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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로 썼던 논문이 책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본 연구총서는 1989년 이후 이응노의 작품세계를 연구한 논문들 가운데 논문이 쓰일 당시의 시대적 특성이 잘 드러나고 또 연구사적 의미를 지닌 글들 47편으로 이루어졌습니다.(일러두기 中) 한창 바쁘게 지내고 있던 지난 여름에 이응노연구소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이응노 연구 33년사』라는 논문 총서 간행을 준비 중인데 2019년에 냈던 제 논문을 게재해도 괜찮냐고 하시더라구요. 이응노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지 33년동안의 연구논문들 중 선별해서 게재할거라는 얘기에 저는 "아이고. 당연히 영광입니다."라고 즉답을 했고, 드디어 오늘 배송 받았습니다. 저는 「이응노의 회화론과 1950년대 앵포르멜 미술에 대한 인식」이라는 제목으로 썼습니다. 대개 이응노 회화에 대해 문인화의 계승이라던가, 서구 ..

김지민 개인전 / Prototype Temple : At Night in 상업화랑 용산

침묵은 조용한 성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 무언가를 골똘히 사색할 때 나오는 모습, 야만적인 상대 혹은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키려는 행동에서 주로 나온다. 상대에 대한 배려일 때도 있다. 이처럼 침묵은 긍정적인 의미로 진중한 모습일 때가 많지만, 때로는 비위나 부정을 애써 외면할 때 사용되는 비겁한 행동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침묵에는 여러 층위가 있다. 작년에 우연히 김지민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작가의 웹사이트를 우연히 발견하고 진중한 분위기와 세련된 조형성(같은 의미이지만 우아함이라기보다는 엘레강스라고 표현해야 더 부합할 것 같은) 때문에 틈틈이 즐겨찾기해놓고 구경하곤 했다. 그러다가 지난 10월에 SNS를 통해 작가에게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갖게 되었다는 초대를 받게 되었다. 당시에 축하할..

공예는 미술인가, 아닌가라니...?

"공예는 미술이 아니다." "공예도 (당연히) 미술이다." 아무래도 공예쪽에 있다보니 일하면서 이 두 문장이 화두에 올라올 때가 많다. 나는 이럴 때면 한 발짝 떨어져서 쉽게 답을 내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대신 장르로 위계를 정하는 어리석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라는 한탄이 앞서곤 한다. 17세기 이후 동아시아에서 문인화 우월론이 화단을 지배하는 것을 보는 것 같다. 그래도 그 때는 작품을 제작할 때 기법에 치중하는 것보다 학문을 하고 인격을 성숙하게 하기를 바랬다는 점에서(최소한 말뿐이라도) 단순한 장르 싸움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금은 재질로 장르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이고, 앞으로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단순히 공예를 미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은 참 용감하다는 생각 밖..

내 직업적 정체성

책장을 정리하다가 10여 년 전 석사논문을 쓸 때 공부했던 제본과 A4용지 뭉치가 나왔다. 또 고질병이 도졌다. '이걸 버려야하나. 아니야 분명 나중에 필요할 때가 있을거야. 아닌가.' 사람을 한 단어로 규정한다는게 참 어리석은 일이지만, 최소한 직업적 정체성에는 깔때기를 들이대도 괜찮지 않을까. 그 깔때기에는 어릴 때의 꿈,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경제력 등이 혼재되어 있지만 결국 그 아래로 흘러나오는 것은 이중 하나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꿈은 역사학자이다. 그리고 역사라는 학문에 여러 갈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이왕이면 아름다운 것을 다루는 미술사학자가 되고 싶었다. 이 꿈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문헌을 찾아 해석하고, 작품을 분석하여 여러 층위로 구분하고 나의 생각을 최대한..

콘텐츠와 미술기법의 완성도

18세기에 활동한 도화서 화원인 변상벽(1730-?)은 영조의 어진을 그릴 정도로 초상화로 실력을 인정받은 화가이다. 도화서 화원이라고 하면 일단은 그 실력이 보장되는 화가였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최고여야만 맡을 수 있는 왕의 초상을 그렸다고 하니 프로 중에 프로인 것이다. 변상벽은 이같은 공식 업무 외에 '변 고양이'라는 별명까지 가질 정도로 일생에 걸쳐 고양이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이기도 하다. 왕의 초상과 고양이 그림이라는 화제에서 받는 느낌의 무게감은 서로 너무 다르다. 같은 화가인가 싶을 정도로 하나는 너무 진중한 주제이고, 하나는 일상의 유희에 가깝다. 특히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통해 소위 '남의 집 고양이'를 보는 즐거움이 가득한 요즘의 눈으로 보니 그 유희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참..

