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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와 미술의 관계

한창 개관 준비로 바쁜 서울공예박물관에 다녀왔다. 요즘 협업을 위해 여러 기관, 기업들을 만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술에서 공예만 떼어다가 이렇게 해도 괜찮은걸까?" 공예의 특장을 살리고 공예문화가 발전하기 위한 노력은 좋으나, 이런 노력들이 오히려 미술로부터 유리되어 가는 미래를 맞이하게 되는건 아닐까라는 우려가 들었다. 미술과 공예의 관계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개념 정리가 되어 있지는 않다. 앞으로 해결해야될 문제다. 흔히 회화와 조각은 순수미술, 공예와 건축은 응용미술로 보고는 있는데 이 역시 동양화와 서양화의 관계처럼 불분명한 구분에 지나지 않는다. 미팅을 마치고 나오며 직장에서의 일을 떠나 공예비평, 논문 등 할게 많다는 생각을 하다가 예전에 우리 교수님이 ..

미술품 물납제에 대하여

"삼성이 상속세를 내야하는 마감일이 다가오자 언론들 총출동" 등의 이야기를 굳이 여기서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사람들이 한 가지 알아줬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미술품 물납제'의 취지는 불의의 일격으로 세금 폭탄을 맞아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에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남남으로 살아왔는데 알고보니 부모 중의 한 명이 유명한 미술가였다. 그런데 그가 세상을 떠나자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하는 상황에 처한 유가족을 배려하고, 동시에 문화유산도 지킬 수 있다는 명분으로 생긴 제도이다. 국가가 예술을 관리하는 프랑스가 대표적인 물납제 적극 시행 국가이다. 법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 기능해야 하는데 ..

기계식 키보드와 키보드 손목받침대를 사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탓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저는 연장탓을 합니다. 왜냐하면 훌륭한 목수가 아니기 때문이죠. ㅎㅎ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웹소설 작가들의 브이로그를 보게 되었는데 작가들 대부분이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더군요. 단순히 게임할 때 사용하는 키보드로만 알고 있었는데 유튜브로 보니 이 기계식 키보드가 글을 쓸 때도 참 쓰는 맛이 좋아보였습니다. 소리도 경쾌해서 타자를 칠 때마다 손의 리듬도 살아나고, 마치 ASMR처럼 중독되는 것 같더라고요. 흔히들 손맛이라고 표현하던데 막상 저도 사서 써보니 글을 잘 쓰기 위한 스트레스를 소리가 숨겨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산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직까지는 뭐 더 글을 쓸게 없나 하고 고민하고, 괜히 메모장을 켜서 책에 있는 문장을 ..

일상 2021.02.23 (2)

큐레이터? 프로젝트 매니저?

올 초에 팀을 옮기고 벌써 2개월이 되어간다. 급작스러운 인사발령이었지만, 공예 관련 부서로 옮긴 지금 꽤 만족스럽게 일을 하고 있다. 지난 1월에 이 팀으로 온 뒤로 업무 파악을 위해 지난 결재 문서를 보며 공부하고 업무에 투입되느라 정신없이 연초를 보낸 것 같다. 미술사 중에서 회화사를 전공했고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호림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있으며 했던 수많은 도자, 공예 전시를 했기 때문일까. 공예에 대한 매력을 갖고 있던 차였다. 큐레이터도 넓게 봤을 때 프로젝트 매니저 중에 하나이다. 다만 큐레이터에게 프로젝트는 평상시에 하는 유물 관련 일을 제외하고 전시기획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권한과 책임이 좁다는 느낌을 박물관에 있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조금 더 넓고 큰 프로젝트를 맡으려면 큐레..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하여

오늘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배현진 의원이 '박물관자료'의 대출이나 열람서비스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대출 및 열람 서비스 제공을 막고 있기에 국민들이 이를 누릴 수 있도록 일부 개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아. 박물관의 도서관에 있는 도록, 해외논문집을 의미하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박물관의 도서관에서는 열람은 가능해도 대출은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불편할 때가 있어 가능하게 되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개정안을 읽어보니 배현진 의원실 측에서 '박물관자료 = 유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 제2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3. “박물관자료”란 박물관이 수집ㆍ관리ㆍ보존ㆍ조사ㆍ연구ㆍ전시하는 역사ㆍ고고ㆍ인..

