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단상/큐레이터

팀을 옮겼다.

아르뜨 2021. 2. 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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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가 가끔 전시실을 둘러보곤 한다.

휴관 중이어서 딱히 체크해야할 작품들은 없지만

공간 자체가 문화유산(사적)이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불까지 꺼져있어 고요한 전시실은 더 매력있다.

 

 

 

이곳으로 이직하고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작년 1월에 산 조그만 달력이 벌써 한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동안 월요일부터 표기된 이 달력 때문에 꽤 헷갈려했는데

1년동안 잘 버텼다.

다음에 살 때는 반드시 일요일부터 써있는 달력인지 확인해야겠다.

 

 

 

새해를 맞아 대대적인 인사발령이 났다.

나는 본원에 위치한 공예 관련 부서로 옮기게 되었다.

최근 3개월동안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이번 인사발령과 함께

어느 정도 고민이 해결되어 다행이다.

 

새 팀에서 나는 공예주간이라는 행사와 해외 아트페어를 맡게 되었다.

전 박물관에서 도자기를 비롯해서 공예 관련 전시를 많이 해본 경험과 공부가

이 팀에서 일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침 본원에서 PC를 교체하기 위해 서울역에 온 담당자의 배려로

짐을 편하게 옮길 수 있게 되었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새 팀에 와서 짐을 풀고 잠시 쉬러 옥상에 올라가봤다.

위치상 옥상에 올라가면 인왕산과 북악산의 전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와봤는데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한창 개관 오픈 중인 서울공예박물관도 내다보이고, 북촌 거리도 보인다.

무엇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실경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좋다.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그린 위치가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

광화문 삼거리에 서서 봐도 맞는 것 같고,

안국동에서 봐도 맞는 것 같고,

내 모교인 경복고등학교에서 봐도 맞는 것 같은데

(겸재 정선 연구의 권위자이신 최완수 선생님은 경복고등학교로 추정하고 계신다.)

도대체 어디서 보고 그린건지.

 

 

 

짐을 옮기고 인수인계 때문에 바빴던 일주일이 지났다.

정식으로 새 팀에 첫 출근하던 날 도착해보니

전에 함께 같은 팀에서 일했던(지금은 먼저 본원에 와있는)

동료의 센스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복 달아날까봐 함부로 "나는 무슨무슨 복이 있다"는 말을 꺼리는 편인데

어딜 가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걸 보면...(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음!)

 

 

정리 중인 새 자리. 오른쪽 하단에 전시 준비하거나 몸 쓸 일 있을 때 가장 애용하는 3M 장갑이 보인다.

 

올해로 직장 생활을 한지 벌써 15년째가 되었다.

물론 대학원에서 공부한 시간도 길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자연스레 고착화된 나의 습관 중 하나는

사무실에 내 개인물품을 갖다놓는 것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점이다.

짐을 옮겨야하는 상황이 생길 때 번거롭다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여차하면 그만둬버릴 수 있다'는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전 박물관에선 심지어 5년동안 일하면서도

내 사무실 PC의 이름을 전임자의 이름에서 내 이름으로 바꾸지 않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전시를 모두 하고나면 바로 옮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이 마인드가 점점 옅어져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그래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사무실 책상을 무겁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일할 때는 일에만 집중하고, 칼퇴근 잘 하고, 집에 와서는 내 공부를 하고 싶다.

 

 

 

1월 초에 새 팀으로 오고나서 벌써 한 달이 흘렀다.

팀의 업무 방식에 적응하고

내가 해야할 일에 대한 공부를 하느라

정신없이 지낸 한 달이었다.

 

조직은 이 팀의 업무가 낯선 나의 처지를

결코 배려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작년, 재작년의 결재문서들을 보고 공부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서서히 나의 일이 시작되고 있는데

우선 가장 급한 해외 아트페어 전시계획을 세웠다.

 

전시계획을 세우면서 전의 박물관에서

좋은 분들과 으쌰으쌰하며

청자, 백자, 분청사기 등을 전시하던 때가 많이 생각났다.

 

소위 '빵꾸'내는 일 없이 스무스하게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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