때로는 작품을 직접 만져봐야 알 때도 있다.

전시를 위해 작품을 만지다보면 새로운 힌트를 얻을 때가 종종 있다. 이 작품은 라는 이름의 국보 281호이다. 워낙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조선 전기에 제작된 수 많은 주자(주전자) 중에서 유일하게 몸체가 병의 형태로 되어 있는 희소성 덕분에 국보로 지정된 작품이다. 전시를 할 때 가장 긴장되고 어지간해서는 만지기 싫은 작품들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였다. 보기에도 갸냘픈 주구(注口)와 손잡이 때문에 포장하는 것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포장을 푸는 것도 가장 천천히 도 닦는 심정으로 해야했기 때문이다. 국보라는 상징성도 긴장에 무게를 더해주었다. 무엇보다 눈으로 볼 때는 잘 모르지만 직접 만져보면 병 하단이 엄청난 두께감과 함께 무거웠다. 즉 이 작품은 실제 사용하기 위해 만든게 아니라 의례를 위한 ..

공예와 미술의 관계

한창 개관 준비로 바쁜 서울공예박물관에 다녀왔다. 요즘 협업을 위해 여러 기관, 기업들을 만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술에서 공예만 떼어다가 이렇게 해도 괜찮은걸까?" 공예의 특장을 살리고 공예문화가 발전하기 위한 노력은 좋으나, 이런 노력들이 오히려 미술로부터 유리되어 가는 미래를 맞이하게 되는건 아닐까라는 우려가 들었다. 미술과 공예의 관계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개념 정리가 되어 있지는 않다. 앞으로 해결해야될 문제다. 흔히 회화와 조각은 순수미술, 공예와 건축은 응용미술로 보고는 있는데 이 역시 동양화와 서양화의 관계처럼 불분명한 구분에 지나지 않는다. 미팅을 마치고 나오며 직장에서의 일을 떠나 공예비평, 논문 등 할게 많다는 생각을 하다가 예전에 우리 교수님이 ..

미술품 물납제에 대하여

"삼성이 상속세를 내야하는 마감일이 다가오자 언론들 총출동" 등의 이야기를 굳이 여기서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사람들이 한 가지 알아줬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미술품 물납제'의 취지는 불의의 일격으로 세금 폭탄을 맞아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에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남남으로 살아왔는데 알고보니 부모 중의 한 명이 유명한 미술가였다. 그런데 그가 세상을 떠나자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하는 상황에 처한 유가족을 배려하고, 동시에 문화유산도 지킬 수 있다는 명분으로 생긴 제도이다. 국가가 예술을 관리하는 프랑스가 대표적인 물납제 적극 시행 국가이다. 법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 기능해야 하는데 ..

기계식 키보드와 키보드 손목받침대를 사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탓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저는 연장탓을 합니다. 왜냐하면 훌륭한 목수가 아니기 때문이죠. ㅎㅎ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웹소설 작가들의 브이로그를 보게 되었는데 작가들 대부분이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더군요. 단순히 게임할 때 사용하는 키보드로만 알고 있었는데 유튜브로 보니 이 기계식 키보드가 글을 쓸 때도 참 쓰는 맛이 좋아보였습니다. 소리도 경쾌해서 타자를 칠 때마다 손의 리듬도 살아나고, 마치 ASMR처럼 중독되는 것 같더라고요. 흔히들 손맛이라고 표현하던데 막상 저도 사서 써보니 글을 잘 쓰기 위한 스트레스를 소리가 숨겨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산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직까지는 뭐 더 글을 쓸게 없나 하고 고민하고, 괜히 메모장을 켜서 책에 있는 문장을 ..

일상 2021.02.23 (2)

큐레이터? 프로젝트 매니저?

올 초에 팀을 옮기고 벌써 2개월이 되어간다. 급작스러운 인사발령이었지만, 공예 관련 부서로 옮긴 지금 꽤 만족스럽게 일을 하고 있다. 지난 1월에 이 팀으로 온 뒤로 업무 파악을 위해 지난 결재 문서를 보며 공부하고 업무에 투입되느라 정신없이 연초를 보낸 것 같다. 미술사 중에서 회화사를 전공했고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호림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있으며 했던 수많은 도자, 공예 전시를 했기 때문일까. 공예에 대한 매력을 갖고 있던 차였다. 큐레이터도 넓게 봤을 때 프로젝트 매니저 중에 하나이다. 다만 큐레이터에게 프로젝트는 평상시에 하는 유물 관련 일을 제외하고 전시기획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권한과 책임이 좁다는 느낌을 박물관에 있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조금 더 넓고 큰 프로젝트를 맡으려면 큐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