광희 마스크 -> 청각장애소통용 립뷰 마스크

코로나19로 점철된 2020년에 어느 순간부터 방송에서는 특이한 마스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마스크를 황광희씨가 쓴 모습으로 처음 봤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특이한 마스크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후 한 두명씩 이 마스크를 쓴 연예인들이 늘어나면서 아.. 방송 화면에서 누가 말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하는 시각 미디어 특성 때문에 그런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시중에서는 라고 불리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나의 장애인에 대한 무지함과 배려심 부족한 잘못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마스크는 단순히 방송용, 혹은 패션용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술 모양을 봐야하는 청각장애인과 소통하기 위한 배려의 마스크였다. 공식 명칭도 광희 마스크가 아니라 '청각장애소통용 립뷰 마스크'다. 이 사실을 알게..

일상 2021.02.14

이번 겨울

지난 연말 온라인으로만 개최한 전시를 오픈했다.나는 다른 일을 맡아서 전시팀의 다른 동료들이 준비한 전시인데하루는 전시실에 갔다가 한참을 서서 추억에 잠기게 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인토이의 앨범 자켓을 시작으로이승환, 신해철, 015B, 자우림, 윤종신, 김성재까지단어 그대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몸 깊은 곳에서 가슴까지쌔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오프라인으로 오픈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어느 늦가을 날 교보문고 뒷편에서. 전시 준비가 한창인 옛 서울역. 전시 오픈 전 날, 어김없이 야근의 시간이 돌아왔다.광장에서 작업하는 일을 도와주러 나왔다가한 켠에 고인 물 웅덩이를 보고쭈그려앉아 사진을 찍었다. 한 밤중의 서울역 내부. 전시 개막식 겸 기자간담회.박물관에 있을 때부터 뵈어온 반가운..

일상 2021.02.11 (2)

[전시] 10의 n승 / 문화역서울284 TMO

작품을 가로 10cm, 세로 10cm라는 한계를 정해둔채 제작한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주에 이어 서울역 한 켠에서는 또 다른 전시가 개최되었다. 며칠 전부터 오며가며 준비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고 오픈하는 날인 오늘을 기다렸다. 이라는 전시 제목과 모든 작품을 일괄적으로 가로, 세로 10cm에 맞추려는 의도가 신선했다. 오늘 출근해서 바로 전시를 보러 갔는데 작은 공간 안에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작품들 덕분에 오랜만에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공간에 들어서면 작은 캔버스들이 마치 아트페어에서 새로운 컬렉터를 기다리듯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은 아트페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캔버스는 가로 10cm, 세로 10cm로 한 손으로 쥘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작다. 작가들이 이..

팀을 옮겼다.

일을 하다가 가끔 전시실을 둘러보곤 한다.휴관 중이어서 딱히 체크해야할 작품들은 없지만공간 자체가 문화유산(사적)이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불까지 꺼져있어 고요한 전시실은 더 매력있다. 이곳으로 이직하고 어느덧 1년이 흘렀다.작년 1월에 산 조그만 달력이 벌써 한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다.그동안 월요일부터 표기된 이 달력 때문에 꽤 헷갈려했는데1년동안 잘 버텼다.다음에 살 때는 반드시 일요일부터 써있는 달력인지 확인해야겠다. 새해를 맞아 대대적인 인사발령이 났다.나는 본원에 위치한 공예 관련 부서로 옮기게 되었다.최근 3개월동안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이번 인사발령과 함께어느 정도 고민이 해결되어 다행이다. 새 팀에서 나는 공예주간이라는 행사와 해외 아트페어를 맡게 되었다.전 박물관에서..

큐레이터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

오랜만이네요. 블로그는 미디어의 지형이 변해가는 것과 상관없이 언제나 꾸준히 나의 생각을 전하고, 쓰고 싶은 글을 남기는 공간으로 남기고 싶은 곳인데 꾸준함이 참 어렵다는걸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가끔씩 제 블로그를 들러보는 분들이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말은 못해도 항상 죄송하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_ _) 한 번 흐름이 끊기니 글을 쓰고 싶다가도 스스로에 대한 검열 때문에 머뭇거리게 되던 참이었는데 마침 그동안 저에게 질문을 해주신 분들이 꽤 계셔서 이 핑계로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Q. 큐레이터가 전시기획만 하는 게 아니라 이외의 부수적인 업무들을 겸해야 한다던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으신지 궁금해요. A. 을 할 때 항상 강조하던 부분이었습니다. 전시를 기획하는 일만 보고 큐레이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