪었던 팬으로서 이번 올림픽의 동메달 획득은 감격 그 자체이다.

이번 사태를 팬으로서 지켜보며 느낀 점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땅을 우리 것이라고 하는게 뭐가 잘못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세상에서 정한 틀 혹은 법이라는게 이러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Photo by 한겨레

한편으로는 우리가 서울을 우리 땅이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독도 역시 우리 땅이라고 계속 외치기만 하는게 과연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 것으로 제대로 공인받기 위해선 더불어 사는 세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제3자의 선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그 선택을 할 제3자가 보기엔 그저 고집부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일본은 독도를 국제분쟁지역화 시켜서 국제 법원까지 끌고 가는게 최종 목표라는걸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우리가 여기에 대응한답시고 일일이 반응하기보단 의연한 자세를 컨셉으로 판을 크게 보고, 정중동의 자세로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학계와의 공조를 통해 역사적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는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이런 판국에 우리나라는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만드는 '자기 부정'이나 하고 있다니...)

물론 가수 김장훈씨, 반크 등 독도를 위해 물심양면 앞장서서 고군분투하는 분들의 노력은 칭송할 만하지만,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조금 더 노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련함을 보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부기관의 올바른 방향성 정립과 지원이 절실할 것이다. 특히 오늘 신문에 대서특필된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해명성 메일은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나라의 전형적인 행정처리와 다를 바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사과성 메일이 아니라는 것으로 면피하려 하지만,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누가 먼저 제스처를 취하느냐에 따라 주도권의 향방이 갈린다는 사실을, 그리고 연애보다 밀당이 강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얘기인지 궁금하다.

IOC와 FIFA에서 정한 '스포츠와 정치의 철저한 분리'는 분명 옳은 선택이며 굉장히 공감하는 바이다. 이것을 분리하지 못하면 올림픽이건, 월드컵이건 총칼없는 전쟁이 될 것이 뻔하며, 20세기 초 전세계를 유례없는 암흑의 시대로 몰고갔던 민족주의의 비뚤어진 발현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해명을 해야하는 주체는 FIFA와 IOC이지 일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종우 선수의 피켓에 대한 제재는 우리가 해명을 하고 일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가 해명을 해야 할 대상이, 해명을 받고 판결을 내리는 주체가 일본축구협회인가? 일본축구협회에 해명성 메일을 보낸 행위 자체는 누구보다 냉정하게 현실을 인지하고 행동에 옮겨야 할 대한축구협회의 아주 큰 실책이며 아둔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축구협회가 그런 메일을 받으면 자국 일본의 이익을 위해 공개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한건지 바로 앞의 일을 보질 못하는 그 아둔함 덕분에 동메달을 따며 생긴 감동이 반감되는듯 하다. 2002년 월드컵 전까지는 세계 축구계에서 형편없던 축구 성적에도 불구하고 정몽준 명예회장을 필두로 생긴 축구외교력은 다 어디에 갖다 버렸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 역시 그러하며, 대부분의 국민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감히 단언컨대 우리는 USA 여권을 가진 미국인과 파병 군인이 외국에 가서 사고를 치듯 다른 나라의 국민과 문화를 깔보고, 중국이 티벳을 강제점령하고 핍박하듯이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 영토를 넓히고, 일본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일본어로 길을 묻는 것처럼 무개념함을 할 수 있는 그런 지극히 단순하고도 1차원적인 국력과 외교력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나라 역사상 그래왔듯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되 스위스처럼 누군가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정도의 국력과 자주적 방위력만 있으면 만족한다. 미국과 구소련처럼 초강대국이 되기를 원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느 나라에 가든 그 나라와 국민을 깔보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언어와 문화를 수용하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며 기뻐했듯이 우리나라의 문화가 무시 받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을 정도면 만족한다.

뒷감당을 책임질 수 있는 전략도 마련하지 않은채 그저 당장의 일만 해결된다는 식으로 급급해져서 해명 받을 주체가 전혀 아닌 일본축구협회에 해명성 메일을 보내고, 대화의 창구가 막힐 것이라는 예상도 못한채 정치적 쇼에 가까운 독도 방문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대한축구협회 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하는 여러 기관의 치밀하되 멀리 바라보고 움직일 줄 아는 현명함을 보고 싶은 것이지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치고 당장의 일 처리에만 급급해서 사태를 키우기만 하는 그런 아둔함은 이제 그만 보고싶다.

이쯤에서 대한축구협회와 정부가 꼭 다시 읽고 일에 임하는데 항상 명심했으면 좋을 글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한 번씩은 읽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글이지만 막상 잘 잊고 지내는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이다.

백범 김구, <문화강국론>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이미지 맵

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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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7개 입니다.

      • 프로필사진 든든한 뿌리

        2012.08.15 08:12

        한가지 빠진것이
        내 배고풀때 자존심 잃어
        힘없이 죽어간 영혼들
        너무 가볕게 처리되
        경제라는 이름으로
        일본인에 처신
        우리한테도 큰책임있어

      •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

      • 저도 일본에 왜 해명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정치적 발언이든 뭐든 IOC에 설명하면 되는 것이지...

      • 방금 기사봤는데 박종우 선수가 메달수여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IOC가 못하게 한게 아니라 대한체육회가 저자세로 먼저 참석시키지 않은거라 하네요.

        어휴 저자세 외교는 정말 화가 납니다.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모두 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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