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미술사 이야기

공예는 미술인가, 아닌가라니...?

아르뜨 2021. 8. 1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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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는 미술이 아니다."
"공예도 (당연히) 미술이다."

아무래도 공예쪽에 있다보니 일하면서 이 두 문장이 화두에 올라올 때가 많다. 나는 이럴 때면 한 발짝 떨어져서 쉽게 답을 내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대신 장르로 위계를 정하는 어리석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라는 한탄이 앞서곤 한다. 17세기 이후 동아시아에서 문인화 우월론이 화단을 지배하는 것을 보는 것 같다. 그래도 그 때는 작품을 제작할 때 기법에 치중하는 것보다 학문을 하고 인격을 성숙하게 하기를 바랬다는 점에서(최소한 말뿐이라도) 단순한 장르 싸움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금은 재질로 장르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이고, 앞으로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단순히 공예를 미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은 참 용감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손으로 붓을 쥐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과 손으로 흙을 만져 마음의 형상을 내어놓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다는걸까.

몸을 아름다워 보이게 도와주는 장신구와 집을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조각상에 어떤 위계가 있다는걸까.

특히 도자기를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던 우리나라와 중국미술사를 공부한 나로서는 공예가 미술계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을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 오기 전까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

한 쪽에 무게가 쏠려있다고 하여 다른 한 쪽으로 너무 힘을 주면 또 다른 불균형이기에 조심스러울 필요는 있지만 공예문화를 진흥시키려는 직장의 노력에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갖게 된다(더불어 일하면서 논문감도 좀 생겼으면 하는 욕심도 ㅎㅎ).

그렇다고 마냥 "공예는 미술이다"고 진리인양 말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기만 하다. 개념 정립의 문제가 있을 것이고, 근대에 이르러 발생한 산업의 산물인지, 예술작품인지에 대한 모호한 구분도 명확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100년 후쯤 활동할 미술사학자들이 그때까지의 전개과정과 여러 자료를 토대로 정리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면 현재 관련 업종의 직장인으로서(연구자로서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미래의 미술사학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현재 할 수 있는 자료를 잘 정리하고 만들어두는 것일테다.

11월에 개최하는 상하이의 <웨스트번드 아트&디자인 페어>에 최고의 공예작품을 가지고 나가는 준비로 상당히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단순한 아트페어 참가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깃거리, 글감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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