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 듣는 음악

나는 잠을 잘 못잔다.

세상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일 아까워한다.

그 다음으로 아까워하는 시간은 식사 시간이다.

특히 공부할 때는 식사를 하는게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오죽했으면 한창 논문을 쓸 때는

드래곤볼의 선두(한 알 먹으면 열흘동안 배가 부르는 신선콩)가

진짜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다.

 

전시 오픈이 임박하거나, 논문 제출 혹은 발표가 임박할 때면

알람이 없어도 4, 5시간 자면 절로 눈이 떠질 정도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보편적으로 가진 부담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신 아이러니하게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

‘공식적으로’ 놀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좋아한다.

특별히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유일한 시간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가지는 긴장, 예의, 매너.

공부할 때 기민하게 돌려야 하는 내 머리.

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오로지 내 감성에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래서 바로 잠을 청하지 않고

유튜브에서 재밌는 영상을 보거나

옛날 노래를 찾아 들으며

만화책을 보기도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결국 무언가를 하다가 ‘스르륵’ 잠 들지 않으면

마치 각성 상태인양 깊은 새벽까지 눈을 멀뚱멀뚱 뜬채 있게 마련이다.

 

내 신체에서 가장 소중한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히 책을 읽고 미술작품을 볼 수 있는 눈일 것이다.

불을 끈채 누워서 아이패드를 자주 보는게 눈 건강에 아주 안좋을 듯해서

요즘은 짧게만 보고 잠을 청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취미로 음악감상을 꼽은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나의 음악 취향은 상당히 편협한 편이지만

눈을 그나마 보호하려면 어쩔 수 없다.

 

유튜브는 나의 재생목록에 있는 영상을 틀으면

목록 전체를 자동으로 이어가며 틀어준다.

자칫 잘못하면 잠을 자는 내내 내 귀에 음악이 흐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람의 뇌와 성대는 소리에 반응하며

잠을 잘 때조차도 운동을 한다고 한다.

이러면 다음 날이 무척 피곤해진다.

하루를 통으로 날릴 수도 있다.

 

그래서 ‘자면서 듣는 음악’이라는 재생목록을 따로 만들었다.

곡은 딱 10개까지만 듣고 따로 내가 끄지 않아도

저절로 꺼지도록 했다.

어차피 그 전에 잠에 들테니.

 

곡의 종류는 그때그때 달라지지만

대체로 90, 2000년대 발표된

김동률, 유희열 음악이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내가 봐도 내 음악 취향과 소양은 참 편협하다.

물론 이들의 음악을 가장 위대하게 여기지만

그 밖을 모험하질 못한다.

 

인생을 공식적인 것과 비공식적인 것으로 굳이 구분한다면

공식적인 일, 공부를 할 때는 과감하게 치고 나가는 성격이다.

언제나 ‘그까이꺼 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가끔은 이렇게 자존감을 한껏 높여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이다.

 

그리고 인생 계획도 일단 10년 단위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춘 3년 단위 세부 계획을 짜며

지금까지 걸어왔다.

 

‘자면서 듣는 음악’이 주제인 이 글에서

갑자기 인생, 목표와 같은

오글거리는 거창한 얘기를 하는 이유는

하루 24시간의 2/3을 타이트하게 지내는데

잠 자기 직전만큼은 음악 취향을 넓히려는 도전없이

그냥 마음 가는대로 해도 괜찮잖아? 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ㅎㅎ

 

오로지 내 마음에만 집중해도 괜찮을 시간.

잠 자는 시간은 아까워도

잠 자기 직전의 시간은 그래서 더 없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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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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