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큐레이터

이응노로 썼던 논문이 책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아르뜨 2022. 1. 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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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총서는 1989년 이후 이응노의 작품세계를 연구한 논문들 가운데 논문이 쓰일 당시의 시대적 특성이 잘 드러나고 또 연구사적 의미를 지닌 글들 47편으로 이루어졌습니다.(일러두기 中)

 

한창 바쁘게 지내고 있던 지난 여름에 이응노연구소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이응노 연구 33년사』라는 논문 총서 간행을 준비 중인데 2019년에 냈던 제 논문을 게재해도 괜찮냐고 하시더라구요.

이응노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지 33년동안의 연구논문들 중 선별해서 게재할거라는 얘기에 저는 "아이고. 당연히 영광입니다."라고 즉답을 했고, 드디어 오늘 배송 받았습니다.

저는 「이응노의 회화론과 1950년대 앵포르멜 미술에 대한 인식」이라는 제목으로 썼습니다. 대개 이응노 회화에 대해 문인화의 계승이라던가, 서구 추상미술(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 등)의 수용의 관점에서 평가하는데 저는 문인화라는 거대한 담론 속에 이응노의 회화를 편하게 재단하는건 아닐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논문입니다.

 

'20세기에 활동한 화가를 고대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 · 유행했고, 기본적으로 신분계층을 전제로 하는 문인화에 편승해서 바라봐도 과연 괜찮은걸까?'라며 말이죠. 더 나아가 20세기 전반에 걸쳐 이응노는 우리나라에 수용되기 시작한 추상미술에 대해 어떻게 인식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썼습니다.

 

일단 논문 투고에도 성공했는데 총서에도 실리고 꽤 기분이 좋습니다. 공부할 때 가장 큰 응원은 다른 데 있는게 아니라 이런 작은 만족인 것을 새삼 깨닫게 되네요 :)

 

국문초록

고암 이응노(1904~1989)의 회화 전개에서 1960년대의 파리 시절은 미술가로서 가장 전위적인 방식으로 매체의 실험 및 혁신을 이룬 시기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파리로 건너가기 직전에 개최된 이응노의 《도불》전(1958. 3)은 이응노가 앵포르멜 미술을 처음 수용할 때의 회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이를 주목한 이응노 관련 연구는 1958년의 작품들을 앵포르멜과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으로 해석하는 관점과 이응노가 문인화로 처음 화업을 시작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문인화의 사의(寫意) 정신의 발현으로 보는 관점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본고는 앵포르멜과 추상표현주의를 통칭할 수 있는 ‘추상회화’에 대한 이응노의 인식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시 이응노의 회화론을 되짚어보는 것이 필요하기에 이응노가 회화를 처음 학습했던 해강 김규진 문하와 일본 유학 시절의 회화론을 먼저 살펴보았다. 이응노는 매너리즘에 빠진 문인화풍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연을 깊이 관조하는 것을 회화 제작의 첫 번째 원칙으로 삼았다. 그의 이러한 사생론은 195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그리고 그는 ‘추상(抽象)’을 서양 미술사조의 ‘추상회화’라는 고유 개념이 아니라 일본 유학 시절 이후 강화된 사생론에 따라‘(자연에서) 형상을 추출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로 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응노 본인도 추상회화의 근간에는 자연의 형태가 있다고 밝힌 바가 있다. 즉 추상적인 회화와 ‘추상회화’는 다른 개념이기에 이를 구분하여 당시 이응노의 회화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응노의 1950년대 추상회화를 문인화의 사의(寫意) 정신이 발현된 것으로 해석하는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전통 문인화론을 현대의 이응노에게 직접 연결하는 것은 오히려 이응노 회화의 개성을 가리게 하고 전통서화와 현대회화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이응노는 회화 제작에서 사의를 강조하긴 했지만 이는 대명제로서의 언사(言辭)였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정작 1950년대에 제작한 작품들은 <자화상>(1956)처럼 이응노가 스스로 ‘북화(북종화)’라고 규정했던 회화 양식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문인화의 대명제로서의 ‘사의’와 ‘사의적 화법’을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의 근거가 된다. 따라서 당시 그의 회화는 사의의 발현, 전통 문인화의 계승이라는 측면으로 보기보다 사의적 화법을 구사한 이응노식 추상회화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해석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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