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번 겨울

아르뜨 2021. 2. 1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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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온라인으로만 개최한 전시를 오픈했다.

나는 다른 일을 맡아서 전시팀의 다른 동료들이 준비한 전시인데

하루는 전시실에 갔다가 한참을 서서 추억에 잠기게 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인

토이의 <A Night in Seoul> 앨범 자켓을 시작으로

이승환, 신해철, 015B, 자우림, 윤종신, 김성재까지

단어 그대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

몸 깊은 곳에서 가슴까지

쌔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오프라인으로 오픈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어느 늦가을 날 교보문고 뒷편에서.

 

 

 

전시 준비가 한창인 옛 서울역.

 

 

 

전시 오픈 전 날, 어김없이 야근의 시간이 돌아왔다.

광장에서 작업하는 일을 도와주러 나왔다가

한 켠에 고인 물 웅덩이를 보고

쭈그려앉아 사진을 찍었다.

 

 

 

한 밤중의 서울역 내부.

 

 

 

전시 개막식 겸 기자간담회.

박물관에 있을 때부터 뵈어온 반가운 기자님들도 오셨다.

 

 

 

시계를 포함해서 악세서리에 참 관심이 없는 편인데

샤오미 미밴드의 편리함은 나로 하여금 1년 넘게 꾸준히 착용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지금껏 봐온 묵주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All Black의 묵주도 요즘 항상 착용하고 있다.

지금 다시 보니 거꾸로 찼네. ㅎㅎ

 

 

 

서울역에서 맡은 마지막 프로젝트.

경성역(1925년부터) 시절에 사용한 식기류의 이미지컷을 위해

이리저리 배치해보고 있는 나.

 

 

 

결과물.

당연한 말이지만 문화재 전문 작가님이

촬영해주신 컷으로 보면 훨씬 품격이 높다.

 

 

 

집합 금지 명령으로 카페 내에서 취식이 금지되던 당시,

서울스퀘어의 커피빈.

 

 

 

어지간해선 야근 안하는 데 이 사진은 언제 찍었던 것일까.

 

 

 

점심 시간에 혼자 식사하러 나왔다가

푸짐함에 만족스러워하며 찍은 사진.

 

 

 

영화 <다크나이트>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동료가 슬며시 꽂아준 배트맨 로고.

 

 

 

나와 뜻을 함께 하고, 학문적 교류를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선생님이 준 선물.

블랙 중에서도 매트 블랙을 가장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100% 반영해준 소중한 선물이다.

 

매트하지만 영롱하다는 이 아이러니한 아름다움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스타벅스에서 플레이모빌 열풍이 불고 있다.

 

내가 5살 때인가.

하루는 퇴근하시는 아버지 손을 잡고

종로의 지하 상가를 걷다가

장난감 가게를 들렀다.

 

크리스마스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버지는 내 선물로 이 '영 플레이모빌'에서 나온 해양순찰대를 사주셨다.

문제는 내가 '영 플레이모빌 소방차'에 꽂혀있었다는 점이다.

 

어릴 적 '착한 장남'으로 커온 나였기에

단 한 번도 떼를 쓴 적이 없었다.

(툭하면 백화점 바닥에 드러눕는 여동생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그때 나도 애기였는데!)

이 때도 차마 떼를 쓰지는 못했지만 소방차가 너무 갖고 싶었다.

 

그래서 해양순찰대를 사서 계산까지 다 마치고

가게를 나왔지만 도저히 걸음을 뗄 수 없어

쇼윈도우 바깥에 서서 소방차를 말 없이 한참을 들여다봤다.

 

이제 가자며 아버지가 내 손을 끌었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내 최대한의 '떼'를 썼다.

 

한 번도 고집부리지 않던 내가 이러자 그게 짠해보였는지

아버지는 웃으시며 "이게 그렇게 갖고 싶어?"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시 나를 데리고 가게에 들어가

소방차를 사주셨다.

