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액츄얼리가 나온지 14년 후, 그들은 여전히 행복해보인다.


각자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나에게 크리스마스의 장소는 명동과 교보문고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하기도 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이 루틴에서 크게 벗어나본 적이 없다.


영화는 전세계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나홀로 집에>였지만

2003년 겨울,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던 <러브 액츄얼리>를 본 이후로

이제는 <러브액츄얼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해 12월에 군대를 갓 전역하고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느낌에

꽤 마음이 공허한 상태였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당시에는 어학연수를 가는 것이 대세처럼 느껴지던 분위기여서

나도 어딘가로 가긴 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대학 졸업 후 어떤 길을 가야 절대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남들 다 가는 영미권은 왠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결국 다음 해인 2004년에 일본으로 가게 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일본으로 간 탓에 거기에 맞춰서 지금 이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즐겨보던 플립보드라는 뉴스 피드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러브 액츄얼리의 주인공들이 작년에 짧은 속편을 찍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영상을 봤는데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영국에서 ‘기부의 날’로 칭해지는 ‘Red Noes Day(빨간 코의 날)’ 홍보 영상이었다.


크리스마스와 기부라는 제법 어울리는 의미가 담긴 영상이어서

주인공들의 14년이 지난 모습이 더 마음 푸근하게 다가왔다.

좋아하는 배우들, 특히 리암 니슨과 휴 그랜트의 모습에서 세월의 힘이 보여

무상함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여전히 건재한 그들이 반가웠다.


영상을 보다가 가장 웃겼던 부분은

8년째 본방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는 미드 <워킹데드>의 릭이

키이라 나이틀리 앞에서 카드 섹션을 하는 모습이었다.

러브 액츄얼리 때는 참 젋은 청년의 모습이었는데

흰 머리와 수염으로 덮인 모습이 그간 좀비들과의 사투가 얼마나 고된 일이었는지를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 부인도 죽고, 아들도 죽고, 다 죽고.. 고생이 많아요. 릭..ㅠㅠ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이 영상을 꼭 다 같이 보고 싶은 마음에

더 늦기 전에 광화문 아티제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모두 가슴 따스하고, 푸근한 하루 보내시기를. :)



Red Nose Day Actually from Mallverine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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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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