 

그때 그 쾌감이란.

 

얼마나 좋았으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엄하기만 했던 아버지의 그 따뜻한 미소는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내가 군에 입대하던 날,

돌아가시기 전 해에 함께 월드컵 축구와 야구를 보던 날

겨우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소방차를 사주시던 날 보여주신 아버지의 미소는 내게 귀한 것이었다.

 

 

 

출근할 때 항상 들르는 안국역 커피빈.

요즘은 거의 가지 않고 있다.

이유는 마지막에...

 

 

 

눈이 많이 내리던 1월의 어느 날.

점심식사를 하고 들른 카페 <Little Butler>

아주 작은 카페인데 유럽의 노상 카페처럼 해놔서

인스타그램용 사진의 명소가 된 곳이다.

 

 

 

홍대에서 오랜만에 특강을 했다.

이번에는 미술작가를 위한 큐레이터의 조언을 주제로 한 강의였는데

반응도 좋았고, 나에게도 강의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강의를 준비하며 오랜만에 큐레이터 관련 책들을 모두 꺼내서 다시 읽었다.

큐레이터로 경력을 쌓은지 꽤 시간이 흐른 상태에서

다시 읽으니 책의 내용들이 새롭게 다가와서 리프레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책 속 세상에 들어가서 영원히 빠져나오고 싶지 않다.

 

 

 

함께 팀을 옮긴 동료와 오랜만에 둘이 먹은 점심식사.

리움미술관이 처음 생겼을 당시에

그곳에서 전시를 보면 항상 들렀던 <깡통만두>라는 맛집이 있었는데

몇 년 전에 안국동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맛은 여전하다.

 

 

 

회사에서 내려다 본 설경.

현대그룹 본사 구내식당이 싸고 좋다는데

언제쯤 가볼 수 있을런지.

직장인에겐 뭐니뭐니해도 짬밥이 최고다.

 

 

 

 

 

 

요즘 유튜브로 다시 보고 있는 <하얀거탑>.

벌써 13년이나 흘렀고,

<하얀거탑>을 처음 봤을 때 20대였던 나는 어느덧 40대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더 많아졌으며 사회생활의 이력도 더 쌓인 지금 봐도

장준혁이 짠하고, 공감가는 것을 보면

내가 그저 20대의 치기어린 마음으로

멋있어 보이는 장준혁을 좋아했던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신 마이웨이만을 외치며 타협하지 않는 장준혁을 보며

'저렇게 대응하지 말지.'

'아... 저럴 때는 이렇게 하는게 더 현명한데..'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많아졌다.

 

그만큼 장준혁이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여전히 학문적 자부심을 기반으로 한

그의 자존심 혹은 자만이 멋있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한 출근길 카페 들르기가 뜸해진 이유는

요즘 푹 빠져있는 이 모카 포트 커피 때문이다.

 

아메리카노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집에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핸드 드립을 손도 대지 않는 것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린 진함을 도무지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커피값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런데 이 모카 포트는 카페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왜 이걸 이제서야 깨달았을까.

 

스타벅스에서 파는 '에스프레소 로스트' 원두를 모카 포트용으로 갈아서 마시면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맛과 똑같다.

 

모카 포트 하단에 위치해있는 물을 담는 곳을 '보일러'라고 부르는데

이 용어를 볼 때마다 참 묘하고 아기자기한 쾌감마저 느껴진다.

보일러라니... 

보일러래. ㅋㅋㅋ

 

 

 

얼음을 가득 담은 후 모카 포트에서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따를 때의 그 쾌감이란.

 

 

 

볼 수록 아름답다.

재택 근무를 하는 날에는 항상 일어나자마자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오는게 하루의 시작이었는데

요즘은 아예 밖에 나가질 않는다.

하루에 세 번씩 끓여 마실 정도로 아주 만족스럽다.

 

핸드 드립 특유의 밍밍함이 별로인 분들에게

모카 포트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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